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쓰레기를 어이할꼬?

입력 2022. 6. 27.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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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퇴계학연구원장


우리는 지금 지질시대 중에서 지구 신생대 4기의 후반부인 충적세(沖積世, Anthropocene)에 살고 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인류세(人類世, Holocene)’로 부르자는 견해가 제출됐었다. ‘세(世, cene)’는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단위인데 우리는 이미 충적세와는 다른 지질시대에 살고 있다는 근거에서 나온 발상이다. 인류세로 명명한 것은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대임을 암시하기 위함이다. 인류세의 시점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산업혁명 이후부터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이고, 그다음이 쓰레기 문제이다. 기후 변화는 잠시 접어두고 여기서는 쓰레기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쓰레기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원자력 폐기물이다. 원자력 폐기물인 폐연료봉에서 나오는 플루토늄 239의 경우 방사성물질의 독성이 절반으로 줄어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2만4000년이고 우라늄 235는 7억년이라고 한다. 그러니 원자력 쓰레기의 독성은 영구적으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원자력 쓰레기와 함께 각종 건설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도 지구를 멍들게 한다. 이 중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다. 태평양에 수십억개의 플라스틱과 쓰레기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섬을 이루고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이를 ‘쓰레기 섬’이라 부른다. 그 크기가 한국의 16배나 된다고 한다. 전 세계인들이 매년 12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로 흘려보내는데 이것들이 해류와 바람을 타고 떠다니다가 섬을 형성한 것이다. 이런 섬이 바다에 4개 이상 존재한다고 한다. 이렇게 매년 새로운 플라스틱 쓰레기가 추가돼 2050년에는 플라스틱을 포함한 해양 쓰레기가 물고기보다 많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게다가 플라스틱 쓰레기는 자연 분해되는 데에 200년에서 40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바다에 쓰레기 섬이 있다면 육지에는 쓰레기 산이 있다. 세계 2위의 쓰레기 배출국인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부근에 아파트 17층에 해당되는 높이 50m의 거대한 쓰레기 산이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경북 의성에도 20만t이나 되는 쓰레기 산이 있었다.

이들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매립과 소각, 재활용이 있지만 어느 것도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 매립은 토양오염을 유발할 수 있으며, 소각 또한 오염 방지 설비를 갖추지 않으면 심각한 대기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재활용에도 여러 문제점이 따른다. 플라스틱 제품이 의류 원료로 재활용되고 있으나 미미한 수준이다.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폐합성수지, 폐비닐, 폐유 등의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어 재활용한다고 하는데 이들 산업 폐기물에는 발암물질과 중금속 등이 함유돼 있다. 그러므로 이 폐기물 시멘트로 아파트를 지으면 인체에 유해한 독성이 남아 있어 사람에게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킨다고 하니 쓰레기를 시멘트로 재활용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닌 듯하다. 인간이 편의를 위해 발전시킨 산업이 결과적으로 인간의 삶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구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본다. 첫째, 쓰레기 생산을 줄이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옳은 말이지만 현 상태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쓰레기 줄이는 일은 지속해서 행해져야 한다. 두 번째, 산업화의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는 일이다. 쓰레기는 인간의 생산활동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부산물이기 때문에 산업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더 많은 쓰레기가 배출된다. 각종 건설 폐기물과 생활 쓰레기의 양은 산업화의 진전 정도에 비례해 급속도로 증가한다. 고소득 국가의 쓰레기 배출량이 저소득 국가의 배출량보다 월등히 많은 것이 이를 말해준다.

우리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화한 사회에서 무척 편리해진 삶을 즐긴다. 하지만 편리해진 대가로 받는 쓰레기의 폐해가 너무나 크다. 딜레마다. 그러니 이 정도의 편리함에 자족할 줄 알고 더 이상의 산업화를 꾀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과잉생산과 과잉소비의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쓰레기 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퇴계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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