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찬욱 "사랑이 얼마나 힘들면 '헤어질 결심'까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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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이고 우아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24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헤어질 결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서경 작가와 대화하며 영화 제목이 떠오를 때가 많은데 이번에도 트리트먼트 집필 과정에서 이야기 나누다가 '아! 제목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 마음에 든 이유는 관객이 글자 그대로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죠. 보통은 사람들이 결심하면 성공하는 일이 드물지 않나요. '결심'이라는 단어는 실행하지만 결국 '실패'로 연결되는 단어 같아요. 헤어질 결심을 하는데 끝내 헤어지지 못하거나 고통스럽게 헤어지는 모습도 연상되고요. 얼마나 사랑이 힘들면 결심까지 필요한 것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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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우아한 사랑 이야기"
"사려 깊은 탕웨이·박해일 잘 맞아"
차기작은 로다주 주연 HBO 드라마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고전적이고 우아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24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헤어질 결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순수하다는 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서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나 감독의 주장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영화적 볼거리나 기교 없이 간결하게 구사해 감흥을 끌어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식으로 비치면 어쩌나 싶다가도, 현대에는 새로워 보일 수도 있다는 기대가 모두 있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6번째 한국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지난 5월 74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올드보이'(2004·심사위원대상), '박쥐'(2009·심사위원상), '아가씨'(2016·경쟁초청)에 4번째 경쟁부문에 초청돼 품에 안은 3번째 상이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만나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용의자와 형사의 관계를 통해 사랑을 말한다. 박 감독은 "수사관을 이용하는 팜므파탈이라 생각했던 서래(탕웨이 분)가 장르적 관습, 클리셰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고 기존 필름 누아르와 차별점을 짚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 과정에서의 팽팽한 긴장과 서로에게 호기심과 동질감을 느끼는 형사와 용의자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박 감독은 작정하고 정사·폭력을 배제하고 영화를 만들었다. 사랑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우아한 텐션이 느껴진다.
"에로틱한 느낌을 내려고 배우한테 표정을 주문하거나 어떤 구도를 잡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히 관능적으로 묘사하려 애쓰지는 않았어요. 관객이 느끼는 '에로틱하다' '섹시하다'는 감정은, 사랑이 얼마나 정신적인지 입증하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육체적 터치보다 사랑으로 인한 관심, 그러한 감정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성적인 즐거움까지 유발하는지 알려주는 게 아닐까요."
영화 제목인 '헤어질 결심'에 담은 의미도 설명했다. 박 감독은 "처음에 주변에서 독립영화 제목 같다고 했다. 독립영화 제목이 따로 있나, 정말 그러한지 반박했다"고 떠올렸다.
"정서경 작가와 대화하며 영화 제목이 떠오를 때가 많은데 이번에도 트리트먼트 집필 과정에서 이야기 나누다가 '아! 제목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 마음에 든 이유는 관객이 글자 그대로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죠. 보통은 사람들이 결심하면 성공하는 일이 드물지 않나요. '결심'이라는 단어는 실행하지만 결국 '실패'로 연결되는 단어 같아요. 헤어질 결심을 하는데 끝내 헤어지지 못하거나 고통스럽게 헤어지는 모습도 연상되고요. 얼마나 사랑이 힘들면 결심까지 필요한 것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형사와 용의자를 연기한 배우 박해일과 탕웨이에 대해서는 "천성이 사려 깊고 자상한 사람끼리 잘 만났다"고 했다. 박 감독은 "연기는 상호작용이다.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주고받는 것인데, 두 배우는 서로에게 감동하고, 그 감동을 주고받으며 일했다"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을 마무리한 박찬욱 감독은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동명 소설 '동조자'를 원작으로 한 HBO 드라마 연출에 나선다. 주연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는다. 아울러 폭력이나 섹스, 노출이 강한 영화도 여러편 준비하고 밝혔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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