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레시피 | 새내기의 최고의 무기는 '적극성'이다

2022. 6. 2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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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신입 사원에게 거는 기대에는 일정 수준의 선이 있다. 당연히 숙달된 업무 능력을 기대하거나 몇십 년 된 경력자나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업무 능력보다는 업무에 임하는 태도, 즉 활발하고 호기심 많고 그것이 능동적인 태도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능력을 업 시키는 마법, 적극성

올해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올해 초에 입사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신입들도 이제는 ‘경력 6개월’의 사원이 되었다. 상사와 선배들 하는 일을 눈여겨보며 배우고, 또 맡은 일에 실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과정, 이제 어느 정도는 넘어선 기간이다. 물론 ‘아 저 친구는 직장 생활이 힘들겠군’ 하는 판정을 내리기에는 아직은 짧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상사나 선배들은 마음속으로는 신입들의 직장 생활에 대한 점수를 벌써 매겼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배들의 점수 매기기 기준은 무엇일까. 입사 때부터 모든 부서에서 데려가려고 안달이 날 정도의 학력과 모자람 없는 스펙으로 가득 채운 이력서의 주인공,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깨우치는 눈썰미 탁월한 학습 능력, 상사나 선배들의 마음속을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알아서 척척 모든 것을 대령하는 눈치 100단의 사회생활 만랩 스킬, 알고 보니 회장의 사돈의 팔촌쯤 되는 무시할 수 없는 인맥 등등도 기준일 것이다. 하지만 상사나 선배들이 매기는 점수의 기준은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적극성’이다.

물론 이 적극성은 오지랖 혹은 열정 과다와는 다르다. 영화 제목처럼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라 할 정도로 낄 때, 안 낄 때 구분하지 못하고, 혹은 능력은 자전거 탈 수준인데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자신 있게 운전할 수 있다고 느끼는 만용과는 다르다. 게다가 정작 자신이 맡은 일은 처리하지 못하면서 부서 일이나 동료의 일에는 감 놔라, 배 놔라 말 많은 참견 대마왕 같은 존재를 선배들은 애정하지 않는다. 정작 이런 직원은 부서원 모두가 마치 시한폭탄 다루듯이 안절부절할 것이다.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사고나 치지 않는 것이 부서나 선배를 도와주는 형편이다.

회사가 신입 사원에게 거는 기대에는 일정 수준의 선이 있다. 숙달된 업무 능력을 기대하거나 몇십 년 경력자나 할 수 있는 업무 능력을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업무 능력보다는 업무에 임하는 태도, 즉 활발하고 호기심 많고 그것이 능동적인 업무로 연결되는 태도를 본다. 업무의 스킬과 숙달도는 시간이 지나 익숙해져 손에 익고 업무의 시작과 끝이 머리에 들어오면 쉽게 할 수 있다. 오히려 상사나 선배들이 업무나 부서 일에 쓸데없이 나서서 ‘도움은 커녕 짐이 되어 업고 데려가는 존재만 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경우도 많다. 물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직장 생활을 하겠다는 의욕이 앞서 나서야 될 자리, 말해야 할 위치를 벗어나 온갖 것에 참견하는 것 역시 부담이다.

적극성과 능동적인 업무 태도는 부서의 공통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과 이해도로 이어진다. 주어진 일, 이를테면 일 처리도 깔끔하고 시간도 잘 지키고 업무 숙달도 합격점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에는 무관심하다면? 이것에서 적극성 여부가 드러난다. 상사는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몰두하는 것에 만족감을 표현할 것이다. 신입에게 부서나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업무를 맡기는 ‘미친 상사’는 없다. 그럼에도 상사들은 항상 업무 이외의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물론 이것 역시 중요하거나 완성에서 표가 나는 일은 당연히 아니다. 신입 1년 차에게 회장에게 보고하는 PT를 맡기거나 1억 달러 수주가 달린 회사나 부서의 핵심 프로젝트를 맡기는 정신 나간 상사 역시 없다.

