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타고 흘러오는 악기의 진동을 느껴보세요"
[이규승 기자]
2002년 월드컵 열기로 전국이 떠들썩 하던 그해 여름이었다. 이제는 빛 바랜 앨범만큼 오래 전 이야기가 되어버린 그때 시작해 매년 7월이면 어김없이 클래식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콘서트가 있다. 강산이 두 번 변했지만 초심을 잃지 않은 공연. 오는 7월 12일이면 스무 번째 생일을 맞는 '더하우스콘서트'가 그것이다.
▲ 마루를 타고 악기의 진동을 느낄 수 있는 '더하우스콘서트'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다. |
ⓒ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
하우스콘서트의 장점을 나열하자면 여럿 꼽을 수 있다. 객석에 앉아 귀로만 듣던 음악이 마루를 타고 흘러와 악기의 진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엔 굳이 무대와 객석을 나눌 필요가 없다. 한정된 공간에서 연주자와 관객은 서로의 시선을 마주하며 호흡을 맞춘다. 때로는 연주자의 거친 숨소리가 여과없이 내 귀를 파고들며 오히려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이것은 연주의 몰입감을 배로 증가시켜 어느새 관객은 연주자와 하나가 된다.
이처럼 분위기를 압도하는 '더하우스콘서트'는 클래식을 중심으로 국악, 재즈, 대중음악, 실험예술 등 다양한 장르로 퍼져나갔다. 지금까지 900회의 공연에 이르는 동안 4천여 명의 아티스트가 동참했다. 2008년에는 200회 공연을 기점으로 집을 떠나 새로운 공간에서 이어갔다. 녹음 스튜디오 '클래식 뮤테이션'(광장동), 사진 스튜디오 '보다'(역삼동), 녹음 스튜디오 '율하우스'(도곡동) 등에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그리고 2014년부터 대학로 '예술가의집'에 자리를 잡았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더하우스콘서트는 7월 한 달간 대학로에 위치한 예술가의집에서 '2022 줄라이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베토벤(2020), 브람스(2021)를 집중 탐구해 왔는데, 올해 주제는 헝가리 작곡가인 '벨라 바르톡'으로 정했다. 조금은 낯선 이름의 주인공은 민족적 소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 음악적 세계를 구축한 작곡가다. 오페라, 발레음악, 중소규모의 실내악 작품 등 수많은 피아노곡을 남겼지만, 국내에서 연주되는 건 일부 작품뿐이었다. 그래서 이번 콘서트는 바르톡의 주요 작품을 비롯해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까지 총망라해 선보인다.
개막공연(1일)에서는 바르톡의 유일한 오페라인 '푸른 수염의 성'을 소규모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한다. 이후로 발레 음악인 '중국의 이상한 관리', '허수아비 왕자'의 피아노 편곡 버전과 두 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비올라 협주곡, 여섯 곡의 현악 사중주, 루마니안 포크댄스, 두 대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소나타, 디베르티멘토 등 다양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피날레 콘서트(31일)에서는 총 27곡의 피아노 곡과 '현과 타악기,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이 오후 3시에 시작해 장장 8시간에 걸쳐 릴레이로 연주된다.
이번 축제는 더하우스콘서트의 20년 역사를 함께 해온 젊은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박재홍, 임주희,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비올리스트 신경식, 첼리스트 이정란, 심준호, 이호찬 등 하우스콘서트를 통해 발굴된 연주자들이 함께하여 20주년 기념 페스티벌을 빛낼 것이다.
▲ 자원봉사자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8년째 더하우스콘서트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강선애 매니저 |
ⓒ 강선애 |
- 하우스콘서트(이하 '하콘')에 함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 때부터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금호문화재단과 아르코에서 일할 때도 계속 자원봉사자로서 소소한 일손을 도왔다. 처음에는 신발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점차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커졌다. 2012년 10주년을 맞았을 때, 금호문화재단에서 나와 하콘의 1호 직원으로 합류했다. 하콘이 개인의 영역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되던 시기다. 전국의 많은 문화예술회관과 실력 있는 연주자들을 매칭해 보자는 계획에 공감했고, 이를 실행에 옮긴 10주년 페스티벌부터 직원으로 함께해왔다."
- 오랫동안 하콘과 함께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꼈나?
"2004년부터 자원봉사에 참여했으니 하콘과의 인연은 벌써 18년째다(하하). 오랜 기간 함께하면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때는 이곳에서 생생한 소리를 듣고 하콘의 매력에 푹 빠지는 분들을 하나씩 더 만나갈 때다. 작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연주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은 다른 공연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다. 그런 친밀한 관람 경험을 바탕으로 하콘의 팬이 되신 분들은, 우리가 현대음악이나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할 때도 믿고 관람해주신다. 13시간 동안의 릴레이 공연(2020년)도 50명의 관객 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보셨다. 이런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곳이 하콘이라는 걸 확인할 때 가장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실력 있는 신진 연주자들을 하콘 무대에 먼저 소개할 때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조성진, 박재홍 등은 모두 유명해지기 전 하콘 무대에 섰다.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도 이미 2021년 신년음악회를 통해 소개했다."
- 하콘이 매년 진행하는 페스티벌은 그동안 다양한 이름으로 변해왔다.
"10주년 페스티벌인 2012년에 일주일간 전국 23개 공연장에서 100개의 공연을 하면서 전국 문화예술회관의 활성화와 기초문화 확산을 위한 목소리를 냈다. 2013년 '원데이(1 Day) 페스티벌'은 전국의 65개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을 했고, 2014년에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94개 공연을 같은 시간에 열었다. 그것이 이후에 '원먼스(1 Month) 페스티벌'로 확대됐다. 하콘이 그리는 문화적 지형의 확대를 통해 기초문화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해온 것이다. 2020년부터는 팬데믹으로 인해 그동안 그려온 지형의 확대는 어렵게 됐다. 대신 작곡가 탐구로 음악에 깊게 집중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줄라이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20주년 페스티벌을 잘 마치는 것이다. 국내에서 연주되는 바르톡의 작품은 한정적이다. 이번 '줄라이 페스티벌' 개막공연에서 바르톡의 유일한 오페라인 '푸른 수염의 성'을 올리는데, 한국초연이다. 이밖에도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 많을 것이다. 낯선 작곡가라 할지라도, 오랫동안 그래왔듯 하콘의 관객들은 이번에도 호기심을 가지고 듣고, 경험할 준비가 되어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후 페스티벌로는 슈베르트, 슈만, 스트라빈스키를 준비하고 있다."
▲ 2022 줄라이 페스티벌 포스터 |
ⓒ 더하우스콘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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