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교회는 3無..주님 우십니다

강주화 2022. 6. 26. 0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천 S교회 그루밍 성폭력 사건 그 이후..회개·조정·화해 없어 갈등 계속


인천 부평구 S교회는 30년 가까이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고 성도들이 교제하는 작지만 따듯한 공동체였습니다. S교회를 개척한 김모 목사는 교인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S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그의 아들 D씨의 성범죄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모든 것이 흐트러졌습니다. 김 목사와 D씨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고 교단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S교회는 김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과 피해자를 지지하는 교인들로 갈라져 갈등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불거진 지 4년이 넘었는데도 사태가 수습되기는커녕 양측의 고소장만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교회 회복에 필요한 회개, 조정, 화해 3가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부서를 담당한 D씨는 거의 10년간 교회 10대 여성 3명을 상대로 그루밍(Grooming·길들임) 성폭력을 저질렀습니다. 그루밍 성폭력은 피해자와 친분이나 신뢰를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적으로 가해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한 청년이 정모 목사 등 외부인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입니다. 김 목사는 2017년 피해자의 대리인 정 목사에게 아들의 면직 등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피해자들을 회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D씨가 자기 죄를 회개하고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피해자들의 상처와 분노는 이렇게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D씨의 부친인 김 목사는 피해자들을 회유했고 아들을 두둔했습니다. 피해자를 지금까지 돌보고 있는 정 목사는 2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D씨는 법정에서 합의된 성관계라고 주장했고 김 목사는 아들이 무죄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며 2차, 3차 가해를 했다”고 했습니다.

사과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상처에서 회복되기 더 어려웠습니다. S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서인천노회는 2018년 김 목사 부자의 사임과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기자회견 직후 김 목사를 출교·제명하고 D씨에 대해 사직처리했습니다. 총회 서기까지 역임한 김 목사는 이 결정을 기다렸다는 듯 S교회 공동의회를 소집하고 이 공동의회는 교단 탈퇴를 결의했습니다. 자숙이나 회개와는 거리가 너무 먼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H교회라는 이름으로 슬그머니 예장합동 경기중부노회에 재가입 신청을 했습니다. 노회는 총회 임원회에 가입 여부를 질의했고 임원회는 지난 1월 김 목사의 가입은 불허하고 H교회의 노회 가입을 허락했습니다. 총회 관계자는 “김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신앙생활할 수 있도록 교회 등록을 받아줬다”고 했습니다. 형제가 죄를 범하면 바른 길로 권고(마 18:15~20)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를 도와 조정에 나서야 할 노회와 교단이 가해자 측을 비호하는 양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S교회를 둘러싼 갈등은 더 격화하고 있습니다. 경기중부노회는 김 목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최모 목사를 H교회 임시당회장으로 파송했습니다. 피해자 측 교인들은 법원에 새로운 임시당회장 지정을 요청했고 지난해 11월 박모 목사가 지정됐습니다.

최 목사는 “박 목사가 사회법에 따라 자신을 S교회 당회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교회법에 어긋난다”며 박 목사를 그가 속한 예장합동 경기서노회에 고소했습니다. 박 목사는 “법원이 피해자들을 위해 나를 임시당회장으로 지정했는데도 김 목사 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습니다. 사실상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 목사는 “나는 사임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나 몰라라 합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D씨에게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이제라도 S교회 관계자들과 교단이 화해와 회복을 위해 행동해야 합니다. 예장합동은 10여년 전 서울 용산구 S교회 전모 목사의 성추행 사건을 사리대로 추스르지 못했습니다. 전 목사는 S교회에서 나가 버젓이 다른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이 일로 한국교회 전체가 조롱 거리가 됐던 것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가해자 측이 득세하는 상황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피해자들의 눈물과 고통을 돌아보기 바랍니다. 김 목사를 지지하는 측과 피해자를 지지하는 측은 반목하며 각각 S교회 3층 예배당과 1층 카페에서 따로 예배를 드립니다. 주님이 우십니다. 교회는 주님의 몸(엡 5:30)입니다. 김 목사 측과 피해자 측 모두와 대화할 수 있는 이를 중재자로 세워 S교회를 회복시켜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기도와 대화로 주님의 몸을 바로 세워가야 합니다.

<인천 S교회 사건 주요 일지>
2018년 11월 06일 S교회 부목사 D씨의 성폭력 피해자 기자회견
2018년 11월 25일 D씨의 부친 김모 목사 담임하는 S교회 교단 탈퇴
2019년 03월 18일 S교회 김 목사, 다른 교단 가입증명서 발행
2019년 04월 26일 S교회 김 목사 지지측 피해자측 교인들에 제명출교 통보
2021년 07월 09일 법원, 1심에서 D씨 징역 7년 선고
2021년 11월 30일 법원 S교회 임시당회장으로 박모 목사 지정
2022년 01월 20일 예장합동, 김 목사 지지하는 측이 만든 H교회 노회 가입 허락
2022년 04월 28일 대법원 D씨 실형 확정
2022년 06월 22일 예장합동 노회, 박 목사에 교회 재판 통보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