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나오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무슨 일이

김경민 2022. 6. 2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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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침해 골머리..상장 대신 매각?

카카오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매각설에 시달리면서 재계 관심이 뜨겁다. 한동안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다 갑자기 지분 매각으로 선회한 걸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매각설에 시달리면서 재계 관심이 뜨겁다. 사진은 카카오T 택시. (매경DB)

▶MBK파트너스 인수 나서나

▷카카오, 상장 대신 매각 선회 가능성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카카오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재무적투자자(FI)인 미국계 사모펀드 TPG(텍사스퍼시픽글로벌)와 칼라일이 보유한 지분도 잠재적 거래 대상에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가 지분 57.5%, TPG와 칼라일이 각각 29%, 6.2%를 보유 중이다. MBK파트너스가 카카오 보유 지분만 인수해도 단숨에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을 거머쥐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갑작스레 매각설에 휘말린 배경은 뭘까.

카카오모빌리티 성장 과정부터 들여다보자. 카카오는 2015년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인수하면서부터 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 카카오에서 물적분할된 이후 카카오의 대대적인 지원 덕분에 ‘국민 앱’으로 급성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 앱 가입자 수만 3100만명에 달한다. 월 활성 이용자도 1000만명 수준으로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 위상을 자랑한다. 매출은 2018년 536억원에서 지난해 5464억원으로 10배가량 급성장했고 올해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최근 투자자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약 8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사업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정치권, 운수 업계에서 골목상권 침해, 플랫폼 독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비난 여론이 커졌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카카오모빌리티를 두고 정치권 난타전이 벌어졌다. 대리운전 업체를 문어발식으로 인수한 데다 퀵서비스, 공유자전거, 택배, 렌터카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에 진출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2018년 말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카풀은 택시 업계 반발로 2019년 초 중단됐다.

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호출비를 1000원 정액제에서 최대 5000원으로 올려 소비자, 택시 업계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택시 기본요금보다 호출비가 비싸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했지만 이미 상처 입은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카카오T 콜택시 독주 체제가 계속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우버와 티맵모빌리티 연합군 ‘우티’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우티가 앞세운 것은 사전확정요금제와 탄력요금제다. 사전확정요금제는 승객이 입력한 목적지를 바탕으로 앱에서 미리 요금을 고지하고, 사전에 이용 요금을 확정하는 것이 골자다. ‘예상 요금’만 제공하는 카카오택시보다 요금 정보가 더 정확해 택시기사와 승객 간 운임 분쟁이 줄어든다. 탄력요금제도 눈길을 끈다.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는 더 높은 요금을 책정해 빠른 배차를 유도하고, 반대로 이동 수요가 적을 때 요금을 낮춰 승객을 유인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택시기사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택시기사들이 카카오T에서 우티로 대거 옮겨 갔다는 후문이다. 가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심야 택시 대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택시기사 수급난이 심화되면 카카오T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야심 차게 추진해온 IPO도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2017년 당시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한 TPG가 올해까지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카카오모빌리티는 IPO에 속도를 내왔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쓱닷컴 등 ‘대어’들마저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는 상황이라 IPO 성공은 미지수다. 지난해 IPO를 추진하다 중단했고, 올 3월 크레디트스위스(CS), 모건스탠리, 씨티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을 상장 주관사단으로 선정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우려다.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으로 카카오 자회사 상장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점도 변수다. 지난해 말 당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 임원진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900억원어치 카카오페이 주식을 고점에 팔아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주주들은 자사주 매입 등의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는 여전히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시달리는 데다 IPO도 만만찮아 아예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수월하겠다고 판단한 듯싶다”고 귀띔했다.

카카오 입장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를 떼어내면 두둑한 현금을 받는 데다 사회적 비난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카카오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근 공시를 통해 “카카오의 주주가치 증대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매각 걸림돌은 없나

▷몸값 높고, 직원 반발 변수

물론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아무리 대형 사모펀드라도 기업가치가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 몸값을 지불하기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카오모빌리티 주주인 칼라일과 TPG는 카카오가 지분을 팔 때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도 팔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태그얼롱)’을 보유했다. 이들 지분을 모두 매입할 경우 거래금액이 최대 10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그동안 핵심 자회사를 매각한 사례가 없는 만큼 가격이 맞지 않으면 굳이 무리해서 매각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도 몸값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과감하게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직원 반발도 무시 못할 변수다.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직원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이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유니언’에 대거 가입해 노조 가입률이 50%를 돌파했다. 카카오에서 노조 가입률이 50%를 돌파한 계열사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처음이다. 혹여 매각이 성사될 때를 대비해 고용 승계 등 협상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다.

직원 동요가 커지자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주주 구성 변화가 이뤄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크루 권리가 침해받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오히려 매각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서 직원 불만이 더 커졌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카카오 노조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회사가 매각 이유와 논의 과정, 이후 추진 의사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고 ‘매각이 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고 형식적이다. 사모펀드로의 매각은 통상 사업의 정리 수순으로 이어지는 만큼 30만 노동자의 고용 불안 문제도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단체교섭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인수 후보가 대기업이 아닌 사모펀드라는 점을 두고 직원 불만이 더 커진 듯싶다. 회사 성장세를 키우기보다 단기적인 수익에만 매달리는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핵심 인재가 대거 이탈할지 모른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이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A대학 경영학 교수의 분석이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5호 (2022.06.29~2022.07.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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