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1000명 중 9명'이 말하는 것

조민영 입력 2022. 6. 27.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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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를 하나 내보겠다.

'0.88%는 국내 15∼29세 연령층에서 어떤 특정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1000명 중 약 9명에 해당하는 이 그룹은 어떤 사람들일까.' 참고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15∼29세 인구는 948만여명이고, 해당 그룹은 8만명을 훌쩍 넘는다.

비장애인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 배워야 하는 기준과 규칙에 대한 내용이 담긴 교재를 보면서 문득 우리는 배운 적이 있었나 반문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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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퀴즈를 하나 내보겠다. ‘0.88%는 국내 15∼29세 연령층에서 어떤 특정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1000명 중 약 9명에 해당하는 이 그룹은 어떤 사람들일까.’ 참고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15∼29세 인구는 948만여명이고, 해당 그룹은 8만명을 훌쩍 넘는다. 힌트라면, 기자도 이 수치를 계산해본 뒤 놀랐다는 것이다. 청소년기를 거쳐 사회인이 되고, 학부모가 된 지금까지 한 번도 내가 사는 일상 속에서 그 그룹에 속한 사람과 함께 생활해본 적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제 답을 맞힌 이들이 있을 것 같다. 바로 같은 연령대 발달장애인 얘기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에 따르면 15~29세 등록 발달장애인은 8만3600여명이다. 한국 사회가 장애인들을 숨어 살게 한다는 지적은 오래된 얘기지만, 숫자로 확인한 느낌은 사뭇 달랐다. 2021년 전체 수험생(51만명) 중 서울대에 합격할 확률(입학정원 2190명)을 계산해보니 0.43% 정도였다. 단순 비교지만, 주변에서 서울대 합격생을 만날 기회보다 발달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두 배는 더 많아야 정상이란 얘기다.

그나마 이런 계산이라도 해본 건 최근 인터뷰했던 발달장애인 배우 정은혜씨, 어머니 장차현실 작가와의 만남 덕분이었다. 은혜씨는 요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주 개봉한 은혜씨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은 전국 83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은혜씨에게 이런 지금이 가능한 건 현실씨가 그를 화실로 불러냈고, 그래서 찾게 된 그림 재능을 사람을 만나야 하는 캐리커처 분야로 끌어냈기 때문이었다.

영화 ‘니얼굴’을 보면 은혜씨가 가진 근본적 어려움이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동시에 그들이 사회와 어울려 살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도 볼 수 있다. 영화 속에 은혜씨가 작업에 참여한 장애인고용공단의 발달장애인 교재가 등장한다. 비장애인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 배워야 하는 기준과 규칙에 대한 내용이 담긴 교재를 보면서 문득 우리는 배운 적이 있었나 반문하게 됐다. 왜 당연히 그들만 ‘사회화’돼야 한다고 생각했나. 사회화란 약육강식, 동물적 본능대로 살지 않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좀 더 약하거나 나와 다른 이들과도 어울려 살기 위해 훈련하고 배우는 것 아니던가. 장애를 모르는 이들도 장애를 가진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단 생각을 하지 않았다니. 그것은 배려나 양보가 아니라 한 사회를 함께 사는 구성원이기에 당연히 해야 할 사회화 훈련이었다. ‘꼰대’ 40대 리더가 회사 생활을 원만히 하려면 마음에 들지 않아도 20대 MZ세대 직원에게 적응하기 위한 리더십 훈련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뚫고 환한 빛 속에 선 은혜씨지만, 엄마 현실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은혜씨 곁을 지키고 있다. 현실씨는 본보와의 인터뷰 때도 “너무 감사하고 꿈꾸는 것 같다”면서도 언제 또 안 좋은 일이 올까 불안하다고 했다. 영화 개봉 소식을 알리면서는 “꿈이 깨질까 봐 한 걸음도 조심히 걷는다”고 적었다. 무엇이 불안하냐는 기자의 우문에 “돌아보니 그래요. 이제 괜찮다 안심하면 일이 터졌고,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 무너지려는 순간 빛이 찾아왔던 것 같다”는 현실씨의 말엔 발달장애인의 엄마로 살아온 30여년 세월의 외로움과 고단함이 묻어났다. 그래도 “이제는 지금의 행복을 일단 즐겨보려 한다”는 현실씨에게 응원을 전하고 싶다. 최소한 ‘은혜씨를 알게 된 이’가 많아졌고, 그렇게 우리가 사회화되고 있다고. 이게 변화의 시작일 거라고.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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