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MB물가지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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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한다.
MB 정부는 가격통제의 기반이 된 'MB물가지수'를 발표하는 등 요란하게 대응했지만 서민들의 곡소리는 더 커지기만 했다.
MB 정부의 물가대책이 약발이 먹혀서일까? MB물가지수 품목들의 5년간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6배에 달했다는 점을 보면 이 정책의 효과가 아님은 분명하다.
금융위기라는 태풍 속에서 MB물가지수는 국민들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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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한다. 우리는 과거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배웠지만 이상하게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럴 때면 늘 이번만큼은 역사의 실패를 교훈 삼아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따라 붙지만 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14년 만에 다시 도래한 경제위기 상황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이 그렇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출범한 이명박 정부(MB 정부)의 최대 고민은 물가였다. MB 정부 출범 시 3.6%(2008년 2월)로 시작한 물가 상승률은 그해 7월 5.9%로, 6%에 육박할 정도로 무섭게 뛰었다. 지금처럼 국제유가와 이상기후에 따른 곡물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의 주범이었다. MB 정부는 가격통제의 기반이 된 ‘MB물가지수’를 발표하는 등 요란하게 대응했지만 서민들의 곡소리는 더 커지기만 했다. 그런데 1년 만에 반전이 벌어졌다. 2008년 7월 최고치를 찍었던 물가 상승률이 정확히 1년 후인 다음해 7월 1.6%로 뚝 떨어진 것. 좀 과장을 보태면 고물가가 아닌 저물가를 고민해야 할 상황으로 뒤바뀐 것이다. MB 정부의 물가대책이 약발이 먹혀서일까? MB물가지수 품목들의 5년간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6배에 달했다는 점을 보면 이 정책의 효과가 아님은 분명하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져온 결과였다. 부실 금융의 고리가 가계와 기업의 부도 등 실물 경제로 번지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던 게 다시 물가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금융위기라는 태풍 속에서 MB물가지수는 국민들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데 이 물가지수가 정권이 다른 문재인 정부에서 ‘외식가격 공표제’로 부활했다. 문 정부는 정권 말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햄버거와 치킨 등 12개 외식 품목 가격을 매주 공개하는 악수를 뒀지만 효과는 없었다. 가공제는 물론 농축산물의 가격 관리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정권을 바꿔 재차 보여준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물가 대응은 어떨까. 앞서 반복한 역사, 두 번의 실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출발은 가격 통제가 아닌 원가 절감에 방점을 찍고 물가를 관리하겠다며 다른 모습을 보이는 듯했지만 끝내 가격통제 수순을 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자 장사’ 발언 후 여당과 윤 정부 경제팀은 기업들에 고통 분담을 촉구하고 있다. 때마침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경기침체를 걱정하고 있는 지금 말이다. 2008년 역사와 묘하게 닮았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1년 후 대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다. 고물가의 주범은 비슷해 보이지만, 나머지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제로금리까지 갈 정도 양적완화에 나섰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고물가를 막기 위해 급격히 돈줄을 죄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공급망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환율 전쟁 등도 현재 진행 중인 위기다.
더 큰 문제는 윤 정부가 복합위기를 진단하고도 구체적인 처방을 제때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가안정과 엇박자인 재정 확대 행보를 보이는 것이나, 틀렸다고 했던 가격통제 방식으로 회귀하려는 것도 다 그래서일 테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보편적인 재정 지원은 되레 물가 상승을 자극해 취약계층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기업에 대한 가격통제도 차후 기업이 살기 위한 구조조정의 수순으로 넘어갈 수 있다. ‘당장 숨 넘어가니 해야 한다’는 식이 아닌 저소득층ㆍ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만을 위한 디테일한 핀셋 지원 정책이 필요한 때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정부라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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