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기관지 만들려는 게 아니라면

정승훈 2022. 6. 2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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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배경에는 여러 가지 문제의식이 포함돼 있지만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배열이 어떤 의도에 따라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깔려 있는 듯하다.

포털의 기사 편집·배열을 금지토록 한 개정안은 모든 언론사가 포털에 뉴스를 공급할 수 있게 하되 포털이 이를 차별하거나 거부해선 안 된다는 내용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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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장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배경에는 여러 가지 문제의식이 포함돼 있지만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배열이 어떤 의도에 따라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깔려 있는 듯하다. 왜 우리 당에 유리한 기사는 포털에서 보이지 않고 불리한 기사만 잔뜩 주요 페이지에 노출되는가. 이런 문제의식은 언론사들이 포털에 갖는 불만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언론사들도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유사한 고민을 한다. 왜 우리 언론사 기사는 포털에서 보이지 않고 타 언론사 기사만 잔뜩 주요 페이지에 노출되는가.

포털의 기사 편집·배열을 금지토록 한 개정안은 모든 언론사가 포털에 뉴스를 공급할 수 있게 하되 포털이 이를 차별하거나 거부해선 안 된다는 내용도 담았다. 포털에서 기사를 클릭했을 때 포털이 아닌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기사를 보도록 하는 아웃링크를 강제하는 조항도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전 인수위원회 과학교육기술분과가 내놓았던 포털 뉴스서비스의 신뢰성·투명성 제고 방안도 문제의식은 비슷하다. 포털 사이트가 ‘확증편향과 가짜뉴스의 숙주’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가칭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를 법적 기구로 설치하고 아웃링크 방식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포털 사이트가 ‘언론 위의 언론’ 노릇을 하지 못하게 하고, 독자들이 뉴스를 보는 방식을 아웃링크로 하겠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방향 자체는 시빗거리가 아니다. 문제는 법이나 제도를 바꿨을 때 기대한 효과가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제한 없이 모든 언론사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서비스하게 되면 독자들은 다양한 시각을 가진 양질의 기사를 더 많이 보게 될까. 오랜 기간 인터넷 뉴스의 변화를 지켜봐 온 입장에서 답변은 부정적이다. 최근에야 겨우 잦아든 중복·반복기사 전송, 소위 ‘어뷰징’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 과학교육기술분과의 지난달 브리핑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사는 무려 1만2000곳에 달한다.

인터넷 뉴스 이용자 대부분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읽는 상황에서 아웃링크로의 전환은 각 언론사의 클릭수 증가엔 도움이 되겠지만 개별사 입장에선 무작정 좋아할 일은 아니다. 클릭수 증가로 늘어나는 광고 수입은 완만한 반면 서버 증설 등 규모가 큰 지출은 단기간에 필요해진다. 포털이라는 동일한 링 위에서 기사로만 경쟁하던 환경이 메이저와 마이너 차이가 두드러지는 개별사 사이트에서의 경쟁으로 바뀌면 독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메이저 언론사들은 몇 년 전부터 연간 수억원씩 투자하며 전면 아웃링크화를 대비하고 있다.

건강한 숲을 이루기 위해서는 키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모두 제대로 성장해야 하는 것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기대하는 언론환경을 만들려면 다양한 시각과 주장, 비판을 내놓는 언론들이 골고루 성장해야 한다. 관목 없이 우뚝 솟은 나무로만 건강한 숲을 만들 수 없듯, 정부나 정치권 일각에 호의적인 기관지 같은 언론만 남아서는 제대로 된 언론환경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메이저 언론사 몇 곳만 살아남는 것도 정부나 정치권이 기대한 그림은 아닐 것이다.

정부는 통신사에 연간 수백억원을 구독료 명목으로 지출하고 신문매체 광고료로 연평균 2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집행해 왔다. 방송매체 광고료는 더 많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런 돈들이 다양한 매체가 자립하고 건강한 언론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통합 CMS 구축사업처럼 크게 표시가 나지 않지만 신청 매체들에는 절실한 사업의 예산 증액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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