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로고박스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중고 플랫폼서 '귀하신 몸'

박수호 2022. 6. 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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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번개장터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 명품 로고 쇼핑백, 박스가 거래되고 있다. 출처 매경DB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이사를 했다. 짐 정리하는 와중에 해외여행 때 사왔던 명품구두 박스와 쇼핑백이 눈에 거슬렸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기도 하거니와 이제는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장에 버리려 했다.

회사에 가서 이런 얘기를 나누던 중 막내 사원 눈빛이 반짝였다. "팀장님, 쓸 곳이 있어서 그런데 그 박스랑 쇼핑백 저 주시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살짝 당황했지만 어디 선물할 때 담아가려니 생각하고 '그러마'했다. 다음날 집에 있던 여러 박스와 쇼핑백을 가져다 줬다.

* 버리려던 쇼핑백, 어떻게 됐을까

이사를 마무리한 뒤 처리할 중고품이 있어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접속한 A씨. 예전 사례가 생각나 명품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OO쇼핑백'을 검색했더니 5000원에서 많게는 2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신발 박스도 시세가 비슷했다.

용도가 궁금해 출근한 김에 다시 막내 사원을 소환했다.

'어떻게 처리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흥미로웠다. 요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SNS)나 당근마켓, 번개장터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 매물을 내놓을 때 살짝살짝 노출시키는 용도로 쓴다는 것. 그 사원은 "그냥 사진 올리는 것보다 배경에 명품 로고가 노출되는 분위기로 찍으면 당근마켓에서 더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라고 전했다.

그래서 본인도 주변 친구들이 이런 박스나 쇼핑백 있으면 서로 빌려주고 받거나 아예 사고 팔기도 한다고. A씨는 "이해가 되는 듯 안 되는 듯 하다"면서도 명품 포장재, 쇼핑백도 가치를 인정받으니 '귀하신 몸'으로 대접해야겠다고 전했다.

이런 경향이 빚어지는 배경은 뭘까.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유명해지고 싶은 2030 인류학 보고서) : 저자 정연욱)' 책에 따르면 이런 경향은 인플루언서 유형 중 물질적인 부를 과시하는 '물질파'를 추종하는 트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책에서는 "물질파들의 자랑 콘텐츠에는 우호적인 댓글이 많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우호적인 댓글은 곧 또 다른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머니가 가벼운 MZ세대 사이에서 허세, 자랑템으로 이런 아이템을 적극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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