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사람 없는 尹·李 회동..'흰머리 세 가닥' 이준석 속 탄다
만남은 알려졌는데 만났다는 사람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이달 중순 회동설’을 놓고 양측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당내 입지가 흔들리는 이 대표의 현주소가 드러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발단은 이 대표가 이달 중순 윤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찬 회동을 했다는 내용의 한 언론 보도(25일)였다. 해당 보도에는 이 대표 측이 윤 대통령과 추가 회동을 추진했으나 회동이 성사되기 직전 윤 대통령 측이 취소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25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만남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 “윤 대통령이 이달 중순 이 대표와 비공개 만찬을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설명이었다.
반면 이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은 애매했다. 회동 사실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 대표는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만남이 있었는지, 당 대표 입장에서 대통령 일정을 공개할 수는 없다. 여당과 대통령실 측은 여러가지 정책 현안에 대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26일에도 백범김구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회동했다고) 저희가 얘기한 적도 없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오히려 제가 당황스럽고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는데 만남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이달 중순 비공개로 회동한 것 자체는 사실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저녁 식사를 함께 하진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비공개 만찬’은 없었다고 해명했단 것이다. 특히 회동 시점은 당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다룰 회의 일정(22일)을 잡기 전으로, 두 사람의 회동에서도 관련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회동 이후에 당 윤리위에서 이 대표 징계 논의 일정이 정해지자, 위기감을 느낀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한 번 더 만나려고 했고, 이에 부담을 느낀 대통령실측이 추가 회동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당내 친윤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을 당 현안에 소환하면 안 된다. 대통령이 당내 문제에 개입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측은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는 얘기 자체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 퍼트린 루머라는 입장이다. 대선을 거쳐 최근까지 이 대표와 갈등을 빚어온 이들이 ‘회동 논란’을 통해 이 대표를 고립시키고 정치적 입지를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과 여당의 소통에 대해 윤리위와 엮어서 이야기하는 건 정치적인 의도가 과하다”며 “상시적인 소통과 최근 당내현안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 흰머리 세 가닥을 뽑은 사진을 올렸는데, 이 역시 최근 자신과 갈등을 빚은 ‘윤핵관’들을 저격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이날 “원래 한 가닥씩만 났는데 세 가닥이 나서 특이해서 올린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0·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27일 오후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하는 윤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당에선 권성동 원내대표가 공항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무수석은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나, 첫 순방 관례 상 당연히 당에서도 (배웅을)나가는 것이 맞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상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때는 여당 지도부가 공항에 배웅을 나가는 게 관례다. 그러나 이 대표의 참석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한다. 대표실 관계자는 “우리는 현재로선 관련 일정이 없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와 대통령실 간 불편한 기류 때문에 이 대표가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당내에선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이번 주를 기점으로 더 증폭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장제원 의원이 당내 갈등을 비판한 발언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디코이(유인용 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했다.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썼다. 당 관계자는 ‘간장’이라는 표현에 대해 “자신과 대척점에 서 온 안철수 의원과 장제원 의원을 ‘간장(간 보다+장제원)’이라고 칭하는 일부 커뮤니티의 은어”라고 해석했다. 안 의원 역시 최근 이 대표와 국민의당 몫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27일 이 대표가 추진해온 당 혁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한다. 같은 날 오전에는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의원연구단체 ‘미래혁신포럼’이 열리는데, 이 자리에는 안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포럼 강연을 한다. 한 재선의원은 “이번 주 여러 현안을 놓고 또 이 대표와 여러 사람이 충돌할 것”이라며 “이런 모습을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친과 칼부림도 벌였다…10대 래퍼 지인 9명 죽인 '악마약'
- 한밤 초등생 업은 여성, 아우디 탔다…실종 일가족 CCTV엔
- "75세인가요, 죽는게 어때요?" 초고령사회 日 뼈 때린 영화 [도쿄B화]
- "요양병원 가라" 심각했는데…40대 암환자, 집에 있게한 이 치료
- 본적 없는 혐오 판친다…요즘 "틀딱""잼민" 이 말 폭증한 이유
- "손님 못받아요, 일할 사람 없어서" 사라진 알바 어디로 갔나
- 변기에 아기 낳은 채 30분간 폰 했다…'영아 살해' 엽기 전말
- 팬클럽 사적 소통, 럭셔리 치장…'셀럽 영부인' 보기 민망하다 [오세라비가 고발한다]
- 사건 1건 2만원씩…수사부서 피하려는 경찰들, 수당에 갈렸다
- "백화점이 더 싸잖아?" 환율 1300원 날벼락에 면세점 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