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이 되어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될 줄이야

조갑환 2022. 6.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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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도 늙어간다'고 앓는 소리를 했던 나를 반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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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환 기자]

우리 나이로 70세가 되었다. 나이 칠십, 징그럽지 않은가. 아직도 생각은 30~40대 청춘인데 내 나이가 칠십이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기가 막히다. 옛적에는 나이 칠십이 고래희라며 죽을 때가 된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70이 되면서 느낀 것이 '열정이라든가, 하고자 하는 의욕도 늙어 가더라'이다.
 
▲ 덕유산 정상에서  미디어 봉사단 회원들과 덕유산을 찾았다
ⓒ 조갑환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면 '이 나이에 무슨'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새로운 것을 배워서 얼마나 써먹을 것인가, 그것도 과한 욕심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탁구를 취미로 하는데 우리 동호회 한 분이 나에게 지적을 했다. 내 동작을 고쳐야 되고 새로운 기술을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그작 저작 이 정도 가지고 놀랍니다'라며 거절했다. 이제까지 배운 것을 그럭저럭 써 먹으면서 살다가 가겠다는 소극적인 생각이었다.

원래 나는 배우는 것에 무척이나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은퇴를 하자마자 그동안 배우고 싶은 것들을 하느라 평생교육원, 미디어 센터, 아버지 합창단 등에 다니며 하루를 빡빡이 보냈다. 통기타, 클래식 기타, 댄스, 각종 미디어 교육 등을 열심히 했다. 그러면서 당시 나는 '하릴없이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무기력한 노인은 되지 않을 것이다'라며 '100세까지 공부하다가 갈 것이다'라고 다짐을 했다. 

은퇴 후 1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그때 뭘 그렇게 열심히 배우려 다녔는지 그 열정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 열정의 10분의 1도 남아 있지 않고 모두 떠난 듯하다. 몸도 이제 많이 낡았다. 몸의 이런저런 기능들이 낡아간다. 그 기능들을 약으로 보충하다 보니 늙어가며 약만 늘어가는 듯싶다. 성인병으로 약을 먹고 있고 몸의 기능들을 보충하기 위해서 변비약, 불면증 약들을 먹는다. 

이제 와 생각하니 '의욕도 늙어 가더라'이다. 세월 따라 안 늙어 가는 것이 있으랴. 새 차를 샀는데 이제 연식이 점점 쌓이다 보니 외장부터 색이 바래고 내장들도 오래되니 볼품 없어지고 불쾌한 냄새만 풍긴다. 왜 신은 점점 나이 들어가며 마지막에 제일 아름답고 젊었다가 가게 하지 않았을까? 

신의 뜻도 알 만하기는 하다. 만약에 갈수록 마지막에 젊은 상태로 의욕이 충만한 상태에서 세상을 뜬다면 사람들은 죽음을 얼마나 안타까워 할 것인가. 이렇게 늙어가다 몸과 마음이 흐리멍덩한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 삶에 대한 애착도 없고, 그냥 살며시 떠날 수도 있어 좋을 것 같다.

이랬던 내 마음에 충격을 주는 일이 생겼다. 광주의 빛고을 노인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느라고 다니면서다. 이때까지 코로나19로 문이 닫혀 있다가 이번에 개방을 하였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프로그램이 정상화되었다. 그곳에서 느낀 게 있다.

많은 노인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며 공부를 해보겠다고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 노인들의 대단한 공부 욕구이었다. 요즈음은 그분들이 아침 9시부터 오셔서 시간에 따라 공부를 하고 점심을 먹고 하느라 빛고을 노인센터가 활력이 넘친다. 

이것을 보면서 노인들의 의욕이 늙어가는 것도 보편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나보다 더욱 나이 많은 어르신들인데 저렇게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구나 하며 감탄을 했다. 그러면서 이제 70의 나이에 '의욕도 늙었다'며 배움의 자세를 접으려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물론 나이 들어가며 의욕이 사라지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사라져 가는 의욕에 역류해서 나아가도록 나를 채찍질 할 필요가 있다. 공원에서 어슬렁 거리며 옛날 과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무기력한 노인은 되지 말아야 한다. 사는 날까지는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일하며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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