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 하는 국회, 염치는 있는 건가
[임병식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왼쪽부터)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
ⓒ 국회사진취재단 |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법을 지키지 않는 기관을 꼽으라면 단연 '국회'다. 입법기관이 툭하면 법을 어기는 역설은 아마 한국 국회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상습적인 법 위반은 21대 후반기 국회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전반기 국회는 5월 29일 추경안 처리를 끝으로 '개점 휴업' 상태다. 법대로라면 5월 말까지 원 구성을 마쳤어야 했다.
그 사이 국내외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물가와 은행이자는 오르고, 원화 가치와 주가는 급락했다. 수출기업은 당연하고 내수 기업까지 위기 상황이다. 고물가 탓에 소비심리는 잔뜩 얼어붙었다. 당장 주말 가족 나들이조차 여의치 않다. 다락같이 오른 기름값에다 고물가 때문이다.
저녁 밥상을 준비해야 하는 서민은 심란하다. 채소류부터 계란, 삼겹살까지 안 오른 품목이 없다. 기업과 가계를 가리지 않는 경제 한파는 끝을 가늠하는 게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먹구름은 짙다. 어느 때보다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악수를 거부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지난주 언론보도는 한심한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당내 주도권을 놓고 국민의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준석 대표와 윤심(尹心)을 대변하는 배현진 최고위원 간 대리전은 민망할 정도다. 전날 배 최고위원과 언쟁을 벌였던 이 대표는 이날 배 최고위원이 내민 손을 야멸차게 뿌리쳤다.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 어깨를 치며 수습하려 했지만 회의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국민들 눈에 비친 집권여당 최고위원 회의는 '봉숭아 학당'과 다를 바 없었다.
민주당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8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에 출마하느냐를 놓고 내전 상황이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도 아직도 뭐가 중한지 모른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지난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후반기 원구성이 늦어지는 직접적 이유는 법사위원장 자리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지난 한 달 동안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를 놓고 대치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 합의대로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여야가 바뀌고 원내 집행부가 새로 구성된 만큼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맞섰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민의힘에게 법사위원장을 양보하겠다며 당내 입장을 정리했다. 협상에 필요한 물꼬는 텄지만 난항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이 내건 법사위 권한 축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가동,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검수완박' 취하 조건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응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기존 합의를 이행하는 것에 불과하기에 추가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국회는 한 달 가까이 멈췄다. 국회가 당장 가동돼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 지난 27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2022.6.27 |
ⓒ 연합뉴스 |
국회가 멈춰선 동안 김창기 국세청장은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됐다. 또 박순애 교육부장관과 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29일까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상태다.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 뒤 돌아와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순애, 김승희 후보자는 음주운전 전력과 이해충돌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을 대신해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건 국회 책무다. 만일 청문회 일정을 잡지 못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회는 할 말이 없다. 사실 국민들에게 당권 향방이나 계파 싸움, 나아가 여야 힘겨루기는 관심사가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안정이 중요하다. 국민들은 평소에는 말이 없다. 하지만 투표장에서는 냉정하다는 걸 망각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당권 다툼과 여야 대립으로 시간을 허비할 것인가. 민생을 방치한다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음 선거에서 '폭망'을 각오해야 한다. 국회법이 정한대로 원구성에 나서는 게 당연한 책무다. 법을 지키지 않는 국회는 염치가 없다. 선거 때 국민들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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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임병식씨는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입니다. 이 글은 <한스경제>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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