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팻말걸고 조리돌림 당하다 사망" 미군 7000명 北서 실종
6ㆍ25 전쟁이 일어난 지 7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군 참전용사가 7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된 용사들의 가족들은 유해 발굴을 애타게 기다리지만, 북한의 비협조로 송환 작업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2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아직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미군 전사자는 7500여명에 이른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 하와이의 태평양 국립기념묘지(일명 펀치볼 국립묘지)에 임시 안장돼 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ㆍ실종자확인국(DPAA)이 전 세계를 돌며 가져온 신원 미상 유해들이다. DPAA는 2018년부터 이런 신원 미상으로 묻혀 있던 800여 전사자 유해 가운데 500여 구를 발굴하는 ‘펀치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사한 뒤 복원 불가 판정을 받고 ‘신원 미상’ 상태로 처리된 유해 중 새로운 유전자 감식 기법으로 161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방송에 따르면 실종자 가족들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통보받기 전까지 유해가 미국에 송환됐는지, 북한에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DPAA가 6ㆍ25전쟁 실종 용사 확인 프로젝트의 ‘사건번호 1번’으로 등록한 존 R 러벨 미 공군 대령 역시 그런 경우다.
러벨 대령은 1950년 12월 미 공군 정찰폭격기로 북ㆍ중 국경지대를 비행하던 중 피격돼 당시 소련군에 붙잡혔다. 이후 그의 행방에 대해선 오랫동안 미군 측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러벨 대령의 가족은 옛 소련 붕괴 이후 해제된 KGB 자료를 통해 러벨 대령이 북한에서 숨진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북한에서 “내가 당신의 도시를 폭격했다”는 내용의 팻말을 강제로 목에 걸고 조리돌림을 당하다가 돌팔매를 맞고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러벨 대령의 외손자인 리처드 딘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재단(KWVMF) 부이사장은 방송에 “외할아버지의 유해가 북한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다. 그건 (돌아가신) 어머니의 희망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후 오랜 기간이 지나면서 실종자를 기억하는 가족도 연로해진 상황, 이미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작고한 자녀 세대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18년 6월 북ㆍ미 간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통해 미군 유해 발굴과 송환에 합의하고 북한이 유해 55상자를 송환했다. 이들 중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82명이다.
그러나 이듬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한은 미 당국의 논의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딘 부이사장은 “우리는 미 정부가 북한에 가서 조사하고 유해 위치를 찾을 수 있길 간절히 희망한다”며 “7900여 실종 용사 가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슬퍼할 장소가 없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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