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횡재세

주춘렬 2022. 6. 26.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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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란 바람에 떨어진 과일처럼 '굴러들어온 행운'(windfall)에 물리는 세금인데 영국이 종주국이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1997년 집권하자마자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영국 정부는 석유·가스 업체들의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지난달부터 25%의 세금을 물리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체제의 심장부인 미국과 영국에서 횡재세·부유세 도입이 빈번한 건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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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란 바람에 떨어진 과일처럼 ‘굴러들어온 행운’(windfall)에 물리는 세금인데 영국이 종주국이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1997년 집권하자마자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1980년대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통신, 가스, 공항, 철도, 수도, 전기 등 수많은 분야를 민영화했는데 헐값 매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블레어 총리는 민영화 과정에서 발생한 시세차익의 23%를 거둬 실업난 해소와 복지 재원으로 활용했다.

이번에는 고유가발 횡재세가 등장했다. 영국 정부는 석유·가스 업체들의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지난달부터 25%의 세금을 물리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지난해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며 에너지 징벌세 도입을 벼르고 있다. 다음 달 의회에는 석유회사에 추가로 21%의 연방세를 물리는 법안이 제출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헝가리는 초과 이윤세를 도입한 지 오래다. 국민의 원성을 에너지기업에 돌리고 나라 곳간도 채우려는 정치 셈법이 깔려 있는 듯하다.

국내에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 등 정유 4사는 고유가에 편승해 올 1분기 중 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유사들이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논리에 맞지 않고 외려 석유공급 위축·투자 위축 등 부작용만 양산할 소지가 다분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고유가는 복합경제위기를 심화시키는 주범 중 하나이고, 자영업자와 서민은 이미 한계상황에 내몰렸다. 크게 보면 현대자본주의는 심화하는 양극화·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존속 자체마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세금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일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심장부인 미국과 영국에서 횡재세·부유세 도입이 빈번한 건 우연이 아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가치 경영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착하게 돈 벌기’를 추구해왔다. 이제 국내 대기업도 하늘에서 떨어진 ‘돈벼락’은 양보하는 미덕을 보일 때다. 경제 주체 모두가 적정선에서 고통을 분담해야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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