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외면하고 싶은 금기에 도전하는 이 영화

김상목 입력 2022. 6. 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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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영화들' 리뷰] <다크 그린 에너지>

[김상목 기자]

▲ "다크 그린 에너지" 포스터 영화 포스터 이미지
ⓒ GAD
1_선의를 가진 이들에게 충격을 주려는 대담한 시도

이 채 한 시간 조금 안 되는 다큐멘터리는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애초부터 그럴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본 작품 <다크 그린 에너지>를 보고 나서 별다른 감정의 파고를 겪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이 작품에 담겨 있는 내용을 치열한 노력과 경험으로 이미 숙지했거나, 아니면 정말 이 세상의 미래에 관심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다.

영화를 만든 이들은 누구라도 외면하고 싶은 금기에 도전한다. 하필이면 세상을 지금보다 더 좋게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확신에 찬 생각으로 현재의 화석연료 중심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그 대안으로 내세운 것의 가면을 벗기려 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제기하는 쟁점은 사실 어찌 보면 지극히 정말 상식적인 질문에 속하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괜히 꺼내기 망설였던 의문을 정면으로 제기한다. 재생 에너지 혹은 녹색 에너지는 과연 만병통치약 마냥 작금의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을 해결해줄 마법의 아이템이 맞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제목부터 짐작했겠지만 본 작품은 철저히 우상을 파괴하고자 하는 시도다. 그것도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려는 생각에 동의하는 수많은 이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그런 내용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제작한 이들은 이제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지 않을 수 없다는 태도를 확고히 견지한다.
 
▲ "다크 그린 에너지" 포스터 영화 포스터 이미지
ⓒ GAD
2_재생에너지가 재생도, 재활용도 되지 않는 딜레마

두 감독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재생에너지의 삼위일체처럼 통용되고 있는 이미지들에 도전한다. 전기자동차-태양광 발전-풍력 발전이라는 대안적 운송과 에너지 관련 아이콘들이 직격 대상이다. 이 셋에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답은 희토류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기 모터에 모두 필수적으로 희토류가 들어가는 문제제기로 출발한다.

청정에너지 체계의 상징인 위의 세 체계에는 엄청난 량의 희귀광물이 필요하다. 중동의 석유를 덜 쓰는 대신, 새로운 광산이 전 지구적으로 채굴되는 중이다. 아프리카, 시베리아, 남미대륙 곳곳에서 생소하지만 어느새 이것 없이는 전 지구적 마비를 불러올 희귀한 광물질들이 그 가치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중이다.

폭증하는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 3세계 곳곳에서 예전 시대의 반복적 순환 마냥 환경파괴와 인권 유린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민주주의가 국내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시민을 대표하지 못하는 무능하거나 부도덕한 권력이 군림하는 나라들에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자원수급이 걸려 있는 희토류 광산자원 문제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치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 세계를 누비면서 희토류 광산채굴이 어떻게 현지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지 순회를 거듭해가며 관객들 앞에 선보인다. 수많은 희토류 종류를 통틀어 전체의 3/4 총량을 점유하는 자원대국, 중국의 현주소를 제작진은 꽤나 충격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만주라 불리는 동북지역 흑룡강성의 흑연 광산에서 현재 벌어지는 풍경은 예전 시기의 기억들, 미나마타병이나 원진레이온을 몸서리치도록 떠올리게 만든다. 모든 동네가 분진에 의해 자욱하게 검은 먼지와 재에 휩싸인 상태다. 이곳은 더 이상 식물이 자라지 않고 광부들의 각종 질병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었다.
 
▲ "다크 그린 에너지" 스틸 영화 스틸 이미지
ⓒ GAD
전기자동차 배터리나 연료전지에 활용되는 리튬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 볼리비아. 이 곳의 어마어마한 규모 광산에선 그저 원자재 채굴을 넘어 제품 가공기술을 습득해 오랜 빈곤에서 탈출을 꾀한다. 1세계가 BRICS 등 중진국 국가들에게 성장과정에서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을 경고해도 그들이 뻗대는 것과 같은 이유다. 이미 그들이 누리는 걸 우리도 누리고 싶다는 항변이다. 볼리비아 정부의 야심은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은 채 성장의 과실에 고정되어 있다. 리튬이 향후 20배 이상 수요가 폭등할 것이란 즐거운 비명 앞에서 리튬 채굴 방식 때문에 어쩌면 우유니 소금사막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고 경고하지만 누구도 들을 생각이 없다.

세계 구리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칠레에선 구리 광산 주변의 특정 질병 발병률이 현저하게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쓸모 있는 광물 분류를 위해 1초당 2천 리터의 귀한 물을 낭비하고 폐수는 재처리를 생략한 뒤 그냥 호수에 투기해버린다. 차로 4시간 격리된 지역인데도 이곳 주민들은 자국 다른 지역과 판이하게 다른 사망요인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런 오염 누적의 결과 지역민들은 더 이상 농사도 짓기 힘들 만큼 오염과 수자원 고갈이 심각해진 상태다. 하지만 전기자동차가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4배나 되는 구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리 광산의 미래는 창창한 상황이다. 지역 주민은 광산 호황에 생계를 의탁하는 처지인지라 광산 축소나 폐쇄는 엄두도 낼 수 없다.

