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양평 별장

2022. 6. 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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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는 빌딩대신 100년 된 소나무와 구비진 산줄기가 보인다.
「 세대를 이어가는 15년 된 별장 」
우리 가족의 세컨드 하우스는 양평에 지어진 지 15년 된 별장이다. 원래는 시부모님께서 여가를 보내기 위해 마련한 곳인데 아버지께서 별세한 이후로 우리 부부가 관리하고 있다. 양평의 인기 지역인 문호리나 남한강 주변과 떨어진 산골이라 지금도 한적한 편이다. 시부모님께서 조용히 휴식을 즐기기 원해서 집 뒤에 산으로 연결되는 숲이 있는 지금의 자리를 선택했다고 들었다. 이 집은 천정고가 6m에 달하고 일반적인 형태의 지붕 외관이 아니라 완공 당시부터 여러 건축가들이 집을 구경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한다. 전체적인 형태는 건물 두 채가 붙어 있는 모양인데, 거실이 별관처럼 분리돼 있으면서도 주방 및 거주공간이 있는 다른 건물과 이어진 독특한 구조다. 거실에는 천정고와 같은 높이의 통창이 있는데, 커다란 창으로 밖을 바라보면 이 집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100년 된 소나무 한 그루와 산수화처럼 구비구비 펼쳐진 산줄기를 감상할 수 있다. 시어머니 소장품인 고가구와 달항아리, 어머니의 그림들을 갤러리처럼 두었고 내 취향의 가구와 소품도 기존 물건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배치했다. 다락방 형태의 탑층에는 스노보드 진열장과 책장이 있는 서재, 작은 다도 공간 등 남편을 위한 취미공간도 마련했다. 이곳 역시 커다란 창이 있어 바깥 뷰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조용한 독서를 위해 자주 찾곤 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손재주가 좋은 남편을 위한 목공 작업공간,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한 놀이공간도 계획하고 있다. 예전에는 패션·뷰티 에디터라는 직업상 전원보다 도시생활에 익숙했고, 마감과 해외 출장을 반복하다 보니 양평의 일상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주말에 가더라도 잠만 자고 오기 일쑤여서 화단에 무슨 꽃이 피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가족 계획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면서 커리어 단절에 대한 불안함이 생기고 갑자기 찾아온 휴식기에 적응하지 못해 우울해했다. 이때 남편의 권유로 양평 집에서 몇 개월 지내면서 정원을 가꾸고 주변 자연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내 삶과 인생의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됐다. 생활 패턴과 심리 상태는 물론 옷 입는 취향까지 바뀔 정도였으니 세컨드 하우스와 자연이 주는 힘은 정말 대단하다. 매해 봄이면 텃밭에 씨앗을 뿌리고 꽃을 가꾸는 일, 정원에 찾아오는 새들을 반기는 일,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나무에 새 잎이 나고 낙엽이 지고 다시 눈이 쌓이는 일들을 목격하는 건 무엇보다 경이롭고 감동적이었다. 예전에는 주말만 양평에서 보냈지만 요즘은 남편이 재택 근무를 하면서 수시로 가기도 하고, 한두 달 길게 머물 때도 있다. 세컨드 하우스 라이프를 본격적으로 즐기게 되면서 전원생활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SNS도 활발히 하고 유튜브도 새로 시작하게 됐다. 마당 텃밭에서 수확한 재료와 마을 할머니들이 재배하고 판매하는 식재료를 부엌에서 요리하는 시간도 많이 늘었다. 마당이 있는 세컨드 하우스를 관리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곳곳에 잡초가 그득 생기거나 텃밭의 작물이 메마르고 해충의 피해를 입는 것은 다반사이다. 여름 태풍과 겨울 동파에도 대비해야 한다. 크고 작은 집 수리나 보수를 해야 할 일도 생각보다 자주 생긴다. 어린이들이 당연히 전원생활을 즐길 거라는 것도 어른의 생각일 수 있다. 자연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재미를 스스로 찾지 못하는 성격의 아이라면 놀이터나 마트, 오락 시설이 없는 이곳이 무척 지루할 수도 있다. 가족 각자의 성향이 이런 상황과 잘 맞는다면 정말 즐겁게 세컨드 하우스와 함께하는 순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은 종종 별장을 관리하기 힘들다고 불평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오랜 시간을 이곳과 함께하려고 한다. 이제는 내가 알게 된 자연에 대한 경험과 감정을 아이도 꼭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권유진(디지털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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