그럼에도 회사 일 혹은 부서에서 ‘누군가 나서서 해 주어야 할’ 업무가 묘하게도 분명 존재한다. 시장 동향과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수치를 종합해 PT 자료를 만드는 것, 국내외 유사 업종의 동향 분석, PT를 할 때 보고자가 준비하고 숙지해야 할 수치와 그래프, 분석 자료 등등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적극성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 잡다하고 손 많이 가는 일은 각자 맡은 업무 외 일이다. 각 프로젝트팀에서 모두가 필요한 기본 자료, 즉 잘 차려진 한정식에서 꼭 있어야 할 김치, 동치미, 나물 등과 같은 밑반찬 같은 것이다. 이때 신입은 눈치보지 말고 이 업무를 능동적으로 나서서 해야 한다. 그저 주어진 일에만 열일하고 공통의 것은 애써 못 본 척하는 태도에서 신입들에 대한 선배들의 점수가 바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김 사원은 자기 일은 잘하는데 딱 거기까지인 것 같아. 알아서 기본 데이터나 자료 정리를 해주면 좋겠는데, 그런 것을 일일이 지시해야 하나. 좀 적극성이 부족하고 심지어는 이기적인 성격 같아”라는 상사들의 인식의 출발이 바로 이 지점이다. 누구나 편한 것이 좋다. 같은 월급 받고 일하는데 1시간 더 일하고, 즐겁게 일을 찾아서 마치 내 일처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이 회사에서 내 일만 완벽하고 처리할 거야. 그 이상의 욕심도 없어”라고 마치 10년 차 경력자처럼 말하는 신입도 있겠지만 그에게 조금 뒤처지는 업무 능력이지만 적극성 만점의 경쟁자가 등장하면 적극성 만점의 새내기가 선배들의 선택받을 확률이 100%이다.

점심 시간이다. 기분 좋은 부장이 모처럼 한 턱을 쏜다. 매일 순례하다시피 하는 백반집 대신 오늘의 픽은 제법 괜찮은 중국집이다. 각자 볶음밥, 짜장, 짬뽕 등을 시킨다. 부장님이 메뉴판을 지그시 응시하다가 말한다. “탕수육, 유린기, 깐풍기 그리고 군만두.” 부서원들은 일제히 움직인다. 냅킨 깔고 수저 가지런히 올리고 컵에 따뜻한 물 따르고 단무지까지 부장 앞에 늘어놓는다. 이윽고 음식이 나온다. 탕수육은 부장, 차장, 고참 순으로 각자 접시에 덜어 먹는다. 이때 식사가 나온다. 볶음밥, 짜장. 다들 자신의 식사에 집중한다. 여기서 서로간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다. 각자의 식사는 하면서 공통의 것은 적당히 머릿속으로 양을 계산해서 먹는 것. 그런데 이런 장면에서 내 앞에 놓인 볶음밥은 어차피 내 몫이니, 공통의 몫인 탕수육만 집중 공략하는 이. 이런 눈치 제로의 사원은 분명히 있다. 조금 얄밉지만 딱히 먹는 것 가지고 쩨쩨하게 굴 수도 없어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들 속으로 생각한다. “박 사원은 자기만 아는 친구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가 부족하군. 공동체 의식이 없어”라고. 그렇다. 공통의 몫은 공통의 배분과 모두의 만족도를 배려하면서 먹는 것이다. 이런 자리에서 쓸데없이 적극성을 발휘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 점심시간의 암묵적 룰은 업무에서는 반대로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점심 시간과 업무의 적극성을 실제 생활에서 거꾸로 하면 순식간에 ‘부서 공동의 밉상’이 되는 것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원으로 인식되는 것,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통의 일, 특별하게 업무 분장이 안된 일, 그러나 모두에게 필요한 일을 하면 된다. 막상 해보면 이런 일들이 그리 어렵거나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관심과 배려 그리고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되어 있으면 되는 것이다. 회식 자리에서 고기 잘 굽고, 노래방에서 인싸 노래로 분위기 띄우고, 부장님 한 마디에 100점짜리 리액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무실에서 보여주는 작은 적극성이 당신의 존재를 더 빛나게 한다. 이조차도 관심 없고 싫다면, 방법은 하나다. 사장까지 깜짝 놀랄 정도의 성과를 1년에 한 번씩만 터트리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은 쉬울까. 답은 뻔하다.

