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향하는 '공무원 월북 몰이' 의혹

정계성 2022. 6. 2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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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생존 보고 받았지만 구호 지시 안 해
'시신 소각' 입장 번복 배경에 NSC 의심
7시간 감청 중 '월북' 단 한번 등장
'월북 몰이' 관련 23일 靑 회의 주목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유족 초청 간담회에서 해수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와 대화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가 "문재인 정부가 시신 소각 사실을 번복하도록 왜곡하고, 월북 몰이를 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는 내용의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 청와대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 지정기록물 열람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TF의 판단이다.


24일 하태경 TF 단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간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자 구조 노력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진상 파악을 한 결과 많은 의문 사항이 해소됐고 또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들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1일 공식 출범한 TF는 국가 인권위원회, 해양경찰청, 국방부를 방문해 자료 열람과 질의응답을 진행했으며, 추가로 국정원과 외교부 등 관계부처를 방문할 예정이다.


TF가 확인한 첫 번째 사항은 "남북 간 통신선이 단절돼 대처가 힘들었다"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생존 사실을 인지했으며, 대통령 서면보고는 오후 6시 30분에 이뤄졌다. 하지만 구조를 위한 어떠한 지시도 국방부에 하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유엔사가 관리하는 판문점 대북 채널이 있었기 때문에 통신선 단절로 대처가 어려웠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도 "정부 차원에서 가용한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실종자 구조 및 송환을 북측에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TF에 밝혔다.


또한 정부가 이씨의 피격 사실을 하루 이상 은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 단장은 "국방부가 22일 이씨가 사살되고 시신이 소각됐다는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입수했다"며 "모든 분석이 끝나 23일 오전 대통령 보고가 이뤄졌는데, 당일 정부는 국민께 이씨의 사망 사실을 은폐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방부의 '시신 소각'에서 '시신 소각 추정'으로 입장이 번복된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다는 게 TF의 추정이다. 24일 국방부는 '시신 소각' 발표 전 청와대에 미리 보고를 했는데, 당시에는 청와대도 동의를 했었다. 하지만 25일 북한이 전통문을 통해 이를 부인하자 NSC 사무처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주요쟁점 답변지침'이라는 공문을 국방부에 하달해 입장변경을 요구했다는 게 요지다.

합참 "월북 가능성 낮다" 보고 후 번복 미스테리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하태경 위원장이 22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을 찾아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정권 차원의 공무원 월북 몰이 단서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22일 합동참모본부의 최초 보고서에는 '월북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당시 조류가 북에서 남서 방향이었고 어선들의 조업기여서 월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그런데 이씨가 사살된 이후인 23일 2회의 청와대 관계장관회의를 거치고 난 뒤 24일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다. 22일과 24일 사이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결국 대통령기록물 공개가 필요하다는 결론의 이유다.


무엇보다 '월북' 판단의 핵심 근거인 SI 내용을 부풀렸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TF는 강조했다. 7시간 통신에 해당하는 방대한 내용 중 '월북'은 단 한차례 나오며, 등장한 시점도 발견된 직후가 아닌 2시간이나 지난 후에 나왔다는 것이다. 하 단장은 "확고한 월북의 의사가 있었다면 발견 직후 상세한 내용이 나왔어야 한다"며 "월북 판단의 신뢰도에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TF 소속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씨가) 굉장히 기진맥진해서 제대로된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첩보를 맞춰보면 이씨는 월북이라는 단어를 인식하지 못하고 (북한군의 월북 질문에) 그저 '예예' 답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TF는 진상규명 활동을 마친 뒤 관련 책임자에 대한 형사고발 등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전주혜 의원은 "월북 몰이에 관해서 직권남용의 상당한 정황을 발견하고 있고 형사책임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한다"며 "TF 활동이 종료되는 시점에 국민의힘 차원에서 관련자에 대한 형사고발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도 힘을 보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유족들과 간담회를 열고 "북한에 살해당한 것도 모자라 월북으로 매도당했는데 누구에 의해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유족뿐 아니라 온 국민이 알아야 한다"며 "국민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국가의 존재 이유를 알려드리기 위해 유족과 함께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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