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힘드냐고? 안정은 예술에 독"
“힘들죠. 그런데 힘은 원래 들기도 하고 나기도 하고 그런 거니까. 그게 인생이죠.”
지난 21일 만난 현대무용가 안은미(59)의 일성은 이랬다. 팬데믹도 멈추지 못한 그의 무대는 불가리아부터 인도네시아까지 이어졌고, 그는 인터뷰 이틀 전 귀국한 상태였다. 힘들지 않느냐는 우문에 그는 생기 가득한 표정으로 이런 현답을 내놨다.
이순(耳順)을 앞둔 나이지만 안은미는 힘들다고 느낄 틈도 없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에서 올리는 솔로 무대 ‘은미와 영규와 현진’ 연습에 바로 들어가서다. 공연 제목은 그와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장영규와 백현진과 함께한다는 의미로 지었다. 장영규는 ‘범 내려온다’의 이날치 활동으로, 백현진은 배우이면서도 음악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대중적 인기를 얻기 전부터 안은미의 예술 동지다.
Q :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계속 공연했는데.
A : “이번 팬데믹은 인류가 동시에 당하면서 모두의 민낯, 인간의 속살을 다 보여준 것 같다. 고통의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랄까. 각국이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서도 많은 것이 드러났고. 결국 가장 약한 사람들이 가장 힘들다.”
Q : 팬데믹이 예술과 인류에 남길 영향, 교훈은.
A : “어디에서 뭘 누구와 먹었는지까지 낱낱이 기록되는 통제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 편리하면서도 불편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구나를 느꼈다. 생명이라는 건 힘을 가져야 하는데 예술이 그 생명을 북돋울 수 있지 않을까. 오장육부가 터지도록, 자유롭게 느끼고 움직이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의 다양성도 체험하고 세계를 객관화할 수 있는 에너지를 구축할 수 있다. 스스로의 몸에 자유를 허하라! 이렇게 외치고 싶고, 나는 그런 나의 일상을 무대에 잠시 올려놓는 거다.”
Q : 세계를 객관화한다는 의미는.
A : “음식도 먹어 봐야 맛을 안다. 다양하고 어려운 기호, 나와는 다른 남의 말을 알아듣는 것, 그게 문화다. 일률적이지 않고 다양한 것,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알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그러면서 나의 주관을 객관화할 수 있는 힘, 그게 문화의 힘이라고 본다.”
Q : 다름이 틀림이 되지 않는 사회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A : “남의 불편함을 내가 느끼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세계를 확장시키고 나의 위치를 그 안에서 제대로 바라보면 나와 남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내가 이렇게까지 게을렀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Q : 작품을 130편 넘게 만들어온 다작의 아이콘인데, 게으르다니.
A : “다산을 좋아한다. 많이 만드는 거. 나를 불안한 위치에 놓아둬야 움직이고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안정은 예술에 독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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