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카카오 모빌리티는 혁신이었을까

신범수 2022. 6. 28. 11: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카카오 모빌리티 혁신의 청사진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2월 테크 콘퍼런스에서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 기술을 활용해 이동 혁신을 일궈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나 대리운전, 택배 서비스 그리고 카카오내비로 확보한 빅데이터는 무궁무진한 쓰임새가 있을 것이며, 이것이 우리의 이동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혁신의 밑거름이 되리라 기대하는 건 합리적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 혁신의 청사진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택시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수준으로는 감히 혁신을 논하기 어렵다. 우리는 그 이상 무언가를 카카오가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300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이 자신의 민감한 이동 정보를 카카오에 제공하는 데 흔쾌히 동의했을 것이다.

카카오가 모빌리티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이유는 셋 중 하나일 것이다. 우선 애초부터 그들의 머릿속에 혁신 같은 것은 없었는지 모른다. 디지털 기술로 택시나 대리기사를 부르는 과정을 수월하게 만들면 아날로그 사업자 정도야 쉽게 따돌릴 수 있다는 계산만이 그들의 관심사였을 수 있다. 대기업의 대리운전 시장 확대를 금지하는 결정이 나오자마자 사업 철수 소식이 전해진 것은 이 같은 의심을 더 강하게 만든다.

두 번째 가능성은 카카오도 혁신을 꿈꿨지만 다음 단계로 진화할 능력이 부족한 것일 수 있다. 카카오가 지금까지 선보인 서비스들이 우리의 이동 편의성을 증진시킨 측면은 있으나,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근본적인 디지털 환경은 사실 카카오가 창조한 게 아니다.

카카오가 공언했던 모빌리티 혁신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자.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2월 테크 콘퍼런스에서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 기술을 활용해 이동 혁신을 일궈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나 대리운전, 택배 서비스 그리고 카카오내비로 확보한 빅데이터는 무궁무진한 쓰임새가 있을 것이며, 이것이 우리의 이동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혁신의 밑거름이 되리라 기대하는 건 합리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동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카카오의 시장 교란 행위나 골목상권 침해 등 일탈에도 혁신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카카오가 방대한 빅데이터 확보 그 이상의 어떤 가치도 창출하지 않은 채, 느닷없이 혁신을 향한 도전을 멈추는 것은 사회의 바람에 대한 배신 행위라 할 수 있다.

물론 시장에는 앞서 제기한 두 가능성과 다소 결이 다른 분석도 나와 있다. 카카오가 초기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꾀했는데 현재 시장 상황에서 여의치 않게 됐기 때문에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큰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면서 사회적 비판만 쏟아지는 불편한 사업을 정리하고픈 유인이 맞아떨어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어떤 이유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검토에 더 기여했는지와는 무관하게, 이 사안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의제는 비교적 분명하다. 그것은 혁신이란 말로 포장된 신기술이 신시장이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기득권화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성찰이며, 이는 카카오모빌리티 사업 철수 이유의 세 번째 가능성이다.

성공한 벤처기업에서 혁신의 아이콘을 거친 카카오는 이미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계열사만 100개가 넘는 신재벌이라는 별칭은 카카오를 둘러싼 평판이 혁신이나 진화 같은 긍정적 개념에서 꽤 멀어졌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야심 차게 시작한 모빌리티 혁신의 중단은 이런 시각을 공고하게 할 여지가 있다.

카카오가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언제고 모빌리티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다. 다만 그 일이 구글이나 애플이 아닌 토종 IT기업의 성과이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애국주의가 아니다. 디지털 혁신의 초석은 글로벌 기업들이 놓았지만 그 위에서 제2의 혁신을 일궈낼 사업가 정신이 카카오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 모빌리티 사업 철수는 카카오가 혁신 벤처라는 초심을 잃은 증거 중 하나는 아닐까. 대기업 카카오는 사회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신범수 산업 매니징에디터

신범수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