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외면하고 싶은 금기에 도전하는 이 영화
[김상목 기자]
▲ "다크 그린 에너지" 포스터 영화 포스터 이미지 |
ⓒ GAD |
이 채 한 시간 조금 안 되는 다큐멘터리는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애초부터 그럴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본 작품 <다크 그린 에너지>를 보고 나서 별다른 감정의 파고를 겪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이 작품에 담겨 있는 내용을 치열한 노력과 경험으로 이미 숙지했거나, 아니면 정말 이 세상의 미래에 관심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다.
영화를 만든 이들은 누구라도 외면하고 싶은 금기에 도전한다. 하필이면 세상을 지금보다 더 좋게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확신에 찬 생각으로 현재의 화석연료 중심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그 대안으로 내세운 것의 가면을 벗기려 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제기하는 쟁점은 사실 어찌 보면 지극히 정말 상식적인 질문에 속하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괜히 꺼내기 망설였던 의문을 정면으로 제기한다. 재생 에너지 혹은 녹색 에너지는 과연 만병통치약 마냥 작금의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을 해결해줄 마법의 아이템이 맞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 "다크 그린 에너지" 포스터 영화 포스터 이미지 |
ⓒ GAD |
두 감독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재생에너지의 삼위일체처럼 통용되고 있는 이미지들에 도전한다. 전기자동차-태양광 발전-풍력 발전이라는 대안적 운송과 에너지 관련 아이콘들이 직격 대상이다. 이 셋에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답은 희토류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기 모터에 모두 필수적으로 희토류가 들어가는 문제제기로 출발한다.
청정에너지 체계의 상징인 위의 세 체계에는 엄청난 량의 희귀광물이 필요하다. 중동의 석유를 덜 쓰는 대신, 새로운 광산이 전 지구적으로 채굴되는 중이다. 아프리카, 시베리아, 남미대륙 곳곳에서 생소하지만 어느새 이것 없이는 전 지구적 마비를 불러올 희귀한 광물질들이 그 가치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중이다.
폭증하는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 3세계 곳곳에서 예전 시대의 반복적 순환 마냥 환경파괴와 인권 유린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민주주의가 국내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시민을 대표하지 못하는 무능하거나 부도덕한 권력이 군림하는 나라들에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자원수급이 걸려 있는 희토류 광산자원 문제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치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 "다크 그린 에너지" 스틸 영화 스틸 이미지 |
ⓒ GAD |
세계 구리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칠레에선 구리 광산 주변의 특정 질병 발병률이 현저하게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쓸모 있는 광물 분류를 위해 1초당 2천 리터의 귀한 물을 낭비하고 폐수는 재처리를 생략한 뒤 그냥 호수에 투기해버린다. 차로 4시간 격리된 지역인데도 이곳 주민들은 자국 다른 지역과 판이하게 다른 사망요인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런 오염 누적의 결과 지역민들은 더 이상 농사도 짓기 힘들 만큼 오염과 수자원 고갈이 심각해진 상태다. 하지만 전기자동차가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4배나 되는 구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리 광산의 미래는 창창한 상황이다. 지역 주민은 광산 호황에 생계를 의탁하는 처지인지라 광산 축소나 폐쇄는 엄두도 낼 수 없다.
▲ "다크 그린 에너지" 포스터 영화 포스터 이미지 |
ⓒ GAD |
결국 정치인들은 표를 얻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유혹에 직면하고 만다. 시민들에게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청정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은 그 발단이 에너지 정의를 추구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비극적이다. 여기에다 산업화 시대의 쇠락과 함께 정체되어가던 성장 동력 담론을 혁신해버릴 대안으로 부각되어온, 대체에너지 관련 프로젝트 진행속도에 조바심을 내기 시작한다. 그 결과는 마치 세기말에 모든 걸 다 해결해줄 것처럼 등장했다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곤 하던 일종의 메시아 이념과도 묘하게 통한다.
사실 전문가와 정치인들 상당수는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대접을 받고 있는 작금의 재생에너지 붐에도 현재적 한계가 명확히 존재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테다. 그렇지만 대중에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차마 말하지 못한다. 그들 자신이 거짓말을 일삼았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선의에서 함께 여러 난관을 뚫고 개척해온 것들이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점, 거기에서 출발하는 공황과 냉소가 두려워서이기도 하다.
그렇게 애써 쉬쉬한 결과 아직 희토류의 재활용 활성화 방안은 기술적으로 요원하기만 한 실정이다. 재생에너지 체계가 석유나 석탄 폐기물 대신에 내용물만 바꿔 고스란히 쌓여가는 것에 불과한 상황. 거기에다 기술적으로는 해결방안도 연구되지 못하는 더 악화된 지경이다. 소음과 사고 위험으로 흉물 취급을 받기도 하는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선풍기 날개 같은 터빈은 그 규모와 재질 때문에 아직 뚜렷한 재활용 처리방안이 수립되지 않았다. 수명이 다된 괴물 같은 날개가 풍차 아래 수북이 원형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뭔가 한참 잘못되고 있다.
▲ "다크 그린 에너지" 스틸 영화 스틸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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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그린 에너지> 영화의 완성도는 그저 환경문제에서 지금껏 간과되어온 이면에 대한 경각심을 갖자는 입문교재 수준은 아득히 뛰어넘는다. 여러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소개되는 충격적 사실들, 그간 감춰졌던 대체에너지 사업의 위선과 한계가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이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세계와 3세계의 견해차와 일방적인 책임전가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라는, 이제는 잊힌 역사용어로 간주되던 오래된 화두를 다시금 현재적 쟁점으로 튀어나오게 만든다.
거창하게는 1세계와 3세계, 북반구와 남반구 위주의 갈등 구도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지만, 개별 국가 내에서도 부유하고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 지역과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낙후한 교외/시골 지역에서 비슷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나날이 폭등하는 에너지 자원 수급을 위해 원자력 발전소나 고압 송전선이 어떤 식으로 건설되고 유지되는지를 살펴본다면 금방 이해가 될 문제다. 괜히 한국사회에서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주장이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고 꾸준히 등장하는지 살펴볼 일이다.
54분이란 분량은 본 작품이 영화제나 시네마테크가 아닌 활용지점을 위주로 설정하고 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개론서 / 가이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종합적인 내용은 두터운 편이지만 해당 사안에 문제의식을 평소 갖고 살펴보던 이들에겐 성이 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애초 이 영화는 사안이 생소한 이들에게 꼭 알려야 할 소식을 전하려는 선을 상정하고 있다. 감독들의 목표 역시 선의의 시민들을 위한 대중교육에 이 영화가 온전히 잘 쓰이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작품 정보 |
다크 그린 에너지 The Dark Side of Green Energies 2020|프랑스|다큐멘터리|54분 감독 장루이 페레즈, 기욤 피트롱 2022 19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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