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규탄" vs "정상 방송".. '미남당' 둘러싼 두 입장

김예슬 2022. 6. 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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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이하 공동행동)이 모여 ‘미남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슬 기자

KBS2 새 월화드라마 ‘미남당’ 방영을 두고 제작사와 방송 노조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방송스태프노조는 방송 중단을 촉구한 반면, ‘미남당’ 측은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27일 오전 서울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이하 공동행동)이 모여 ‘미남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미남당’의 감독과 배우가 함께한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양측 입장이 분명한 만큼 두 행사의 온도차 역시 극명했다.

“일주일마다 영화 한 편 내는 꼴… 스태프 희생 클 수밖에”

이날 ‘미남당’ 규탄 기자회견장엔 스태프 노동 실태 문제를 최초로 지적한 스태프 A씨도 자리했다. 그는 ‘미남당’ 제작사에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다 해고됐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앞서 ‘미남당’ 측은 “일부 스태프가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며 재계약에 동의하지 않아 계약이 종료됐다”고 해명했으나 공동행동 측은 “이는 엄연한 해고”라고 맞섰다. 공동행동 측은 이날 회견에서도 “드라마 스태프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아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근로기준법도 준수하지 않게 된 것”이라면서 “스태프를 노동자로 보는 것엔 법적으로도 이견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27일 오전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이하 공동행동)이 모여 ‘미남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슬 기자

재계약이 불발된 것 역시 법적 권리를 저버린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윤지영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드라마는 처음 함께한 스태프가 마지막까지 일정에 참여한다. 관행적으로 계약이 갱신되는데도 당사자 의사에 반해 재계약이 이행되지 않으면 해고로 볼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법은 사람다움을 보장할 수 있는 최저 기준선”이라면서 “법정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교묘히 호도하는 노동법 위반 행위부터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 MBC 드라마국장을 역임한 이은규 PD는 드라마 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PD에 따르면, 과거 미니시리즈 형태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제작비는 낮추고 작품 완성도는 올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초과 노동을 자처한 게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이 PD는 “한국 드라마 산업 발전엔 스태프의 희생이 있었다”면서 “PD들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전 세계에서 미니시리즈를 주 2회 방송하는 건 우리나라뿐이다. 120분짜리 영화를 매주 만들고, 그걸 8번이나 반복하는 꼴”이라고 주장하며 “지금이라도 주 1회 편성으로 바꿔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영화산업노동조합 박찬희 위원장은 “영화계에선 근로계약 체결과 4대 보험 적용이 당연한데 드라마 현장은 그렇지 않은 곳이 많았다”면서 “현장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A씨 역시 “‘미남당’을 시작으로 앞으로의 드라마 제작 현장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웃음꽃 만발 ‘미남당’ 제작발표회… 추가 입장은 ‘無’

KBS2 ‘미남당’ 제작발표회 현장. KBS

공동행동의 규탄 회견과 다르게 ‘미남당’ 제작발표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앞선 논란에 대한 언급 역시 없었다. 행사에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은 작품에 임하는 각오부터 준비 과정, 관전 포인트 등을 강조했다. 현장 분위기가 좋다는 말도 곁들여졌다. 고재현 감독은 “여러 코믹 수사물이 있지만 전직 프로파일러가 현직 무당을 연기한 콘셉트는 ‘미남당’뿐”이라면서 “코믹, 스릴러, 미스터리, 감동 코드가 섞인 복합장르다. 흐름이 잘 이어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또 “팬데믹 시국이었던 만큼 힘들고 어려웠지 않나. 큰 웃음과 잔잔한 감동, 미스터리한 재미를 선사하고 싶어 노력했다”며 애정 어린 시선을 당부했다. 행사 직후 추가 입장을 묻는 쿠키뉴스에 ‘미남당’ 관계자는 “예정에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미남당’ 측은 지난 7일 발표한 공식 입장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미남당’ 측은 스태프와 합의하에 업무위탁계약을 체결, 계약서 내용대로 주 52시간을 준수해 촬영했다고 알렸다. ‘미남당’ 측에 따르면 제작기간 23주 동안 평균 촬영 시간은 주당 약 39시간, 가장 적게 촬영한 주의 촬영 시간은 약 25시간이었다. ‘미남당’ 측은 “촬영기간이 연장되며 합의 조항에 따라 협의를 진행할 때 재계약에 동의하지 않은 일부 스태프들과는 계약 내용에 따라 계약을 종료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대부분 스태프들은 주 52시간을 준수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공동행동 측은 ‘미남당’의 입장을 두고 “교묘하게 편집된 주장”이라고 반박한 상태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진재연 사무국장은 “시청자들에게 현 상황을 알리고 넷플릭스에도 항의하려 한다. 미국 스태프 노동조합에도 연대를 요청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결국은 구조적 문제… 무조건적인 비난으로 이어지지 않길”

일각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 52시간 제도가 정착됐다고 해도 여전히 일부 현장에선 과로 등 노동 불균형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미남당’ 사태와 관련해 한 방송 관계자는 “결국은 제작 산업의 구조적 문제”라면서 “단순히 갈등을 부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조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으로 드라마가 평가 절하되는 것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스태프들의 권익 향상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쏟은 노력이 희석될까 우려된다”면서 “무조건적인 비난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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