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신청 4개월만에 EU 후보국..美는 5800억원 또 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가 가입을 신청한 지 약 4개월 만이라는 이례적인 속도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뉴스1]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EU 27개국 정상들은 벨기에 브뤼셀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 대한 EU 가입 후보국 지위 부여를 결정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평화를 지키고 유럽의 안정과 번영을 이끌 역사적 순간”이라며 “양국 국민에 축하 인사를 전한다. 우리의 미래는 함께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오늘 우리의 결정이 모두를 강하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환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식이 알려진 직후 “미셸 상임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모든 EU 지도자에게 감사한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EU에 있다”고 화답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번 EU 가입 후보국 지위 부여 결정은 우크라이나의 정식 가입 신청 후 약 4개월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후보국 지위 부여에는 대체로 수년이 소요되며, 터키의 경우 1987년 가입을 신청해 1999년에야 후보국 지위를 획득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나흘 뒤인 2월 28일 EU 가입을 요청했다. 이후 위기감을 느낀 몰도바와 조지아도 3월 4일 EU 가입을 신청했다. EU는 경제적 동맹의 성격이 강하지만, 회원국이 군사적 공격을 받았을 경우 이를 지원할 의무를 조약에 규정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EU 회원국이 되기 위해선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가입 후보국 지위 획득 후에는 정식 가입 협상과 회원국 승인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각 과정에서 기존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요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스스로도 EU의 법과 규제를 수용하는 개혁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던 스웨덴‧오스트리아‧핀란드의 경우에도 정식 가입에 3~5년이 걸렸고, 2013년 EU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크로아티아는 2004년 가입 후보국이 되고 9년이 지나서야 정식 회원국이 됐다. 터키‧몬테네그로‧세르비아‧알바니아‧북마케도니아 등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수 년째 가입 협상을 진행 중이다. CNN은 “EU의 모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의 가입 시도를 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EU 정상들은 가입 신청국 가운데 조지아는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잠재 가입 후보국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후보국 지위 확보에 대해 세르게이 라프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4일 “EU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달리 군사 동맹이 아니기에 위협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EU에서 공격적 이데올로기, 특히 러시아 혐오주의 색채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이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4억5000만 달러(약 5843억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의 명분 없는 침공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는 약속의 일환”이라며 이런 방침을 밝혔다. 이번 지원에는 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HIMARS) 4기를 비롯해 견인포 운용을 위한 18대의 전술차량과 포탄 약 3만6000발, 18대의 해안 경비 순찰선 등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미국 CNBC는 전했다. HIMARS는 화력 열세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무기체계 중 하나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CNN은 두 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침공 초기 저지른 실수를 학습해 동부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루한스크주(州)에 남은 마지막 도시들인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에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리시찬스크 전체가 적군의 포격 범위 안에 들었다”며 “더 이상 이 지역에 안전한 곳은 없다”고 토로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