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이대남·이대녀, 정치권이 부풀린 허상
지난 1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0.9%였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인데, 20대와 30대 남성 투표율은 이보다 낮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기반 분석을 보면 20대 남성의 투표율은 29.7%, 30대 남성은 34.8%다. 여성 투표율이 더 높다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20대 여성은 35.8%, 30대 여성은 41.9% 투표율을 기록했다. 평균 투표율(50.9%)에 한참 못 미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나이가 어릴수록 투표율이 낮았다. 60대 이상에선 남녀 모두 투표율이 60%가 넘었다. “남성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여성가족부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남초 커뮤니티와 포털 뉴스 댓글을 도배하던 때다. 대중적으로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트위터에선 ‘개딸’을 중심으로 한 여성이 당장 세상을 바꿀 것만 같았다.
온라인을 점령한 이대남·이대녀는 투표에선 보이지 않았다. 투표를 한 20대 남성 모두가 국민의힘 후보를 찍은 게 아님을 고려하면 표로 나타난 이대남은 실제론 더 소수다. 실체라곤 댓글 정도인 이대남과 이대녀 지지를 얻기 위해 정치권은 양극화됐고 성별에 따라 포지셔닝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발간한 ‘인권상황보고서’를 통해 20대 남성을 ‘이대남’으로 집단화하는 게 실제보다 성별 간 인식을 과장한다고 지적했다. 20대 남성의 성평등 의식이 다른 세대 남성보다 낮지 않고, 오히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10~30대 남성의 분노를 언론과 정치권이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20대 남성 소수의 인식이 과도하게 대표되면서 이대남 이미지가 만들어졌다는 게 인권위 보고서의 핵심이다. 또 온라인상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적 인식이 퍼진 이유를 경제적 불평등에서 찾는다. 고도의 성장기를 거친 기성세대와 지금의 젊은 세대 사이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공정에 대한 요구가 커졌는데 그 공격 대상이 성별 갈등으로 잘못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정규직 근로자는 비정규직 근로자보다 2.3배 월급을 더 받았다. 고용형태에 성별이라는 변수를 추가하면 ‘정규직 남성〉정규직 여성〉비정규직 남성〉비정규직 여성’ 순이다. 같은 고용형태라면 남성이 여성보다 보수를 많이 받았지만, 기본적으로 성별보다 더 큰 차이를 만드는 건 고용형태다.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06년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 차이가 2.1배였다. 15년 새 비정규직에 대한 상대적 차별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이대남·이대녀의 과잉 대표성도 여기서 나온다. 좋은 집안·학교를 나온 20대 여성과 ‘흙수저’ 20대 남성의 비교는 착시를 낳는다. 같은 맥락에서 ‘83년생 김지영’과 ‘금수저 남성’ 역시 비교 조건이 안 맞는다.
정진호 경제정책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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