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혁신위 열린 날..장제원 포럼엔 與의원 56명 총집결
27일 국민의힘에는 ‘혁신’이라는 말이 경쟁적으로 등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원회는 최재형 의원 주도로 첫 회의를 열었고,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의원 모임인 미래혁신포럼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초청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 전 위원장은 친윤 그룹과 갈등 끝에 사퇴했던 터라 이목이 집중됐다.
새 정부 초기, 더구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이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당내 세력 경쟁이 한창이고,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안 심사를 앞둔 뒤숭숭한 상황에서 분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 대표와 친윤 그룹 간에 같은 날 혁신 경쟁이 불붙자 당 안팎이 술렁댔다.
이날 장 의원은 미래혁신포럼 강연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못했던 모임을 재개했을 뿐”이라고 세력화를 부인했지만, 행사엔 여당 의원 56명이 집결해 의원총회를 방불케 했다. 강연 전 축사에서는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등 친윤계 좌장들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았고, 안철수 의원이 사회자인 박성중 의원의 권유로 예정에 없던 축사를 했다. 이를 두고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친윤계와 안 의원이 원팀이라고 선포하는 것 같았다”(초선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장 의원은 축사에서 정치 세력화라는 일각의 평가를 의식한 듯 “보좌관도 걱정됐는지 인사말을 짧게 하라고 하더라”며 “민주당, 무소속 의원들도 함께할 수 있는 포럼이 되길 바란다”고 말을 아꼈다.
강연자로 나선 김종인 전 위원장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의원들이 대통령만 쳐다보며 사는 집단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래서는 정치적 발전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대선에 대해선 “(전망과 달리) 왜 0.7%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2년 후 총선 전망이 제대로 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2020년 총선 패배 직후의 절실함과 결기를 잃은 것 같아 조언해주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해서는 “지금 당이 그럴 때도 아니고, 관심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포럼이 끝난 뒤 장 의원에게는 이 대표 관련 질문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장 의원은 “어떤 갈등이 있다는 것인가. 저는 (이 대표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한 적이 없다”고 갈등설을 부인했다.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흰머리 사진을 게재하는 등 자신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을 두고는 “저는 평론가가 아니고, 그런 것까지 논평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친윤 그룹의 세력화에 나섰다는 평가에는 “과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 의원은 이 대표가 자신과 장 의원을 겨냥해 페이스북에서 “간장(간철수+장제원) 한 사발”이라고 조롱한 것에 대해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뭐 속이 타나 보죠”라고 비꼬았다.
한편 이날 오후 열린 당 정책의총에 의원들이 채 40명도 참석하지 않자 권 원내대표는 당 의원들에게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참석 인원이 (장제원 의원의) 미래혁신포럼과 김기현 의원의 아침 모임보다도 적다”며 “오늘 참석자 명단을 파악해 발송해달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는 혁신위 첫 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당이 빈 밥그릇을 놓고 다투는 모습으로 비치면 국민 시선이 언제 싸늘해질지 모른다”고 강조했고, 부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은 “민생이 허덕이는데 집권당은 볼썽사나운 저급한 뉴스만 생산하고 있다”고 당내 분란을 지적했다. 혁신위 대변인을 맡은 김종혁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올 연말까지를 활동 기한으로 잡을 것”이라며 “향후 난상토론을 하고 지방을 순회하면서 당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혁신위 회의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회의 전 최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다. 친윤계 의원들을 겨냥해서는 노골적인 비난을 거듭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MBN 방송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이 (장 의원) 포럼에 간 것은 지지해서가 아니라 ‘너희들 들으라’고 말하기 위해서다”라며 “그런데 (친윤계 의원들이) 별로 (교훈을) 안 느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에 대한 익명 인터뷰가 매일 나오는데 권력을 누리고 싶으면 전당대회를 통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당내 갈등의 배후에 일부 윤핵관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힘을 실어주는 혁신위와 친윤 그룹의 충돌을 시간 문제로 보는 이들이 많다. 특히 혁신위가 당 인사들의 명줄이 달린 공천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면 내홍이 폭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당 관계자는 “당내에 마땅한 ‘원톱’이 없는 무주공산의 상황이 이합집산과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흔들리고,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안 심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당이 권력 다툼에 골몰해 위기를 자초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혁신 방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고, ‘내가 혁신의 적임자’라는 목소리만 넘치는 게 여당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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