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가꾸기에 몰두하는 세컨드 하우스

2022. 6. 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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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차로 20분. 우리는 각자의 취미를 위해 또다른 공간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 집에서 20분 거리의 모듈러 하우스 」
우리 가족의 세컨드 하우스는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이 얘기를 듣는 사람들은 근거리에 또 다른 집이 있다는 데 의아해한다. 물론 세컨드 하우스로 아예 이사해야 할지 고민한 적도 있다. 하지만 오래 살던 주거지를 옮기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의 학교 문제도 있고,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인프라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우리 가족 역시 ‘언젠가는’ 정원이 있는 집에서 지내는 삶을 꿈꿨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늘 공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가까운 미래에 어린이들의 흙 놀이 겸 도예 공방을 열고 싶은 엄마는 그 시기를 살피고 있었다. 취미가 목공인 아빠는 집 안 한 켠에 자유롭게 나무 소품을 만드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족 모두 세컨드 하우스를 바라던 시기였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민간인통제구역 바로 앞에 마련된 주택단지를 보게 됐다. 한적한 곳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오던 길이었는데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처음 봤을 때는 덩그러니 한 채만 지어진 상태여서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후 집들이 연이어 분양되는 걸 보고 용기를 냈다. 주택에 살거나 집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지인들은 아무것도 없는 농지를 개발하는 것보다 이미 땅을 고르고 수도와 전기 설비를 마쳐 집터가 만들어진 주택단지에 들어가는 것이 여러모로 수월할 거라고 조언해 주었다. 건축사무소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자 자연스럽게 아이 친구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몇 년 전, 아이로부터 친구 아버지가 건축가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하루는 우리와 한 동네인 그 집에 놀러가게 됐는데 직접 설계했다는 집이 정말 감동이었다. 집 주변을 산책할 때마다 다른 집과는 다르게 특색 있는 외관이라 늘 궁금했던 바로 그 집이었다. 그렇게 흥미로운 인연으로 ‘건축을하다’ 소장님은 우리의 세컨드 하우스를 설계해 주셨다. 오랜 대화 끝에 예산과 목적을 고려해 15~18평 규모의 공간이 구성됐다. 부엌과 다이닝 룸, 거실이 연결된 크고 긴 공간이 있고 한쪽에 작업실 겸 아이의 놀이공간이 있는 구조였다. 박공지붕 아래에 다락방을 만들고 싶었는데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울 것 같아 최종적으로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1층에 나무 데크를 깔아 외부 휴식공간을 만든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공사는 건축가의 조언을 통해 모듈러 건축 모델인 ‘모뒬로르’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흔히 모듈러라고 하면 이미 만들어진 공간을 블록처럼 쌓아 만들고 이동까지 가능한 컨테이너 하우스를 생각하는데, 우리 집에 도입된 모듈러는 기본 철골 구조만 완성품이고 그 외의 자재들은 건축주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공사 기간은 단축되고 가족의 필요는 살릴 수 있어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제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자연스럽게 세컨드 하우스로 향한다. 작은 마당과 텃밭을 가꾸는 것만으로 하루가 다 가지만 사람들이 힘들다는 정원 일도 아직은 재미있고, 가끔 나무를 패고 잡초를 뽑으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세컨드 하우스로 새로운 적성을 찾은 것 같다. 아마 앞으로 두어 계절은 이렇게 나무 심고 잔디 씨를 뿌리고 돌을 까는 일에 집중하게 될 듯하다. 공사가 끝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지금은 온 가족의 관심사와 생활 리듬이 세컨드 하우스에 집중돼 있지만 차차 일상과 여가, 작업의 적정선을 찾아 균형을 유지하는 순간이 오리라 생각한다. 언젠가 공방이 완성돼 세컨드 하우스에 또 다른 용도가 부여되는 날이 오면 오랫동안 꿈꿔 온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서 꽤 감격스러울 듯하다.

유연숙(미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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