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끝판왕', 여기에 사는 참꼬막
[이돈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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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에 사는 한 어르신이 뻘배를 타고 갯벌로 나가 낙지를 잡고 있다. 6월 20일 낙지 금어기가 시작되기 전의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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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 하면 꼬막, '꼬막' 하면 벌교로 통한다. 보성 벌교는 '꼬막의 지존' 참꼬막의 주산지다. 참꼬막은 알이 굵다. 비릿한 냄새가 약간 난다. 육질을 손으로 만지면 오므라들 정도로 싱싱하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도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하다'고 언급돼 있다.
벌교꼬막의 4분의 3을 생산하고 있는 섬이 장도다. 청정갯벌을 자랑하는 여자만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장도는 '꼬막섬'이다. 장도를 꼬막섬으로 만든 건, 여자만의 갯벌이다. 무안갯벌처럼 황토가 섞인 것도, 장흥갯벌처럼 모래가 섞인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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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만에서 채취한 참꼬막. 알이 굵고, 비릿한 냄새가 약간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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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어머니와 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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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벌에서 뻘배를 타는 장도의 어머니들. 뻘과 갯물을 적절히 이용해 움직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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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섬 벌교 장도에는 한 집에 뻘배가 서너 개 있다. 20∼30년은 기본이요, 50여 년 동안 뻘배를 탄 어머니도 계신다. 매일 물이 들고 빠지는 갯벌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뻘배는 손이고 발이었다. 시집와서 밥 못 짓는 것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뻘배를 못 타는 것은 큰 흉이었다. 뻘배는 생활이고 생계 수단이었지만 며칠 만에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마을 어장을 오가며 뻘짓을 해야 익혀지는 것이 뻘배 타는 기술이었다.'
뻘배는 갯벌의 특성을 알고, 뻘과 갯물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이용한다. 소설 <태백산맥>에는 '널빤지 위에 왼쪽 다리를 무릎 꿇어 몸을 싣고, 왼손으로 단지와 널빤지 끝을 함께 잡고, 오른발로 뻘을 밀고 나가면서, 오른손으로 꼬막을 더듬어 찾는다'고 적었다. 뻘배는 꼬막 채취 외에도, 낙지나 짱뚱어를 잡으러 나갈 때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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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 신경마을의 아침 풍경. 갯벌이 사라진 바다를 배들이 오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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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관광지로 이름난 순천만 갈대밭. 여자만에 자리잡은 장도의 북쪽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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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는 여자만(汝自灣)의 한가운데에 떠 있는 섬이다. 양쪽으로 고흥반도와 여수화양반도를 끼고 있다. 북으로는 벌교와 순천에 맞닿아 있다. 남북으로 30㎞, 동서로 22㎞, 면적은 318.17㎢에 이른다.
여자만에는 두 개의 천이 흐른다. 순천동천과 벌교천이다. 순천동천이 여자만과 만나는 지점이 순천만이다. 벌교천이 여자만을 만나 몸을 섞는 곳은 장암리다. 이 일대가 2006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벌교갯벌이다.
득량만이 둘러싼 장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섬의 지형이 뛰어가는 노루를 닮았다고 '장도(獐島)로 이름 붙여졌다. 자연풍광 넉넉하고, 주민들의 정이 살가운 섬이다.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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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 부수마을 안길에 그려진 벽화. 갯벌에서 뻘배를 타는 어르신을 모델로 그려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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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 부수마을 회관 앞에 그려진 코끼리 벽화. 코끼리 유배와 관련된 해프닝을 아는 듯, 코끼리가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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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길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그림의 주인공은 단연, 뻘배를 타는 어머니들이다. 뻘배를 타고 갯벌에 나가 꼬막을 채취하는 마을 어머니들이 실제 모델이다. 소와 코끼리 벽화도 만난다. 섬마을 할아버지가 28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소가 죽자, 땅에 고이 묻어줬다는 이야기를 표현했다.
코끼리 그림은 태종 때 코끼리 유배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끼리가 사람을 밟아 죽였고(태종12년 12월 10일), 그 코끼리가 장도로 유배됐다는 <태종실록>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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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한 장도의 산책길. 길 이름도 ‘꼬막길’ ‘뻘배길’로 붙여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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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에 있는 쌍둥이 우물. 신경마을 바닷가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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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에 쌍둥이 우물도 있다. 신경마을 바닷가의 팽나무 뒤로 있는 작고 아담한 우물이다. 이 물을 마시면 쌍둥이를 낳는다는 얘기다. 실제 마을에 쌍둥이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래 전 얘기라고, 정확히 얘기해주는 주민은 없다.
신경선착장 인근 바닷가에 뱀굴(지네굴)도 있다. 커다란 독사나 지네가 산다는 곳인데, 마을주민의 장난에서 시작된 얘기라고 한다. 1960년대 중반 민간의 막걸리 제조가 금지되던 때였다. 몰래 막걸리를 만들던 주민이, 그 굴에 막걸리를 보관하려고 독사와 지네 소문을 퍼트린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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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 부수마을 뒤편의 밭 풍경. 땅콩이 많이 심어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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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 부수마을 풍경. 모내기를 마친 논에 집들이 반영돼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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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장도의 하루는 뭍의 시간과 다르다.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내는 바다의 시간에 맞춰져 있다. 하루 48분씩 늦어지는 만조를 기준으로, 섬사람들의 시계도 48분씩 늦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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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사랑호. 바다가 내어주는 시간에 맞춰 벌교 상진항과 장도 신경항을 오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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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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