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상규명 도중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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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 최종 책임자
경찰 민주적 통제하되 수사 독립성 보장해야
임기 만료를 한 달여 앞둔 김창룡 경찰청장이 어제 오전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김 청장은 이날 사의 표명 이유를 설명한 기자회견에서 “현행 경찰법 체계는 국민적 염원이 담겨 탄생한 것인데, 경찰 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은 경찰 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가 봐도 권고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행안부 내에 경찰 업무 조직을 신설하고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 규칙을 제정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1시간 후의 일이었다.
그러나 김 청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경찰의 권한은 비대해졌다. 대공 분야, 군입대 전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까지도 독점하게 돼 민주적 통제는 불가피하다. 이번 경찰 제도 개선에 대해 “역대 청와대(BH)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해 행안부를 패싱하고) 경찰을 직접 지휘·통제하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이 장관의 시각이 틀리지 않다. 경찰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겠다는 것인가.
김 청장의 사의 표명은 몇 가지 점에서 부적절했다. 우선 사상 초유의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최종 책임자가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한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지난주 김 청장이 공개한 치안감 28명 전보 인사는 인사 발표 2시간 만에 7명의 보직이 바뀌는 비정상 인사였다. 행안부는 “초안을 보냈는데 경찰청이 대통령실과 협의 없이 공식 발표했다”고 주장하고 경찰 측은 “행안부가 최종안이라고 보냈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진상 규명에 성실히 협조해야 할 김 청장이 느닷없이 사의를 표명하고 나서니 정치적 저의를 의심받는다.
가장 큰 문제는 진정성이다. 김 청장은 기자들에게 사의를 표명했을 뿐 공식 라인을 통해 의원면직서(사표)를 제출하지 않고 휴가를 떠났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내지도 않은 사표에 대해 수리를 보류한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실과 여론을 떠보고 추후 책임회피 명분을 쌓기 위한 사퇴 쇼가 아니길 바란다.
지난 2년간 김 청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처신을 적잖이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한·일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치안 총수로는 12년 만에 독도를 전격 방문해 외교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진보·보수 시민단체 집회에 대한 대응이 편파적이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필수불가결한 조처다. 하지만 정부는 14만 경찰 공무원들의 우려를 감안해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 강구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경찰 쇄신은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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