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은 노는 국회, 대체 일은 언제 하나..이번에도 '지각 개원'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맡기겠다고 하면서 물꼬가 트이는 듯하더니 국회 원 구성이 또 다른 장애물에 부딪힌 모습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넘기는 대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후속 작업을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출범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을 인정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21대 전반기 국회 일정이 끝난 지 25일 기준으로 27일 지났다. 원칙대로라면 이미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등 원 구성을 일찍이 마무리하고 의정활동에 들어갔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국회는 27일째 개점휴업 상태다. 윤석열정부의 초대 내각도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박순애 교육부·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국회 공백으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 구성의 법정시한은 국회법에 규정돼 있다. 전반기 국회의 경우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고 7일 이내에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 반면 후반기 국회의 경우 명시적인 조항은 없다. 의장단·상임위원장 선출 규정에 근거해보면 새 의장단은 전임 의장단 임기가 끝나기 5일 전까지 선출해야 한다. 상임위원장도 전임 상임위원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결정해야 하지만, 전반기처럼 명시적으로 날짜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지체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국회법은 법정시한을 두고 있지만, 13대 이후 국회는 단 한 번도 법정시한 내에 개원한 사례가 없다. 후반기 국회만 따졌을 경우 원 구성 평균 소요 기간은 35.3일이다. 전·후반기로 따지면 평균 소요 기간은 41.4일이다. 시한을 9일 넘긴 18대 후반기 국회가 가장 빨리 원 구성을 한 경우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세종시특별법 수정안 표결처리’와 ‘집시법 개정안 강행처리 철회’를 맞바꾸는 등 협상의 묘를 살려 최단 기간 내 원 구성을 마무리한 것이다.
반면 가장 오랜 기간이 걸린 때는 15반 후반기 국회다. 원 구성에 79일이 걸렸고 1998년 8월 18일이 돼서야 국회가 정상화됐다. 김대중 정부 직후 김종필 국무총리 서리 인준 문제 등으로 여야 냉전이 길어졌다. 이 때문에 국회의장 없이 제헌절 기념식을 치르는 초유의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다음으로 원 구성에 장기간이 소요된 때는 직전 국회인 20대 후반기다. 원 구성이 57일 지나 완료돼 2018년 7월 26일에 개원했다. 원 구성 협상 테이블에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와정의의의원모임이 참여했고, 이때도 역시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 등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입법부 공백의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원 구성은 국회가 돌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틀을 갖추는 것인데, 이조차도 매번 역대 국회가 실패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법에서 법정시한을 규정하고 있지만 원 구성을 원내대표 협상에 의존하는 관행이 만들어지면서 원 구성 지연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의 예산안 자동 부의·처리 수준으로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되풀이되는 ‘지각 개원’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보다 원 구성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1대 국회 후반기는 새 정부가 출범한 데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더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경기불황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지만, 국회가 휴업상태에 빠지면서 관련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5일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들이 지금 민생의 위기를 얼마나 절박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서로에게 공을 넘기고 있다”며 “원 구성이 지연되는 기간 동안 의원들에게 세비 지급을 중단한다거나, 예산안에 버금가는 강제성을 관련 법 조항에 명시한다거나 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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