▶적극성의 시작은 관심과 배려

적극성의 시작은 관심이다. 사실 회사 일이란 것이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 9시에 시작해서 6시 퇴근까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해야 마칠 일은 아니다. 어느 순간 요령도 생기고 나름의 직장생활 루틴도 자리 잡힌다. 해서 모 직장에서는 집중 업무 시간을 정하기도 한다. 오전 10시에서 11시30분,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집중 시간으로 이때는 사원 모두가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부서원 각자의 루틴에서 비롯할 업무의 공백과 늘어짐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새내기는 오전 9시부터 일에 피치를 올리는데 선배나 과장은 오후 2시부터 일을 하기 시작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새내기 역시 오전엔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그저 그런 업무나 처리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회사 일이란 것이 하려고 들면 산더미 같고 끝이 없다. 하지만 반대로 일을 안 하려 하면 정작 할 일이 단순하고 일정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일도 있다. 해서 각 회사마다 업무나 시간을 쪼개는 것이 부서장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부서의 일이란 관심을 갖고 보기 시작하면 작은 일, 귀찮은 일, 태가 나지 않는 일 등등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신입은 이런 일을 발견하고 또 기꺼이 해야 한다. 마치 거대한 톱니 바퀴가 돌아가는 공장에서 일정 시간에 윤활유를 뿌리는 단순하지만 꼭 필요한 일처럼 말이다. 물론 이런 일들은 서로 눈치 보고 선뜻 나서지 않고 내가 아닌 다른 이가 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 안될 부분이 있다. 바로 상사나 선배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관찰력이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부장되고 하늘에서 뚝 떨어져 차장 된 것이 아니다. 바로 신입 시절 다 겪었고 또한 수많은 신입들을 경험한 노련한 판별사라는 점이다. 그들은 경험치로 냉정하게 그리고 예리하게 ‘이 귀찮고 하찮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공통의 일을 과연 누가 해내는지’를 본다. 바로 이 점이 적극성을 매기는 기준이다.

직장 생활, 지름길이 없다. 박사 학위 줄줄이 갖고 세계적 인재로 평가받아 S급 인재로 영입되는 ‘천재’들이나 회장님 아들이나 최소한 조카 정도가 아니라면 맨 밑에서 출발해야 한다. 신입부터 시작해야 하고, 부서 배치도 회사 방침에 따라야 한다.

직장 생활은 잘 알다시피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마라톤을 능가하는 장거리 레이스다. 출발은 빠를 수도 있지만 마지막 골인점에 들어오는 것은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해야만 가능하다. 이때 조직은 조직 자체가 갖고 있는 여러 기능 중에서 사원들에게 일종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도 해준다. 때로는 속도를 내라고 채찍질하지만 또 어떤 순간에는 마음이 불안해질 정도로 속도를 늦추라고, 심지어는 돌아가라고도 한다. 직장 생활의 목표는 개개인이 다 다르겠지만 자신이 정해 놓은 지점, 그것이 임원이라는 별을 다는 것이든, 혹은 만수무강, 무사평탄하게 정년퇴직을 하든, 아니면 조직의 각종 시스템과 여건을 이용해 ‘나만의 인맥과 콘텐츠를 완성’해 독립을 꿈꾸든, 그 목표 지점까지 완주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신병훈련소에서 조교들은 이런 말을 종종 쓴다. “사회에서 자신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라. 여기서는 똑같은 조건의 훈련병이다.” 맞다. 어느 조직이건 그 조직문화에 익숙해지려면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을 빠르게 습득하는 것이 영리한 직장생활 지름길이다.

일부 신입들은 대학 시절과 직장 생활을 혼동한다. 명확하게 직장과 대학을 구분 짓는 것은 ‘이해관계’이다. 대학 동아리는 이해 관계 집단이 아니다. 선후배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원활한 선후배 간의 소통을 위해, 또 관심 분야가 같은 관계의 교집합이다. 서투르다고 방출하지 않고 모임에 한 번 나가지 않거나 혹은 늦었다고 활동에 큰 지장을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직장은 다르다. 직장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능력만큼 일을 하고, 그 대가를 월급으로 받는다. 직장은 우리가 영화에서 보듯 누군가 부상을 당하면 동료들이 쏟아지는 총알을 뚫고 그를 부축해서 후방으로 탈출시키고 단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며 싸우는, 그야말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낙오자나 부적응자를 조금은 기다려주겠지만 마냥 계속 재활을 기다리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재활치료를 기다리는 것, 그것은 그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전력이 있거나 이번 대회에서 꼭 필요한 필수요원이라면 가능하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직장생활 하면서 서로 애정이 생겨서, 그동안 내가 회사를 위해, 부서를 위해 세운 공이 얼마나 큰데, 나에 대한 부장님의 애정은 남다를 거야, 동기들이 나를 위해 기다려 줄 거야 등등의 달콤한 상상은 빨리 접는 것이 정신 건강을 위해서 좋다.

