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등장한 강남 반값아파트.. 서울시, 재산권 규제 완화 추진

강준구,김이현 2022. 6. 27.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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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 패러다임이 바뀐다] ⑤·끝 강남 5억 아파트 시대 오나
연합뉴스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반값아파트(토지임대부 분양주택)가 로또 분양 논란을 딛고 새로운 서민 주거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은 상태에서 내집 마련에 실패한 청년과 서민의 설움을 달래주기 위한 수단으로 전진 배치되고 있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분양원가 공개와 반값아파트 공급을 철학으로 삼아왔던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앞세워 드라이브에 나섰다. 김 사장은 부임 1년도 안 돼 과거 SH가 공급한 오금·항동·세곡·내곡지구 분양원가를 잇달아 공개하며 ‘강남 5억원 아파트’ 공급 바람몰이에 나선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도 토지임대부 형태를 차용한 ‘역세권 첫집’과 환매조건부 ‘청년원가주택’을 내세우면서 시장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산권을 인정하는 폭넓은 매매 가이드라인과 민간 분양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준의 공급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값아파트는 1992년 대선에서 정주영 대선 후보가 처음 들고 나왔다. 지금 같은 토지임대부 주택이 아닌 민간 택지개발, 채권 입찰제 폐지, 건설 비리 척결 등의 방식이었다. 현재 방식은 2006년 홍준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제안했고, 노무현정부가 시범실시했지만 높은 분양가 등으로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상황은 이명박정부 들어 달라졌다. 이명박정부는 2011년 서울 강남 노른자위 땅인 서초 우면지구에 서초LH5단지, 강남 세곡지구 LH강남브리즈힐을 각각 토지임대부로 공급했다. 전용 84㎡ 분양가는 서초LH5단지가 2억400만원, LH강남브리즈힐이 2억2000만원이었다. 같은 평형 인근 분양단지인 서초힐스(3억7100만원), 세곡푸르지오(3억4200만원)와 비교해 각각 45%, 36% 저렴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기준 가격은 서초LH5단지가 16억원, LH강남브리즈힐이 14억4000만원으로 분양가보다 각각 7.8배, 6.5배 올랐다. 서초힐스(18억원·5배), 세곡푸르지오(18억원·5.3배)에 육박하는 가격이고, 수익률은 훨씬 웃돈다.


이처럼 갈팡질팡했던 반값아파트가 다시 주거정책의 대안으로 떠오른 건 서민들의 ‘부동산 절망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중위소득 가구가 살 수 있는 주택물량 비율을 지수화한 주택구입물량지수는 서울시의 경우 2017년 16.5에서 지난해 2.7로 6분의 1 토막 났다. KB국민은행이 제공하는 KB아파트담보대출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2017년 1분기 9.3에서 지난 1분기 14.4로 급증했다. 5년 전에는 9년여간 소득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었지만 지난 1분기에는 14년 이상 모아야만 집을 살 수 있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이 5년간 도합 50만호를 공급하기로 한 역세권 첫집(민간연계형)과 청년원가주택은 각각 토지임대부 방식과 환매조건부로 이뤄진다. 서울시는 강남권 5억원, 비강남권 3억원 아파트 공급을 목표로 내세웠다. 김헌동 SH사장은 지난 3월 “강남권 건축비를 살펴보니 강동구가 평당 680만원, 송파구가 550만원, 강남구는 585만원, 서초구는 570만원이었다. 평균은 600만원”이라며 “25평짜리 건물을 지으면 건축비는 1억5000만원밖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건은 재산권의 행사 범위다. 문재인정부는 2021년 1월 토지임대부 주택 수분양자가 주택을 매각할 경우 반드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팔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서울에 SH가 지은 건물을 서울 시민이 분양받았는데 팔 때는 다른 기관인 LH에 팔도록 규제하면서 사업 주체 이원화 문제가 불거졌다. 공급은 SH가, 환매는 LH가 하다 보니 LH 환매 이후 재판매시 적정 판매 가격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건물이 낡아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을 때 누구와 어떻게 합의해야 하는 지도 불분명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SH가 공급한 아파트를 LH가 환매토록 하면 시세차익은 모두 LH에 가게 되는 데 이는 불합리하다”며 “여기에 재건축 시에도 토지 소유주는 서울시인데 지상권 건물 소유주는 SH가 아닌 LH라면 합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분쟁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교수는 나아가 “LH, SH뿐 아니라 일반 매매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반값아파트는 서민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공급하는 주택인데 LH나 SH가 가격을 통제토록 하는 건 과잉 규제”라며 “청년원가주택처럼 시세차익의 70%를 수분양자에게 돌려주는 식의 수위 조절로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반값아파트와 역세권 첫집, 청년원가주택이 모두 동일한 시스템으로 구성된 만큼 국토교통부와 토지임대부 방식의 주택공급 실행 방안을 지속 협의 중이다. 또 환매 주체에 SH를 포함하고, 전매제한 기간(10년) 이후 일반 거래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정부의 250만호+α 공급책의 핵심은 서울 역세권 첫집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제안한 법령 개정에 진척이 없어서 주택공급 효과에 물음표가 달린 상태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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