"원전, 안전중시 사고 버려라" 윤석열식 '관료 길들이기'
[김시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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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창원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에서 열린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한 발언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발언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윤 대통령이 "원전 안전 중시 사고를 버려라"고 말했다고 보도하자,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공지를 보내 '왜곡보도'라고 반박했다. 당시 대통령 대변인실은 "일부 언론에서 원전 건설이나 운영의 안전을 경시하는 발언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면서 "누구나 문맥을 보면 알 수 있듯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늘 해 오던 '안전한 방식'으로 일하지 말고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 달라는 주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어떤 의도에서 나왔든 본질은 원전업계 총력 지원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관료 길들이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원전업계 만난 윤석열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 문재인 정부 비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원전산업 관계자들을 만나 아직 공사 재개 결정이 나지 않은 신한울 3·4호기 발주계약 신속 추진, 원전업계 금융지원 등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금 원전산업은 고사직전 상태와 같다. 물과 영양분을 조금 줘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을 해줘야 살까 말까 한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외국 정상들 만나게 되면 원전 얘기를 많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지금 여기 원전 업계는 전시(戰時)다. '탈원전'이란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다. 비상한 각오로 무엇보다 일감, 선발주를 과감하게 해달라. 그러지 않으면 원전 업계 못 살린다.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자리에 있던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등에게 정부 지원을 당부한 말이다. 여기서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란, 대통령실 주장처럼 지금 원전산업 상황을 전시로 규정하고 '안전한 방식', 즉 관료의 보신주의를 버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안전 문제를 내세워 원전산업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관료들을 질타한 발언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 지난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왼쪽 다섯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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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원전업계와 보수 언론도 최근 '친원전'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음에도,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료들이 여전히 이전 정부의 '에너지전환(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3일('윤정부 에너지정책 공청회에 탈원전 인사 '바글바글'…말 못할 속사정은?') "'원전 최강국 도약' 선언한 새 정부인데 첫 공청회에 원전 전문가는 초대 안 해", "탈원전 정책 지지한 전문가만 대거 등장"이라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도 같은 날('尹 "바보짓" 외치며 '원전 직진'하는데 산업부는 '탈원전 인사'만 모아 공청회') "산업통상자원부가 21·23일 주최한 공청회와 토론회가 탈원전을 지지하는 전문가 위주로 꾸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데 산업부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거나 '환경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난 21일 공청회 패널 6명 가운데 환경단체 활동가 등 '탈원전' 인사도 일부 있었지만, '친원전'이나 '중립'으로 분류되는 인사도 비슷한 비중으로 참여했다.
당시 패널로 참석했던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 활동가는 24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산업부가 이미 '친원전'으로 정책 방향을 짜 놓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열린 자리였다"라며 "나 이외에는 탈원전에 대해 중립적이었고 일부 전문가는 원전을 옹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지언 활동가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리라'는 윤석열 발언과 이같은 언론 보도도 원전산업 지원 총력전을 위한 정부 관료 길들이기 목적이 강하다고 본다"라며 "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원전 안전 경시'를 말한 게 아니라고 해도,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이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내세우며 안전성보다 경제성을 우선시해온 맥락으로 보면 국민 안전보다 원전업계 이익을 더 강조한 주문으로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기후위기비상행동,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정책 방향을 비판하고 공공 재생에너지로 기후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2022.6.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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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원전산업 관계자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원전산업 활성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더 키워나가야 할 원전산업이 지금 수년간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라며 "만일 우리가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이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법적 절차와 기준은 준수하되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서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정부가 여러분의 발목을 잡지 않을 뿐 아니라 저 역시도, 또 우리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이 원전 세일즈를 위해서 백방으로 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성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23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그동안 원전은 계속 확대돼 왔지만 (체르노빌, 스리마일, 후쿠시마 등) 세 번의 큰 사고를 겪은 뒤 선진국은 원전을 폐기하고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흐름"이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비중을 거꾸로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단기적으로는 원전을 수주하는 기업을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빨리 전환하지 못하고 사양 산업을 계속 붙들게 되면 장기적으로 손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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