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해 순국한 선열들의 유품, 후손에게 돌려드려야죠

이종길 2022. 6. 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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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국군 유품 970점 보존처리 국립문화재연구원
인력 부족 국방부 유해발굴단 지원..이물질 제거·건조·복원까지
목적은 유족에게 온전히 전달 "유족들 시료 채취 참여 절실"
25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백마고지 인근 화살머리고지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원들이 6.25 당시 전투에서 숨진 국군 유해를 발굴하여 수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서북방 395고지)는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다. 1952년 10월 국군 제9사단과 중공군이 9일간 열두 차례 공방했다. 주인이 일곱 번이나 바뀐 접전은 국군의 승리로 끝났다. 중공군 약 1만 명을 격멸했다. 국군도 3500여 명이 사상했다.

유해발굴은 지난해 9월에야 첫발을 뗐다. 휴전과 동시에 일대가 비무장지대(DMZ)로 지정돼서다. 2018년 9·19 군사합의를 계기로 전환점이 마련돼 제5보병사단,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특수기동지원여단 등이 작업에 참여한다.

지난해 백마고지에선 유해 서른일곱 점이 수습됐다. 유품은 8000점에 달한다. 95% 이상은 탄약류. 폭발 가능성이 있어 폭발물 처리반(EOD)이 수거했다. 국방부 유해발굴단은 나머지를 보존 처리한다. 인력이 부족해 상당수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에 맡긴다. 올해도 368점이 옮겨졌다. 이인숙 국립문화재연구원 연구기획과 연구관은 "총기류, 철모, 수통, 벨트, 옷 단추, 군화 등을 인계받았다"며 "12월까지 추가 훼손, 변질, 부식 등의 발생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보존처리는 일곱 단계로 구분된다. 시작은 예비조사다. 실체현미경, X선, CT 등으로 보존상태를 파악한다. 기록을 마친 유품은 표면 이물질 제거 과정을 밟는다. 이재성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 학예연구사는 "실체현미경으로 확대 관찰하며 수술용 칼, 면봉 등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도금층이 드러난 유품은 안정화를 거쳐 자연 또는 열풍 순환으로 건조 처리된다. 이어 아크릴계 합성수지로 강화 처리돼 접합·복원된다. 다시 보존상태를 점검받고 기록카드와 함께 보관된다. 이 연구관은 "국보와 보물을 다뤄온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인력의 풍부한 경험과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국립문화재연구원는 지난 2년간 유품 970점을 보존 처리했다. 일부는 치열했던 백마고지 전투의 단면을 보여준다. 구멍 뚫린 수통이 대표적인 예다. 이 연구사는 "총알 네 발 이상이 관통하거나 스쳐 지나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보존처리와 데이터베이스의 주된 목적은 전시나 홍보가 아니다. 언제 찾을지 모르는 유족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위함이다. 이 연구관은 "국가와 민족을 지키고자 했던 순국선열의 유품"이라며 "예를 갖춰 보존처리를 수행해 후손의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은 2000년 4월에 개시됐다.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국군 수는 192명. 백마고지에선 조응성 하사와 김일수 하사 두 명이 파악됐다. 참호에서 신체 부위 일부가 수집됐다. 숟가락, 전투화, 야전삽, 반지 등도 함께 발견됐다. 조 하사의 철모에선 전사 원인으로 추정되는 관통 흔적도 확인됐다. 국방부는 백마고지 전사자 병적기록 등 자료를 조사해 조 하사의 딸 영자씨를 찾아냈다. 유전자정보(DNA) 분석으로 친자관계를 확인했다.

김 하사의 동생인 영환씨는 2018년 시료 채취에 참여해 수습한 유해와 DNA를 대조·분석할 수 있었다. 홍보 현수막을 본 자녀의 권유로 시료 채취를 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이호연 국방부 유해발굴단 주무관은 "수습 과정에서 군번줄 등 인식표가 발견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설사 나오더라도 해당 유해가 주인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DNA를 토대로 한 검사가 가장 정확해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열을 올린다"며 "유족들의 시료 채취 참여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25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백마고지 인근 화살머리고지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원들이 6.25 당시 전투에서 숨진 국군 유해를 발굴하여 수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절차는 까다롭지 않다. 인근 동사무소와 보건소에서 키트를 배포한다. 거동이 불편한 유족을 위해 방문 채취도 진행한다. 이 주무관은 "최후의 순간까지 목숨을 걸고 사수했던 호국영령들을 마지막 한 분까지 가족의 품으로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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