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에 한 번씩 100일 동안 열리는 축제
[김중희 기자]
카셀은 독일 중부 헤센주에 속한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다. 카셀은 독일에서 하이델베르크나 괴팅엔처럼 대학도시로 불리며 국제 컨퍼런스나 세미나 등 행사가 자주 유치되는 곳은 아니다. 또 프랑크푸르트처럼 외국 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국제도시도 아니다. 평상시에는 조용한 독일의 전형적인 소도시다.
그러나 5년에 한 번 카셀은 마치 다른 곳이 된 듯 낯선 모습을 가진다. 바로 국제 현대 미술 전시회인 카셀 도큐멘타가 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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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iedrichcianum 미술관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 바닥에 누구나 분필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적어 넣을 수 있다. |
| ⓒ 김중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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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idericianum 미술관에 설치된 작품 겸 사람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 스페셜 교실, 아트그룹 foundationClass Berlin. |
| ⓒ 김중희 |
그 전에는 전시 전체를 기획하고 총괄할 예술감독이 남미 또는 유럽 출신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 도큐멘타에서는 루앙루파(Ruangrupa)라는 주로 자카르타에서 활동 중인 인도네시아 아트 그룹이 예술감독으로 지정됐고 '룸붕(Lumbung)'이라는 주제에 맞춰 세계 10여 개의 다양한 아트 그룹이 도큐멘타에 초대됐다. 룸붕은 인도네시아의 공용 쌀 저장창고를 뜻한다고 한다. 나는 이 주제를 듣고 우리네 나눔 문화인 품앗이가 떠올랐다.
이렇게 아시아에서 총감독이 나온 것도 달랐지만 개인이 아닌 그룹이 이끌었다는 점도 기존의 도큐멘타와 달랐다. 또한 개인이 아닌 그룹들이 서로 간에 긴밀히 연계해서 전시회 준비를 해 왔다는 것 또한 다른 도큐멘타와는 다른 색채를 갖게 했다.
2017년 도큐멘타14를 마치고 이번 도큐멘타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기에 세계는 코로나가 뒤덮고 있었다. 도큐멘타를 준비하는 과정 중에 아트그룹에 연결된 수많은 작가들은 줌으로 셀 수 없는 미팅을 거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고 한다. 이 또한 나눔의 미학 품앗이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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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iedrichcianum 미술관에 설치되어 있으며 천장에 영상이 돌아가고 있다. |
| ⓒ 김중희 |
예를 들어 메인 전시관 안에는 특별한 교실이 있다. 나무 또는 병을 담는 박스 등으로 만든 의자 위를 사람들은 누워서 편히 쉬다 간다.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간듯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순간 그들도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또 텐트처럼 생긴 것 아래 사람들은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캠핑을 온 것처럼 드러누워 하늘 위에 별을 바라보듯 위를 쳐다본다. 영상이 그 위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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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CUMENTA Halle 에 비치된 작품 겸 스케이트보드장. 태국 아트그룹 Baan Noorg |
| ⓒ 김중희 |
기존의 도큐멘타에서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들은 혹시라도 아이들이 무엇을 만질까
걱정했다. 또 너무 어려운 주제들이라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번 도큐멘타에서는 아이들도 재미있어 할 만한 곳들이 꽤 있다. 환경오염, 전쟁, 피난민, 여성 차별 등등 결코 가볍지 않은 사회정치적 메시지들이 대거 전시되어 있지만 곳곳에 기발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진 전시 방법들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작가의 아틀리에처럼 꾸며진 공간 앞 커다란 화면에서 작가들이 물감을 짜고, 흘리고, 바르고, 붓질하는 작업들이 상세히 나온다. 옆에는 캠버스들을 쌓아 두는 곳들이 있고 마치 작가의 아틀리에를 엿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어느 집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차례로 와서 불러도 3D영화라도 보는양 움직이지 않고 재밌어했다.
의자들로 가득찬 공간에서는 크고 작은 재료와 공구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작가가 되고 도큐멘타 전시 안에 함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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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큐멘타 야외 전시장 중 한 곳으로 WH22 설치된 베트남 정원. |
| ⓒ 김중희 |
베트남 정원은 독일 땅에 심은 베트남 문화 또는 아시아 문화를 뜻하는 것 같아 울컥했다. 그곳이 어디든 타지에서 가족을 이루고 자리 잡고 살고 있는 수많은 이주민들이 아마도 같은 느낌을 받게 되지 않을까? 고향집을 떠난 모두는 너나 없이 낯선 곳에서는 이방인이니까 말이다. 그 움직이는 메시지를 보며 아직 한참 남은 도큐멘타를 기대하게 된다.
전시 안에 들어있는 민감한 정치적 메시지가 너무 노골적이라는 평론들도 있고 반유대적 이미지가 선을 넘었다는 날선 평가들도 있다. 그러나 이번 도큐멘타의 주제처럼 서로 나누고 함께 한다면 지구상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이번 도큐멘타15는 100일 동안 사람들 마음 가운데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닐까. 도큐멘타15 홍보 슬로건에 실린 문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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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정원에 사용된 씨앗들을 작은 나무집 안에 따로 전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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