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알량한 지식·경험으로 믿지 못하던 성경 말씀 부활의 주 만나고 뉴욕 한복판에서 복음 전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캐나다로 이민을 갔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미국 뉴욕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 디자이너로 성공하리라는 꿈으로 새로운 학문과 기술을 배우며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어느 날, 거리에 나갔는데 형광 분홍 나시, 미니스커트, 망사 스타킹에 하이힐을 신은 흑인 여자가 눈에 딱 띄어 자세히 보니 면도도 대충 한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한 남자여서 기겁을 했다. 학교에서도 초등학생 아들을 둔 싱글맘, 레즈비언의 아이, 마약하는 친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모태신앙으로 나름 모범적으로 살아온 내 가치관과 자꾸 충돌했다.
그러나 나도 서서히 ‘나와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다.’라는 그들의 가치관에 익숙해져 갔다. 게이라고, 타종교를 믿는다고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도,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을 죄라고 하는 것도, 예수님을 믿지 않는다고 지옥 간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러니 전도는 아예 불가능했다. 하나님의 말씀보다 친구들이 소중했고, 지금 내가 경험하는 현실과 내 판단력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성경 말씀은 내 삶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마음교회에 다니는 고모에 의해 그런 내 생각은 강한 벽에 부딪쳤다. 신앙훈련을 받기 위해 교회 훈련관에 들어갔는데 모두들 ‘예수님의 부활’ 얘기만 했다. ‘부활’ 얘기만 하면 모두들 좋아하길래 ‘오늘 예배에서 뭐가 좋았니?’ 하고 물으면 ‘예수님이 부활하신 사실요.’했고, 교재를 읽고 ‘무슨 말씀이 마음에 남았니?’해도 부활이라고 했다. 그런데 ‘예수님이 왜 부활하셨는지 아니?’ 또는 ‘부활이 왜 중요한지 알겠니?’ 할 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프로그램도, 체계적인 훈련도 없이 계속 부활만 외치니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어느 예배 때, 목사님께서 로마서 10장 9절 말씀으로 “십자가와 부활만 믿는 것은 반쪽짜리 복음이다. 이분을 ‘주인’으로 믿어야지 100% 완성된 복음을 믿는 것이고, 구원이 있다.”고 하시는 말씀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십자가와 부활 사건을 지식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나의 주인이 되어주시기 위해 부활하셨는데 그동안 나는 부활은 부활이고, 내 삶은 내 삶이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하나님이고, 나의 주인이 분명해지자 그분을 믿지 않고 알량한 지식과 경험을 들이대며 말씀을 짓밟고 있는 악한 죄가 보였다. 나는 즉시 예수님을 믿지 않았던 그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고백했다.
천지개벽보다 더 큰 부활 사건 앞에 내 모든 기준이 한방에 무너졌다. 새로운 세상이 보이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 복음을 듣지 못한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니 잠시도 지체할 수 없어 뉴욕으로 돌아가자마자 뛰쳐나갔다. 뉴욕은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라 캠퍼스는 복음의 씨앗을 뿌릴 터전이고 하나님께서 파송하신 선교지였다. 기숙사장들이 한 달에 한 번 꾸미는 게시판의 그 달 주제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내게 기회를 주셨다는 생각에 즉시 휘장을 만들고 죄, 회개, 십자가, 부활, 영원한 제사에 대한 말씀 구절들을 붙였다. 그런데 다음 날 바로 호출되어 혐오감을 줄 수 있으니 24시간 내에 철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 다니며 뉴욕의 작은교회를 이끌었다. 한 영혼을 살리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부어졌지만, 혐오방지법으로 함부로 노방전도를 할 수 없어 고민을 하다가 출근길에 전도피켓을 들고 다녔다. 어느 날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란 피켓을 들고 가는데 동성커플이 씩 웃으며 내 앞에서 키스를 했다. 그 일 후, SNS에 ‘동성결혼 반대’의 글을 올렸다가 왕따가 되기도 했고, 지하철에서 전도하다가 경찰에 신고한다는 협박도 받았다.
공동체 지체들이 뉴욕을 방문하면 의례 펜스테이션, 타임스퀘어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전도피켓을 들고 노방전도를 나간다. 그리고 하나님께 뉴욕에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우리가 뿌린 복음의 씨앗으로 이들이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도록 역사해 달라고 기도한다. 복음을 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지만 한 영혼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걸음을 멈출 수 없다.
지금 나는, 한국에 들어와서 3년째 기독교학교 교사로 작년부터 채플을 맡아 전교생에게 매주 복음을 전한다. 새학기엔 ‘사랑’을 주제로 커리큘럼을 짜서 일 년간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나누며 아이들과 작품을 만들어 간다. 많은 아이들이 예수님을 영접하여 너무 감사하다. 그러나 복음을 전해도 삶이 변하지 않는 아이들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게 하고 날마다 실제적인 관계를 맺기 원하시는 주님의 마음도 새삼 알게 된다. 쉬는 시간에 성경책을 읽어달라고 오는 아이들, 사탕 때문에 성경구절을 30개를 외우는 순진한 아이들 하나하나가 너무 사랑스럽다.
기독교 학교라고 모든 것이 순탄치는 않다. 부모님이 믿지 않는 학생, 학교에 항의 전화하는 부모, 성과 이성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동료들과의 갈등 또한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 속에서 부족한 모습도 사랑으로 기다려주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생각하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는다. 한 손에 복음, 한 손에 사랑을 들고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곳에서 주 예수께 받은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끝까지 달려갈 것이다.
남궁온 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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