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1151개 분석했더니..얕은 호수가 부영양화·녹조에 취약
얕은 호수일수록 부(富)영양화 같은 오염에 취약하고,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녹조도 잘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중국과학원 난징 지질·호소학연구소 산하의 호수 과학·환경 국가 핵심연구소와 영국·캐나다 연구팀은 면적이 0.5㎢ 이상인 유럽·미국의 호수 1151개에 대한 수질과 수심 등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을 최근 국제 저널 '워터 리서치 (Water Research)'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호수의 최대 수심이 13.8m를 경계로 해서 그보다 큰 호수는 사람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영향을 더 잘 받고, 질소·인 등 호수의 영양물질 농도도 높아지는 현상, 즉 부영양화도 훨씬 심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국가 호수 조사(NLA) 자료와 유럽 다중 호수 조사(EMLS) 자료를 활용했다.
수집한 데이터를 그대로 적용한 결과, 1151개 호수 가운데 217개(18.9%)는 영양물질 농도가 낮은 빈(貧)영양 호수(엽록소a 농도가 L당 2㎍ 이하)였고, 360개(31.3%)는 중(中)영양 호수(엽록소a 농도가 L당 2㎍ 초과, 7㎍ 이하)였다.
또, 306개(26.6%)는 부(富)영양 호수(7㎍ 초과, 30㎍ 이하)였고, 268개(23.3%)는 과(過)영양 호수(30㎍ 초과)로 분류됐다.
식물성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는 데 필요한 색소인 엽록소a는 호수에서 식물성플랑크톤의 분포를 나타내는 지표로, 부영양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산지·고지대 호수 수심 더 깊어
고지대 호수의 수심은 평균 20.8m, 산지 호수의 수심은 평균 22.6m, 평야와 저지대 호수 수심은 평균 8.8m로 나타났다. 평야와 저지대에 위치한 호수는 대체로 얕았고, 산간·고지대 호수는 대체로 깊었다.
연구팀의 통계 분석 결과, 사람에 의해 호수 주변 토지 이용이 활발할수록 영양물질 유입도 많아져 호수 식물성플랑크톤의 성장이 뚜렷했고, 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C)의 농도도 높았다.
평야와 저지대 호수의 67.0%가 부영양화되었지만, 고지대와 산지 호수는 27.6%만이 부영양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얕은 호수는 평야 지대에 있으면서 인위적인 오염물질 영향 많이 받게 되지만, 고지대의 호수는 주변 지역의 경사가 가파르고 토지 개발에도 부적합해 호수 오염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평야 지대나 저지대 호수는 주변 지역 도시나 농경지에서 오염물질이 흘러드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쉽게 부영양화된다는 것이다.
위치뿐만 아니라 수심도 중요한 요인으로 제시됐다. 부영양·과영양 호수는 주로 얕은 호수에 집중됐다.
수심이 작을수록 호수의 부영양화를 나타내는 영양 상태 지수(trophic state index, TSI) 값이 커졌다. TSI 값은 엽록소a와 영양물질(총인·총질소) 농도와 물의 투명도(세키 수심, 지름 30㎝의 하얀 원반이 맨눈으로 보이는 가장 깊은 수심)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미국 EPA의 2007년과 2012년 자료를 비교했을 때, 주변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해 얕은 호수에서는 호수 영양 상태 변화가 나타났지만, 깊은 호수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심 13.8m'…호수 특성 나뉘는 경계
연구팀은 "최대 수심이 13.8m 이하이면서 평야나 저지대에 있다면 82% 이상이 부영양 또는 과영양 호수였다"며 "반대로 빈영양·중영양 호수는 위치나 토지 이용 상태와 상관없이 최대 수심이 13.8m보다 컸고, 대체로는 최대 수심이 34.1m보다 컸다"고 말했다.
산지와 고지대에 있어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호수도 수심이 13.8m 이하인 것은 44.6%가 부영양·과영양 호수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저지대의 얕은 호수는 일반적으로 호수 부피(면적) 대비 집수구역(유역) 면적 비율이 크기 때문에 인위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얕은 호수는 수층-퇴적물 상호작용이 잘 일어나 퇴적물이 재부유되기 쉬어 호수 내 영양물질 농도가 높아지고, 식물성플랑크톤 성장도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깊은 호수는 침전을 통해 영양물질이 바닥으로 가라앉고, 재부유도 잘 일어나지 않아 식물성플랑크톤이 자라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얕은 호수가 왜 부영양화되기 쉬운지, 왜 수질 개선 노력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지를 설명한다"며 "따라서 얕은 호수는 수질 개선 속도가 느리더라도 영양물질 제거를 위해서는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양호에선 녹조 안 일어나는 이유 설명
이를 통해 과거 논쟁이 일었던 소양호에서는 녹조가 잘 일어나지 않고, 4대강 보에서 녹조가 잘 일어나는 이유도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소양호는 최대 수심이 120m가 넘고 최상류에 위치한 산지 호수인 데 비해 4대강 보로 만들어진 호수는 수심이 10m 안팎으로 얕고, 오염물질이 모여드는 강 본류에 있다. 강원도의 산지의 소양호보다 남쪽 영남 평지의 낙동강 수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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