물론 지금 내가 놓친 버스 대신 다음 버스를 탈 수 있다. 하지만 도착 시간에서 분명 차이가 있고 한 번 버스를 환승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두 번 늦는 것이 아닌 ‘낙오’, 즉 ‘실패’를 의미한다. 한 사람의 부적응자를 구하기 위해 조직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이 살벌한 전쟁터에도 웃음과 뜨거운 동지애는 존재한다. 그러나 그 또한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았을 때’ 혹은 ‘부서와 나에게 네가 매우 유익한 존재일 때’만 그렇다.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방법은 없다?

직장마다 새로운 고민거리로 ‘신입 증후군’이 있다고 한다. 조직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 줄 기대감을 한몸에 안고 입사한 신입들로 인해 각 직장이 뜻밖의 ‘난제’를 만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직장, 모든 신입사원들에게서 발생되는 일은 아니다. 일부 신입사원의 엉뚱하고도 돌발적인 언행으로 파생된 문제일 뿐이지만 그 빈도수가 잦아진 것은 분명 사실이다. 이를테면 요즘 부모의 과도한 매니지먼트 즉 ‘자식 사랑’이 직장까지 연결되는 것도 원인이다. 지금 같은 취업난 시대에 ‘그런 응석을 부린다고?’ 심지어 직장 상사에게 부모가 전화로 어필을 하거나 부서를 바꿔달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대기업 K기업의 박 부장의 말이다. “신입은 서울과 지방 지점 순회 교육을 실시한다. 지방 지점을 갈 경우 귀가는 당연히 늦다. 그래도 다음 날 출근 시간은 지켜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한 번은 한 신입 사원 어머니가 전화를 해 퇴근이 늦으면 출근 시간도 좀 여유가 있어야지, 어떻게 똑같은 시간에 출근하라고 하느냐고 어필을 한 적이 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이는 부모 주도 학습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취직한 세대들의 특징이다. 물론 직장도 변해야 한다. 주52시간 근무, 최저임금제 준수, 직장 내 갑질 문화 퇴치, 주말과 저녁이 보장된 삶, 상하직급에 의한 직장 질서보다 모두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소통의 문화 등등 아직까지 우리의 직장문화에서는 개선되어야 할 점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직장은 여전히 철저한 ‘각자도생’, ‘적자생존’의 정글이다. 너무 살벌하게 겁주는 것이라고? 아니다. 직장생활 딱 1년만 경험해도 명확하게 이 말이 어떤 말인지 설명할 수 없지만 공감은 할 것이다.

젊은 시절 엄청난 노력으로 일찍 거부가 된 이가 있다. 그에게 “돈이 많으면 무엇이 제일 좋은가?”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돈을 많으면 제일 좋은 점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 돈이 많으면 아침 일찍 일어나 지옥철에 시달리며 출근해 별로 존경할 구석 없는 상사나 선배의 잔소리 들어가며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오후에 잠깐 짬을 내 커피 사 먹고 로또 사면서 ‘월요일에 출근하지 않으면 나 로또 된 줄 알고 알아서 책상 정리해줘’라는 시답지 않는 기대감에 주말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는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 첫 번째 증거는 ‘내가 하기 싫은 일도 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어쩌면 대한민국 모든 직장일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것에서 업무 만족도 100%를 만끽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도 출근한다. 이는 단순히 월급 받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다른 대안이 없어서도 그렇다. 탈출 방법을 생각해본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이리저리 생각해보아도 로또와 내가 영끌해서 장만한 코인이 대박 나는 경우 밖에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눈 딱 감고, 일하는 것이다. 그것도 어차피 하는 것이라면 즐겁게, 적극적으로. 그래서 얻는 것이 있냐고. 있다. 그것은 단시간은 아니지만 즐겁게,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이.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그 직장의 필수 인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는 그에게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 생성’의 기본이 될 것이다.

