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색 주제' 세 편의 새 영화

임보혁 2022. 6. 2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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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요즘이다. 그간 서로 모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자연스레 위축됐던 기독 문화계가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고난 속에서 오히려 창작 욕구는 더 빛을 발한다고 했던가. ‘생명 존중’ ‘다음세대’ ‘부부’를 주제로 기독교 세계관을 담은 세 편의 영화가 최근 세상에 나왔다.

생명 : ‘기브 뎀:사라진 자들의 비밀’
자녀 위한 소중한 결단 아버지가 점점 젊어진다…

자녀들의 오열을 뒤로하고 임종 선고를 받고 영안실로 옮겨지려던 한 75세 노인이 큰 숨을 토해내며 번쩍 눈을 뜬다. 집에 돌아온 노인은 시종일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다. 노인의 뒤를 밟기 시작한 그의 자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지는 아버지 모습에 놀란다. 아버지가 언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뒤를 쫓던 자녀들은 곧 상상하지 못했던 충격적 진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영화 ‘기브 뎀:사라진 자들의 비밀’은 생명 존중의 메시지를 판타지 미스터리 형식으로 전한다. 서로 연관 짓기 어려운 생명 존중과 미스터리를 엮은 42분짜리 단편 영화이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지금 우리의 존재는 어떻게 보면 우리를 지켜내고자 노력한 부모들의 소중한 결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영화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영화가 많아지길 소망하며 모인 영화인의 모임인 CCF(Christian Contemporary Film) 제작위원회의 첫 작품이다. 생명 경시와 폭력이 난무하는 대중 문화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창조주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제작됐다. 제작비 500만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시작된 영화는 개신교를 비롯해 천주교, 생명 운동단체, 대학, 180여명의 개인 후원자 등이 후원에 나서며 마치 ‘오병이어 기적’처럼 빛을 볼 수 있었다.

드라마 ‘카이스트’ 등을 연출한 김경용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고, 영화 ‘수상한 그녀’ 등을 쓴 홍윤정 작가가 각색했다. 영화 ‘말아톤’의 김준성 음악 감독이 참여했다. 노인 역은 배우 윤덕용, 자녀 역은 배우 김민상 강래연이 맡았다. 영화는 다음 달 4일 유튜브를 통해 첫선을 보인다.

청춘 : 뮤지컬 영화 ‘아르바이트’
주님과 함께하는 고난은 스펙! 내일이란 희망을 좇는 청춘들

마치 어딘가에 있을 희망을 찾듯 이리저리 길거리를 방황하는 청춘 남녀가 노랫말을 읊조린다. “우리라는 세상 속에 나만을 위해 산다면, 오늘은 아픔이란 과거가 되고 내일은 차갑게 얼어붙은 미래가 되겠죠. 내일이란 희망은 오늘을 견디게 하지만, 누굴 위한 희망을 좇았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쏜살같은 시간은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는데….”

영화 ‘아르바이트’ 속 ‘내일이란 희망’이란 곡을 부르는 장면이다. 영화는 제빵사를 꿈꾸며 학업과 아르바이트로 바쁜 하루를 사는 주인공 해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일본 유학길에도 오르지만 사업 부도로 쓰러진 아버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귀국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현실이란 무게 앞에서 점점 지쳐가는 해성과 같은 청년들은 묻는다. 무얼 위해 살아야 하는지, 내일엔 희망이 있는지를.

영화는 ‘주님과 함께하는 고난은 스펙이 된다’는 주제(창 39:23)처럼 꿈과 사랑을 찾아 애쓰는 청년들에게 그들의 아픔과도 늘 함께하시며 희망을 준비 중인 주님을 바라보자고 말한다. 하나님이 함께하시기에 우리 앞에 놓인 상처와 고난조차 ‘스펙’이 될 수 있다.

김신자 명지대 객원교수가 메가폰을 잡았다. 김 교수는 명지대와 한세대에서 문화사역 공연채플팀 ‘블루파이어’를 만들고 수차례 기독 공연을 기획했다. 최자실 목사 출생 10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 ‘그의 발자국’도 연출했다. 영화 속 음악과 춤이 이야기와 한데 어우러져 고난에 깃든 희망을 맛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영화 상영을 원하는 교회에는 협의를 거쳐 무료로 상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부 : ‘그대라는 기억 연숙씨’
기억 잃어가는 아내·시한부 남편 시련의 시간도 아끼며 나누는 사랑

‘어느 날부터 아내가 달라졌다. 건망증이 잦아지더니, 길을 잃고 매일 마주치는 사람도 깜빡 몰라보곤 한다. 손님 밥상도 솜씨 좋게 뚝딱 차려내던 아내가 달걀부침 하나를 못 해 쩔쩔맨다. 음식을 먹으면 씹어야 한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린 아내. 아내의 시간은 그렇게 거꾸로 흘렀다. 우린 그저 먹고사는 것밖에 모르는 세대였다.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좀 더 일찍 배웠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아내 이연숙씨 곁을 13년간 묵묵히 지켜온 남편 이규홍씨의 고백이다.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는 인생 끝자락에서 맞닥뜨린, 질병이라는 고난 앞에 선 이들 노부부의 분투기를 그렸다.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이양희가 담담하고도 묵직한 목소리로 노부부의 삶을 따라간다.

하나님께서는 최초의 부부 아담과 하와를 지으시며 서로를 돕는 배필이라 하셨다. 주름진 손으로 살뜰하게 아내를 챙기는 규홍씨 모습이 딱 그렇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고 나서야 비로소 부부는 옷을 곱게 차려입고 함께 사진을 찍고, 단둘이 여행도 가며 삶의 무게에 눌려 서로를 챙기지 못했던 지난날을 메꿔나간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난 규홍씨는 길가의 꽃을 따다 달아준다. 신혼여행도 제대로 못 간 지난날이 미안했을까. ‘우리에게도 눈부시게 꽃피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미처 몰랐지만 모든 게 당신 덕이었다고 말했어야 했다.’

규홍씨 마음을 대변한 이 내레이션이 큰 울림을 준다. 영화는 아내를 간호하던 규홍씨마저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며 절정을 맞는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 찾아온 시련도 이들의 사랑보다 크지 않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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