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까지 뛰어든 CDMO, 뭐길래? 바이오 산업 캐시카우..신약 지렛대로

배준희 2022. 6. 2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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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과 바이오 벤처기업이 잇달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단순 위탁생산이라 할 수 있는 CMO에 주력해오다 이를 뛰어넘어 보다 고도의 개발·생산 역량이 요구되는 CDMO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CMO에 이어 CDMO로 벌어들이는 현금과 축적한 개발 역량을 지렛대 삼아 신약 개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 국내 바이오업계의 다음 발걸음이다.

롯데그룹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약 1조원을 투자한다. 사진은 지난 6월 13일(현지 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2022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 마련된 롯데바이오로직스 부스.
▶삼바·SK 이어 롯데도 1조 투자

▷바이오 벤처기업도 도전장

최근 롯데그룹이 CDMO 사업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 주목받는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2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에 참석해 “최대 1조원을 투자해 국내에 ‘메가플랜트(대형 공장)’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인천 송도와 충북 오송 등을 후보지로 올려놓고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BMS의 미국 뉴욕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CDMO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국내 공장 건설과 함께 시러큐스 공장도 1000억원을 투자해 CDMO 시설로 전환한다.

업계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 최대 1조원을 투입할 경우 20만ℓ 규모 생산시설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에 18만ℓ 규모의 3공장을 짓는데 약 8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기준으로 한 추정이다. 3만5000ℓ 규모의 기존 시러큐스 공장도 CDMO 생산시설로 전환 과정에서 증설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추가 증설이 가능하다”며 “메신저리보핵산(mRNA),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CDMO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는 바이오업계에서 후발 주자지만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수적인 CDMO 산업 특성상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는 분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화학과 바이오 산업에서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 다르지 않다고 보고 적극적인 투자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CDMO 시장에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은 물론 벤처기업까지 줄줄이 도전장을 던지는 분위기다. 특히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이 CMO에서 축적한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CDMO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대표적인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바이오젠과의 합작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로 편입해 CDMO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CDMO 계약 덕분에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SK는 SK팜테코를 중심으로 원료의약품 CDMO 사업을 키우는 데도 주력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7월 인체 내 미생물을 통칭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 ‘천랩’을 인수하고 올 1월 ‘CJ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을 바꿨다. 지난해 11월에는 네덜란드 소재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인 ‘바타비아’를 인수하며 관련 사업을 본격화할 것을 예고했다.

바이오 벤처도 CDMO 사업 진출 선언에 동참하는 중이다. 헬릭스미스, 지놈앤컴퍼니, 메디포스트, 강스템바이오텍 등이 대표적이다. 지놈앤컴퍼니와 메디포스트는 최근 미국과 캐나다 CDMO 업체를 인수했다.

▶CDMO 뛰어든 이유는

▷신약 개발 역량 구축

국내 바이오 기업이 CDMO 시장에 줄줄이 뛰어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신약 개발 사업 본격화 전 기술 역량 축적을 위한 목적이다. 지금까지 국내 바이오 기업은 단순 위탁생산이라 할 수 있는 CMO에 주력했던 것이 사실이다. CMO와 달리 CDMO는 아예 신약 개발 단계부터 빅파마와 임상에 참여하다 개발 성공 시 수년간 생산을 도맡는 구조다. 반도체 시장의 파운드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단순 위탁생산에 주력하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도 최근에는 주요 칩셋 설계 과정에 참여하는 등 기술 개발이 더욱 고도화됐다. 빅파마 연구원 출신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 바이오 기업은 기본적인 개발 역량이 전혀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신약 개발로 직행하려다 낭패를 봤다”며 “CMO를 거쳐 CDMO로의 질적 도약은 역량이 축적되고 전환돼가는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으로 보인다”고 촌평했다.

둘째는 높은 성장성과 현금흐름(EBITDA) 확보다. 시장조사기관마다 전망치는 제각각이지만 CDMO 시장 전망은 비교적 밝다. 시장분석 업체 리서치앤마켓은 보고서에서 CDMO 시장 규모가 올해 1727억달러(약 217조원)를 기록하고 2026년까지 매년 평균 약 9%씩 성장해 2466억달러(약 31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리서치앤마켓은 “연구개발(R&D) 지출과 아웃소싱 증가 추세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를 단행한 것도 이런 성장성 때문이다. CDMO 산업은 제조업과 속성이 비슷하다. 우수 인력 영입에 따른 인건비와 설비투자 지출은 고정비 성격이 강한 만큼 앞으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 현금흐름 확보라는 현실적인 목적도 있다. 바이오 기업은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위한 비용 지출이 필수적이므로 현금흐름이 좀처럼 플러스를 기록하기 힘들다. 상장이나 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조달할 수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른 변동성은 유연한 전략 수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금흐름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사업부를 구축해두면 이를 지렛대 삼아 신약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는 데도 버팀목이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CDMO 사업이 충분히 자리를 잡고 성숙기에 접어들면 관련 사업부를 한데 묶어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다만, CDMO 시장은 기술력에 따라 차별적인 성장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기술 차별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화학합성의약품 분야보다는 고도의 개발 역량이 요구되는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더욱 높은 수준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CDMO 시장 공략을 서두르는 기업 중에서도 주력 사업 분야가 다소 차이를 보인다. 가령, 이미 충분히 CMO 시장에서 개발·제조 역량을 축적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 백신 원료 생산에 필요한 ‘LNP’와 ‘플라스미드 DNA’ 등을 자체 제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 mRNA 프로젝트는 2022년 4월 중 미국식품의약국(FDA)의 ‘cGMP(의약품품질관리기준)’ 심사 신청을 목표로 삼았다. SK팜테코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의약품 시장에 화학합성의약품과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중이다.

이달미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기업들이 잇따라 바이오 CDMO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현재 수백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시장이 향후에도 매년 10% 이상 고성장세가 예상되는 매력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라며 “최근 글로벌 CDMO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CDMO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삼성을 제외한 후발 주자인 국내 업체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5호 (2022.06.29~2022.07.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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