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상한폭까지 바꿔 올렸다..4인 한달 1535원 더 내야
다음 달부터 전기와 가스요금이 동시에 오른다. 최근 높아진 물가에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지만, 대규모 한전 적자와 급등하는 국제 유가에 결국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 재무 부담을 키웠다며,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약관 고쳐 4인 가구 1535원 인상
전기료는 크게 ▶1년에 한 번 결정하는 기준 연료비 ▶분기마다 정하는 실적 연료비 ▶정부 환경 정책 비용인 기후·환경요금으로 나뉜다. 이 중 정부가 이번에 올린 것은 실적 연료비인데, 인상 상한선은 분기 기준 ㎾h당 3원, 1년 기준 ㎾h당 5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한전 적자 규모가 수십조에 달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규정까지 고쳐 인상 폭을 늘렸다. 다만 요금 1년 상한선(5원/㎾h)은 일단 그대로 뒀다. 3분기에 1년 상한선인 ㎾h당 5원을 올렸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또 고치지 않고서는 4분기에 추가 인상할 수는 없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실적 연료비가 아닌 기준 연료비를 올해 ㎾h당 9.8원, 기후·환경요금은 ㎾h당 2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2013년 11월 이후 9년 만의 전기요금 인상이었다. 대신 인상 시점을 4월과 10월 나눴는데, 지난 4월에는 기준 연료비(4.9원/㎾h) 절반과 기후·환경요금(2원/㎾h) 먼저 올렸다.
다만 한전은 취약계층의 요금 인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7∼9월에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복지할인 대상 약 350만 가구의 할인 한도를 40%로 확대한다. 특히 장애인·기초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계층은 3분기 요금 인상 폭만큼 할인 한도(1600원)를 늘려 월 최대 9600원을 할인해 줄 예정이다.
가스요금도 오른다. 27일 산업부와 한국가스공사는 다음 달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의 원료비 정산단가를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11원 인상한다고 했다. 이 인상 폭을 적용하면 서울시 기준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은 월 3만1760원에서 3만3980원으로 약 2220원 오른다. 주택용 기준으로는 약 7.0%, 음식점 및 숙박업소 등 영업용1(일반용) 기준으로는 7.2% 오르는 금액이다. 목욕탕 및 쓰레기소각장 등 영업용2(일반용) 기준으로는 기존보다 7.7% 요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
“탈원전 비용만 11조” 요금 인상 부메랑
정부가 고물가 부담에도 전기료 인상이라는 고육책을 택한 것은 한전 적자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서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한전 재무부담을 더 키웠다고 비판한다. 실제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가 27일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 5년간 천연액화가스(LNG) 발전에 추가로 쓴 비용이 11조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문 정부 이전 5년간 원전 평균 이용률(81.6%)을 문 정부에서도 유지했다고 가정했을 때, 줄어드는 LNG 발전 비용으로 계산한 것이다. 한전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 7조7869억원(연결기준)을 메우고도 남는 금액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에너지 공기업 부담으로 작용했다. 주 교수는 문재인 정부 5년 간(2017~2021년)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로 지급한 비용이 약 11조3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는 정부가 정한 비율만큼 에너지 공기업이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사야 하는 제도다. 연평균으로 하면 약 2조3000억원이 쓰였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1조2000억원)에 비해 약 88% 상승한 금액으로 5년간 5조3000억원이 더 지급됐다.
정부는 또 문 정부가 탈원전 정책 비판 등을 의식해 요금 인상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정부에서) 요금을 올리면 탈원전 때문에 올랐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그런(요금 인상을 억누른) 것”이라고 했다.
하반기 요금 부담 더 커질 것
요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08년 상반기 연료비 상승분의 40% 수준인 6680억원을 재정으로 지원해 한전 재무부담을 줄여줬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한전의 적자 폭이 너무 큰 데다, 정부 재정 지원을 산업계 보조금을 해석할 수 있어,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공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한전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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