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연일 '이자장사' 압박에, 연 7%대 주담대 사라졌다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압박에 시중은행에서 연 7%가 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이달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연 7% 넘었던 우리은행이 금리를 6%대로 낮추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24일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를 연 5.48~7.16%에서 연 5.47~6.26%로 조정했다. 금리 하단은 0.01%포인트 낮춘 반면 금리 상단은 0.9%포인트 내려갔다. 우리은행은 주담대 변동금리(연 4.85~5.84%)도 최고 금리를 전날보다 1.3%포인트 내렸다.

우리은행은 저신용자에게 적용되는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최고 금리를 낮췄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ㆍ무보증) 금리는 24일 연 3.948%로 전날보다 0.115%포인트 하락했다. 결국 우대금리를 높여 최고금리를 6%대로 낮췄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용도 1~8등급 고객에게만 적용되던 우대금리를 신용도가 낮은 고객(신용도 9~10등급)에게도 확대해 금리 상단이 내려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대출 금리 인하는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은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엔 "은행은 주주의 이익과 공적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금융기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금리인하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은 다시 6%대로 내려왔다. 24일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4.64~6.515% 수준이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한시적 금리인하 정책을 연장하거나 추가 대출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