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 야구장에 가는 마음

2022. 6. 2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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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 자주 간다.

그러나 야구장을 찾을 때마다 어떤 위로를 가득 받고 돌아올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군가의 이름을 이렇게 간절하게 외칠 수 있는 곳은, 그리고 응원의 마음을 보낼 수 있는 곳은, 야구장 외에는 없는 것이다.

그런 마음들이 읽히는 야구장은, 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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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 자주 간다. 내가 갈 수 있는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가슴이 설렌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야구장 앞에 내려서,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1루 게이트로 들어간다. 나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저마다의 설렘을 안고서, 사랑하는 선수의 이름과 번호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걷는다. 체크인 정보를 보면, 가장 몸과 마음이 힘들었을 때 야구장을 많이 찾았던 듯하다. 단순히 야구를 보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집에서 TV 중계로 보면 해설을 들을 수 있고, 리플레이도 보여 주고, 선수들의 정보도 더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입장료도 들지 않는다. 그러나 야구장을 찾을 때마다 어떤 위로를 가득 받고 돌아올 수 있어서 좋았다.

야구처럼 모든 선수에게 온전한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스포츠도 별로 없는 듯하다.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모두가 타석에 서너 번씩은 들어오게 되고 그때마다 관중석의 우리는 모두 일어나 그 선수를 응원할 준비를 한다. 단상 위의 응원단이 그를 위한 입장곡과 응원가를 틀고 모두가 그 동작을 따라하며 구호를 외친다. 그가 타석에 서 있는 동안 그의 이름이 수십 번이나 불리게 되고, 그러다가 그가 출루하고 나면 다시 한 번 그의 응원가가 울려퍼진다. 누군가의 이름을 이렇게 간절하게 외칠 수 있는 곳은, 그리고 응원의 마음을 보낼 수 있는 곳은, 야구장 외에는 없는 것이다.

나에게 야구장은 타인을 응원하기 위해 가는 공간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간절히 응원하고 또 그에 응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각하기 위해 가는 곳인지도 모른다. 타석에 선 선수의 이름을 부르기 전 그가 하는 건 그저 공놀이에 지나지 않지만, 이름을 부를 때 그가 외야로 날린 공은 꽃이 되어 나에게 온다. 사람은 그렇게 응원 받고 응원하며 피어날 수 있는 존재다. 고작 잘해야 3할의 확률이기는 하지만, 이길 확률도 5할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그 응원의 현장에 있다는 자체로 고양된다.

얼마 전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보고 온 나의 아이는 집에 와서도 “타이거즈,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하고 외인타자의 응원가를 계속 따라하는 중이다. 잘 만든 응원가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소크라테스는 지금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타자 중 한 명이다. 내가 응원하는 팀에도 알포드라는 새로운 외인타자가 들어왔다. 얼마 전 야구장을 찾았을 때 팀의 응원단장은 응원가를 새로 만들었다며 설레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어느 선수의 응원 동작은 너무 어려웠다고 사과하며 바뀐 것을 알려 주었다. 우리는 또 그것을 진지하게 따라한다. 그런 마음들이 읽히는 야구장은, 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야구장 바깥에서도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프다. 그리고 응원받는 사람으로도, 잘 살아가고프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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