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로 속 썩은 두산, 페르난데스 활약에 연패 탈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최근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33)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미란다는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두 달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빠른 공은 최고 시속 146㎞까지 나왔지만,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공은 계속해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9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볼넷 6개, 몸맞는공 1개를 허용했다. KIA는 안타 없이 4점을 뽑았고, 결국 미란다는 2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두산은 그날 패배로 3연패에 빠졌다.
미란다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다. 높은 타점에서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려 지난해 14승(5패)을 거뒀다. 직구와 포크볼 조합으로 무려 225개의 삼진을 잡아 단일 시즌 최고 기록(종전 223개·최동원)을 세웠다.
정작 지난해 가을 야구에선 어깨 통증 탓에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는 아예 등판하지 못했고,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야 마운드를 밟았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재계약을 고민하던 두산은 그래도 미란다가 회복할 것으로 보고 연봉 190만 달러(약 25억원)를 줬다.
하지만 올 시즌은 개막 이전부터 꼬였다. 미란다는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입국이 늦어졌다. 시범경기에선 구속이 시속 130㎞대에 머물러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4월 1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뒤늦게 등판했지만 지난해의 모습이 아니었다.
두산은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최원준·로버트 스탁·이영하·곽빈 등이 그나마 선발진을 지탱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투수들의 어깨엔 부하가 걸린다. 그렇다고 불펜진이 강력한 것도 아니다. 타선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 자연스럽게 순위도 점점 아래로 떨어졌다. 8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커녕 가을 야구도 장담할 수 없다.
두산은 사실상 미란다 교체를 결정했다. 2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김태형 감독은 "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다릴 만큼 기다려줬고 더 이상은 힘들다. 교체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역시 투수난이 심각해 대체선수 영입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때까지 더 뒤처지지 않고 버티는 게 두산의 숙제다.
두산은 일단 7위 자리를 지켰다. 4연패 위기에서 팀을 구한 주인공은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였다. 페르난데스는 26일 잠실 KIA전에서 0-0으로 팽팽히 맞선 6회 말 1사 2·3루에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선제 결승점을 뽑았다. 3-0 리드를 잡은 7회 말 2사 1·3루에서는 좌중간을 시원하게 가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로 주자 둘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두산은 페르난데스의 3타점과 8회 말 터진 안재석의 쐐기 3점포(시즌 1호)를 묶어 8-4로 승리했다.
페르난데스 역시 시즌 초반에는 두산의 큰 고민 중 하나였다. 4시즌째 두산에서 뛰고 있지만, 올 시즌 유독 고전했다. 병살타도 지나치게 많았다. 지난 22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선 KBO리그 최초로 전반기에 병살타 20개를 기록하는 불명예도 안았다. 그러나 시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점차 한국 야구 베테랑의 저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이날도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타점을 보탰다. 선발 최원준은
한편 SSG 한유섬은 인천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터트려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밟았다. KT 위즈 박병호는 시즌 22호 솔로포를 날려 지난해 홈런 수(21개)를 이미 넘어서는 위용을 뽐냈다.
배영은·김효경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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