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반대하는 이유..에르도안의 '30년 집권'

박재현 2022. 6. 2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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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스웨덴과 핀란드가 중립국 전통을 깨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 신청을 한 지 한달이 넘었지만 터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터키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연일 어깃장을 놓으며 국제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순조롭게 이어지는 기류였는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 문제를 선거 수단으로 활용하며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맞닥뜨리게 됐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 외교관들은 사전에 나토 회원국 30곳 모두에게 나토 가입 의사를 확인했고, 나토 가입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여기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인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나토도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5월 핀란드와 스웨덴이 일정대로 나토 가입 신청을 했지만 돌연 터키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터키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반대에 대한 명분으로 안보 문제를 내세우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족 분리주의와 테러리즘, 망명 야당 지도자 페툴라 귈렌 추종자들의 인도 등 국내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민족주의적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귈렌은 2016년 에르도안에 대한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현재 미국으로 망명한 상태다.

터키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테러조직’으로 지명된 쿠르드노동자당(PPK)을 지원하고 있다며 두 국가가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데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터키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테러방지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테러방지법이 강화되면 터키가 다수의 쿠르드족 언론인을 포함한 반정부 인사를 일망타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터키의 시리아 북부 군사 개입 이후 부과된 터키에 대한 무기 판매 금수 조치 철폐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다. 앞서 핀란드와 스웨덴은 2019년 터키가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에서 군사작전을 개시한 데 대한 제재로 유럽연합(EU) 차원의 무기 금수 조치에 동참 한 바 있다.

NYT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에르도안 대통령의 진짜 속내는 내년 6월 총선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그의 지지율은 터키 경제의 하락세와 맞물려 떨어지고 있다. 터키에서 쿠르드족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기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를 해결하고, 정치적 반대 의견과 언론을 압박하면서 민족주의적 정서를 강화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2003년부터 19년째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실상 내년 대선에도 출마를 선언하며 30년 집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의 임기는 2028년까지다. 터키 헌법상 중임 중에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하면 2033년까지 임기가 연장돼 총 30년의 집권이 가능해진다.

전 나토 관리 출신인 스테파니 밥스트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진짜 문제는 국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에르도안의 터키와 핀란드에 대한 나토 가입 반대 메시지는 그의 선거인단을 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어 “에르도안은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터키의 경제 상황이 매우 끔찍하기 때문에 그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어한다”며 “그는 자신이 경청하는 리더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스웨덴과 핀란드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찰리 살로니우스-파스테르나크도 “사람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더블 게임(쿠르드족 견제와 대선 승리)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이에 대해 “유럽의 안보가 문제가 되는 전쟁 시기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며 “터키 선거 이후로 (나토 가입이) 1년 연기될 수 있다는 추측은 핀란드와 스웨덴은 물론 많은 나토 국가들에게도 큰 실망이 될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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