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코로나19.. 그런데 사랑이 싹텄다면?

박장식 입력 2022. 6. 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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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국제평화영화제] 코로나19 봉쇄 속 사랑 다룬 <러브 인 어 보틀>

[박장식 기자]

 2022 평창국제평화영화제를 통해 상영된 <러브 인 어 보틀>의 포스터.
ⓒ IMDb
 
코로나19가 처음 범유행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2020년 2월과 3월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 떠올리기 힘든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매일 갈 수 있던 곳이 문을 닫고, 집 밖을 나가기가 쉽지 않았으며, 국경을 넘기는 더욱 어려워졌던 끔찍했던 시기 말이다.

그런데 막 팬데믹이 범유행되기 시작할 때 사랑이 싹튼 두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그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밀라노 공항에서 처음 마주쳤던 두 사람이 어느 사이 '랜선'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 <러브 인 어 보틀>이 2022 평창국제평화영화제를 찾았다.

영국에 사는 IT 업계 종사자 마일스, 그리고 네덜란드에 사는 조향사 럭키가 만나 벌이는 이야기는 웹캠 화면 두 개의 카메라로만, 그리고 가끔 오가는 메신저 화면과 두 사람이 직접 찍어보내는 동영상 정도가 전부이지만, 오히려 영화 <서치>를 닮은 압축감이 있다.

좁혀지지 않는 물리적 거리

코로나19가 유럽에 범유행하기 직전 밀라노 공항에서 잠깐 만났던 마일스와 럭키. 럭키는 마일스의 캐리어에 붙어있던 택을 살짝 떼어 가 연락처를 얻었고, 그렇게 두 사람의 '랜선 만남'이 시작된다. 당시 유럽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시작되던 터. 일터에 나가지 못하는 두 사람은 그렇게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서로의 직업을 묻는 질문, 그리고 두 도시의 상황을 공유하는 대화는 익숙하지 않았던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나 다름 없다. 럭키가 마일스에게 네덜란드어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마일스가 자신의 취미인 자연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것을 자랑하기도 한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영상 통화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니 두 사람의 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서로의 집 모습을 보여주며 '랜선 집들이'를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춤을 추자'는 럭키의 제안에 두 사람이 술을 진탕 마시고 별의 별 춤을 추면서 밤이 새도록 놀기도 한다.
 
 <러브 인 어 보틀>의 스틸컷.
ⓒ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두 사람이 친구처럼, 어쩌면 장난 섞인 반응으로 서로를 대하던 이야기는 어느 사이 서로에 대한 호감을 속삭이는 말로 변해간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다를 건너야만 만날 수 있는 서로의 물리적인 거리가 문제다. 서로 입을 맞출 수도, 서로 사랑을 확인할 수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두 사람의 웹캠은 서로의 솔직한 욕망을 담는다. 두 사람은 거울에 서로 입을 맞추기도 하고, 어쩌면 더욱 과감한 행동 역시 이어간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서로 만났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다가오는 현실적인 연인 관계에서의 문제도 두 사람의 웹캠은 화면을 돌리지 않고 담는다.

물론 그 웹캠에는 이 영화가 왜 18세 미만 관람 불가인지 알 수 있는 '남사스러운' 장면 역시 담기는 것이 사실. 장면의 수위는 높지만, 전염병의 창궐로 인해 평범하게 서로 자연스럽게 만나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현실이 담긴 장면이기에 안쓰러움이 더 큰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가 꺼내는 2년 전 '코로나19'의 추억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2001년 영화 <난리법석 결혼소동>을 만들기도 했던 네덜란드의 파울라 반 데르 우에스트 감독이 만든 <러브 인 어 보틀>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이면에, 코로나19의 유행 초기 유럽의 상황을 시시각각 재현해낸 것이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갑작스럽게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봉쇄, 일을 하러 외출할 수도 없고, 생필품 사러 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재택 근무를 치러야 하고, 몇 발짝 이상 오갈 수도 없는 집에서 갇혀 지내야 하는 현실은 두 사람이 각각 갖고 있는 카메라에 적나라하게 담긴다. 그리고, 그 장면은 웹캠 안 화면이기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코로나19가 어떤 한 나라만의 경험이 아닌, 모두가 겪은 경험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기에, 그리고 뉴스에서만 보던 해외의 코로나19 봉쇄를 직접 경험하는 느낌이기에 <러브 인 어 보틀>은 더욱 일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되고, '우리도 코로나 심할 때는 힘들었지' 하는 회상을 하게끔 만든다.
 
 <러브 인 어 보틀>의 스틸컷.
ⓒ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러브 인 어 보틀>은 이번 2022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POV : 뉴노멀의 풍경 - SNS, 미디어 그리고 나' 섹션에 포함되어 한국의 스크린을 찾았다. 영화제 측은 '코로나19 시대의 사랑'이라는 부제를 붙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걸맞은 영화'라며 <러브 인 어 보틀>을 소개하곤 했다.

다른 영화들이 코로나19를 외면하거나 간단히 짚고 넘어가지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세계를 바꿔놓은 코로나19를 여전히 실감할 수 있는 영화이기에, <러브 인 어 보틀>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나도, 옆자리 사람도 2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을 발견하며 괜히 쓴웃음도 한 번 짓게 된다.

<러브 인 어 보틀>은 해외 OTT에서도 서비스가 되고 있지만, 큰 스크린에서 2년 전 누군가의 일상을 지켜보는 듯한 재미를 느끼는 것도 충분히 좋다. 2022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는 오는 일요일인 26일 오후 8시부터 <러브 인 어 보틀>을 한 번 더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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