중국을 경유하면서 영화는 재생에너지 생산에 필수인 자원문제의 난맥상 폭로에서 좀 더 미래학적 사회 전망으로 변형된다. 중국은 서방국가들의 기대처럼 자신들이 원료와 저임금 노동력으로만 유지되길 거부하고 있다. 다음 단계로 자체 생산품으로 중국 내수 진작을 한 뒤 이를 뛰어넘어 기술 개발과 완성품 수출에 끼고 싶다. 구조적 빈곤의 수렁에 허우적대다 자원 부국이 되어 새로운 중흥의 꿈을 꾸던 3세계 국가들도 그와 비슷한 속내를 드러낸다. 그런 그들을 애써 뜯어말리기엔 서구 선진국들이 그동안 저질러놓은 문제가 너무 크기에 어찌 설득할 도리가 없어 보인다.
 
▲ "다크 그린 에너지" 포스터 영화 포스터 이미지
ⓒ GAD
3_왜 환경을 위한 선의는 변질되고 타락하는가?

결국 정치인들은 표를 얻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유혹에 직면하고 만다. 시민들에게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청정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은 그 발단이 에너지 정의를 추구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비극적이다. 여기에다 산업화 시대의 쇠락과 함께 정체되어가던 성장 동력 담론을 혁신해버릴 대안으로 부각되어온, 대체에너지 관련 프로젝트 진행속도에 조바심을 내기 시작한다. 그 결과는 마치 세기말에 모든 걸 다 해결해줄 것처럼 등장했다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곤 하던 일종의 메시아 이념과도 묘하게 통한다.

사실 전문가와 정치인들 상당수는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대접을 받고 있는 작금의 재생에너지 붐에도 현재적 한계가 명확히 존재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테다. 그렇지만 대중에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차마 말하지 못한다. 그들 자신이 거짓말을 일삼았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선의에서 함께 여러 난관을 뚫고 개척해온 것들이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점, 거기에서 출발하는 공황과 냉소가 두려워서이기도 하다.

그렇게 애써 쉬쉬한 결과 아직 희토류의 재활용 활성화 방안은 기술적으로 요원하기만 한 실정이다. 재생에너지 체계가 석유나 석탄 폐기물 대신에 내용물만 바꿔 고스란히 쌓여가는 것에 불과한 상황. 거기에다 기술적으로는 해결방안도 연구되지 못하는 더 악화된 지경이다. 소음과 사고 위험으로 흉물 취급을 받기도 하는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선풍기 날개 같은 터빈은 그 규모와 재질 때문에 아직 뚜렷한 재활용 처리방안이 수립되지 않았다. 수명이 다된 괴물 같은 날개가 풍차 아래 수북이 원형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뭔가 한참 잘못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기존의 화석연료 문제는 많이 알려져 있기에 기후정의나 에너지정의를 내세우며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들 간에 협상이나 지원을 적극적으로 제기라도 할 수 있었지만 이 새로운 에너지자원에 대해선 논의를 새롭게 시작할 판이라는 점. 그리고 이전보다 더 극단적으로 자원을 쓰는 자와 퍼내는 자의 입장이 상반된다는 문제다. 대체에너지로 화석연료 기반 체제를 바꿔냄으로서 1세계는 더 청결하고 안전해진다. 하지만 3세계는 그런 에너지자원의 수혜는 많이 얻지 못하면서 오염과 자원 소모는 전적으로 떠안게 된 격이다. 이렇게 완벽하게 불공평할 수도 없다.
 
▲ "다크 그린 에너지" 스틸 영화 스틸 이미지
ⓒ GAD
 4_대중교육과 사회적 토론을 위한 필수교재의 효용성

<다크 그린 에너지> 영화의 완성도는 그저 환경문제에서 지금껏 간과되어온 이면에 대한 경각심을 갖자는 입문교재 수준은 아득히 뛰어넘는다. 여러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소개되는 충격적 사실들, 그간 감춰졌던 대체에너지 사업의 위선과 한계가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이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세계와 3세계의 견해차와 일방적인 책임전가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라는, 이제는 잊힌 역사용어로 간주되던 오래된 화두를 다시금 현재적 쟁점으로 튀어나오게 만든다.

거창하게는 1세계와 3세계, 북반구와 남반구 위주의 갈등 구도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지만, 개별 국가 내에서도 부유하고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 지역과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낙후한 교외/시골 지역에서 비슷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나날이 폭등하는 에너지 자원 수급을 위해 원자력 발전소나 고압 송전선이 어떤 식으로 건설되고 유지되는지를 살펴본다면 금방 이해가 될 문제다. 괜히 한국사회에서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주장이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고 꾸준히 등장하는지 살펴볼 일이다.

54분이란 분량은 본 작품이 영화제나 시네마테크가 아닌 활용지점을 위주로 설정하고 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개론서 / 가이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종합적인 내용은 두터운 편이지만 해당 사안에 문제의식을 평소 갖고 살펴보던 이들에겐 성이 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애초 이 영화는 사안이 생소한 이들에게 꼭 알려야 할 소식을 전하려는 선을 상정하고 있다. 감독들의 목표 역시 선의의 시민들을 위한 대중교육에 이 영화가 온전히 잘 쓰이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영상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이지만 꼭 필요하고 공익적으로 유용한 것들은 여전히 시민에게 소개될 통로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시민사회단체가 조직적으로 공동체 상영과 배급을 책임지는 구조는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온라인에 배포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시민교육 차원에서 공공성을 띤 영상작품의 활용방도와 통로는 신속히 재정비되어야 마땅할 일이다.
 
작품 정보

다크 그린 에너지 The Dark Side of Green Energies
2020|프랑스|다큐멘터리|54분
감독 장루이 페레즈, 기욤 피트롱
 
2022 19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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