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출국 배웅 불참한 이준석 "尹 허례허식 멀리하지 않나"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 출국 환송 행사는 단출했다. 여당에선 권성동 원내대표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했고, 이준석 대표는 불참했다.
27일 오후 2시 윤 대통령은 29~30일(현지시간)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공항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했다. 이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진복 정무수석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윤 대통령 배웅을 위해 공항을 찾았다. 여당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가 공항을 찾았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환송행사 참석자들과 별도의 사전환담을 갖지 않고 간단히 인사만 나눈 뒤 곧바로 출국했다고 한다. 별도의 출국 메시지도 없었다.
이날 정치권의 관심을 끈 건 이준석 대표의 환송행사 참석 여부였다. 전날 이 대표 측은 참석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관련 일정이 없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에서 전날 공지한 일정에 따르면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출국하는 시각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내에선 “그래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인 만큼 당 대표가 당일에라도 참석을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다. 권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대통령실)로부터 참석 요청은 없었고, 이진복 정무수석이 ‘굳이 바쁘면 안 와도 된다’고 했다”면서도 “그래도 우리 당 대통령이 처음 출국하는 길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 일정이 비어있어서 공항에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는 결국 이날 윤 대통령의 출국길 대신 최 의원실이 주최한 세미나에 나타났다. 이 대표는 이날 세미나 참석 직후엔 환송행사 불참 이유에 대한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역대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환송행사에 여당 대표가 불참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2017년 6월 첫 해외 순방으로 미국을 갈 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공항을 찾아 배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미국으로 첫 해외 순방을 갈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의 배웅을 받았다.
다만 역대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과 윤 대통령의 이번 출국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통상 양자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첫 순방지로 택한 역대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의 이번 스페인 출국은 다자회담인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에서도 ‘환송행사는 간소히 하자’는 기류가 있었다고 한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도 전날까지 따로 배웅 계획이 없었는데, 이날 오전 권 원내대표가 ‘함께 가자’고 제안해 즉석에서 환송행사 참석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권 원내대표도 이날 이 대표와 환송행사 참석에 대해 조율했는지 여부에 대해 중앙일보에 “각자 개인의 판단에 따라서 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당의 수장인 이 대표가 대통령의 첫 출국길을 찾지 않은 걸 놓고선 해석이 분분하다. 최근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이달 중순 회동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던 중이라 더욱 그랬다. 이 대표의 불참을 두고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멀어진 거리를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대통령실로부터 요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꼽혀 온 권 원내대표가 배웅에 나서면서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대표가 점점 당에서 입지가 줄어드는 걸 보여준 단편적 사례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한 방송에 출연해 이같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격식을 갖추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환송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제가 들은 공식 이야기”라며 “대통령께서 허례허식을 멀리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거기)부합하는 게 맞지 않겠나 생각해서 안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사가들은 '가면 당 윤리위원회 때문에 갔다고 할 거고, 안 가면 대통령이 불편해서 안 간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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