S기업 관리부에 최 사원이 입사했다. 대학 시절 봉사활동은 물론 다양한 동아리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했던 스펙에다가 성격 또한 서글서글한 활달한 사원이다. 그는 면접 때 희망 부서로 해외영업부를 지원했다. 그가 배치받은 부서는 관리부. 회사는 해외영업부 근무에는 외국어 실력이 더 필요하고 업무 숙달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최 사원은 관리부에 적응하지 못했다. 아니 스스로 적응하려는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외톨이가 되었다. 나름 실력을 갖췄지만 부서원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지 않는다. 그의 불만은 단순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부장이나 선배들은 처음에는 그를 이해했다. 하지만 최 사원은 점차 ‘선을 넘었다.’ 그는 입사 동기가 있는 해외영업부를 들락거리며 해외영업부 회식자리에도 참여했다. 이 정도는 ‘신입의 돌출행동’ 정도로 봐 줄 수 있겠지만 최 사원은 해외영업부원들에게 관리부 불만을 털어놓는다. 점차 해외영업부 직원들도 최 사원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다. 관리부에서는 그를 열외로 취급한다. 처음에는 몇 년 근무하고 순환보직으로 해외영업부로 배치받을 수도 있다고 설득했지만 그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다. 오로지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는 최 사원, 그는 관리부에서도 업무시간에 외국어를 공부한다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다. 관리부원들은 이제 최 사원의 태도가 단순히 신입의 불만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최 사원은 이제 선택지가 없어졌다. 이제 연말 인사평가에서 ‘퇴출딱지’가 붙는 일만 남은 것이다.

최 사원이 자신이 해외영업부에 적임자라고 떠들고 다녀도 그것을 안쓰럽고 귀엽게 봐줄 조직은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없다. 순환근무라는 것은 조직을 두루 알 수 있는 기회이고, 그 기회를 잘 활용한 사람만이 조직의 운용시스템을 이해해 업무 능력도 인정받을 수 있고 승진도 할 수 있다. 최 사원은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최 사원은 관리부 1년 차 사원일 뿐이다. 선배에게 술자리에서 푸념을 잠깐 늘어놓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선배가 일을 대신 해주지 않는다. 내일 당장 사표를 멋있게 던지고 나와도 될 정도로 물려받을 유산이 많지 않다면 1년 차 사원으로서 주어진 역할과 업무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 해외영업부는 관리부에서의 성과가 확연히 보이고, 상사와의 면담이 있을 때 꾸준히 ‘원하는 부서로 해외영업부를 주장하는’ 선에서 끝내야 한다. 또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긴 외국어 공부 역시 근무시간에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것은 상식이다. 출퇴근 시, 또는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자신만의 내공을 쌓고 무기를 다듬어야 하는 것이다.

또 있다. 최 사원의 실수는 해외영업부에 관리부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은 것이다. 관리부나 해외영업부나 다 한 조직이다. 사무실을 달리 쓴다고 다른 회사가 아니다. 모두 S기업의 조직원이고 그들은 한 배에 올라탄 공동운명체이다. 최 사원의 관리부에 대한 불만과 험담을 단순히 관리부로 국한해 들을 해외영업부 직원은 한 명도 없다. 아마도 그들은 최 사원의 뒷담화를 들으며 “어떻게 자기 부서원을 험담할 수 있지. 여기서 들은 이야기도 다른 부서에서 다 이야기할 친구네”라고 평가할 것이다. 한 번의 실수나 투덜거림으로 회사가 1년 차인 당신을 내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회사는 그런 당신을 주목하게 된다. 또 다시 같은 실수와 원망을 반복하는지를.

지금,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고 여기서 빠른 시간에 탈출하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다. 그 하기 싫은 일을 내 일처럼 해서 다른 일을 회사가, 상사가 찾아주는 것뿐이다. 그것이 진정한 프로의 자세다.

[글 박기종(커리어코칭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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