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모기향과 모기장

2022. 6. 2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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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니 모기가 하나둘 돌아다닌다.

예년처럼 자기 전에 모기향을 켜고 아침이면 끄는 삶이 시작됐다.

그런데 모기향을 켠 후로 유난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모기향을 피웠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이 아침이, 새삼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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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희 문화연구자


밤이 되니 모기가 하나둘 돌아다닌다. 예년처럼 자기 전에 모기향을 켜고 아침이면 끄는 삶이 시작됐다. 그런데 모기향을 켠 후로 유난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몸에 힘이 없거나 목이 따끔거렸다. 하루는 모기향 냄새가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다른 제품으로 바꿔보았다. 액체형 전자모기향이었는데 무색무취라고는 했지만 묘한 냄새는 여전했다. 또 다른 날에는 침실을 청소하던 중 유난히 모기향 가까이에 있는 침대 틀에만 무언가 착색된 흔적이 있었다. 그쪽은 잘 때 머리를 두고 자는 곳이기도 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몸의 변화와 흔적에서 생긴 의문으로 여러 날을 보내던 중 레이첼 카슨의 책 ‘침묵의 봄’을 읽었다. 책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스프레이, 에어로졸 같은 화학제품들이 해충을 죽이기 위해 발명됐지만 특정한 종뿐만 아니라 살충제와 접촉하는 새, 나뭇잎, 땅, 물, 물고기 등까지도 위험에 빠뜨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인간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카슨은 ‘살충제’를 ‘살생제’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주변에서 동식물이 갑자기 사라지는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인간은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며 산다고 지적했다.

내게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모기향과 디퓨저 같은 제품이 집에만 20가지는 넘는 것 같았다. 당장 모든 것을 천연제품으로 바꿀 수 없지만 가능한 한 조금씩 줄여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변화가 모기향 사용을 중단하고, 모기장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모기장과 보낸 첫날 밤. 창문을 열어두니 모기장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반려인과 나는 침대에 누워 어린 시절 모기장에 얽힌 추억을 나누며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새소리가 들렸고 바깥 공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몸도 가뿐해졌다. 모기향을 피웠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이 아침이, 새삼 감사했다.

천주희 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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