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 52시간' 혼선 부른 윤 대통령의 화법

2022. 6. 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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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고용부 발표 다음 날 “아직 공식 입장 아냐”


대통령실 이틀간 해명 … 정제된 표현 써야


윤석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주 52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다음 날 “아직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이 연이틀 “대통령의 발언 취지가 그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부 발표를 대통령이 뒤집은 듯한 모양새로 해석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브리핑을 열고 주 52시간제의 연장근로시간 관리 방식을 현행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바꾸고 연공서열 중심인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급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건 지난 23일이었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노동개혁 방향과 같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24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 언론에 나와 확인해 보니 노동부에서 발표한 게 아니고 부총리가 노동부에 민간 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 좀 검토해 보라’고 이야기해 본 사안”이라며 “아직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더 놀라운 건 장관의 발표를 아직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말한 대목이다. 야당에선 “이제 국민은 장관 발표도 정부 입장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뜻인가”라고 물었는데, 충분히 그럴 만했다.

이후 대통령실에서 연거푸 윤 대통령의 발언이 “확정된 정부 방침이 아님을 밝힌 것”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 과제는 윤 대통령의 명확한 지시사항이며 구체적인 안은 민간 전문가 연구회를 통해 논의될 예정”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고용부도 “브리핑 자료를 대통령실과 공유했다. 정부 최종안은 향후 민간 연구회와 현장 의견을 들은 뒤 다시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정부 간 혼선이 아니라 일부 표현의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란 식으로 상황을 수습한 것이다.

주 52시간 유연화는 노동개혁의 중요 과제 중 하나다. 벌써 야당과 노동계에선 ‘주 52시간 무력화’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들을 설득해 법 개정까지 가려면 대단히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왜 이런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나.

누구보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화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통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정확한’ 소통이다. 후보 시절에도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하곤 했는데, 대통령이 그래선 곤란하다.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는 일종의 마침표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확하고 최종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의 주 52시간 발언은 불필요하고, 부정확한 정보가 너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직접적이었다. 앞으론 보다 신중하고 정제된 표현을 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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