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장단이 너무 많아요 심지어 말이 되는 장단이 하나도 없어요
참견에 할 말 하는 '참고사항'
”단 하루만에, 커버곡으로 확 뜨면서 방송 이전과 이후의 삶이 너무 달라졌잖아요."
‘신호등’ 이무진(22)이 첫 미니앨범을 냈다. 이무진은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방송 이전에 만들어뒀던 곡들. 그 전 삶의 마지막 단계였던 '자취방' 까지 저의 생각과 고민들을 담았다"며 새 앨범을 소개했다.
조회수 3226만회 '누구 없소'로 바뀐 인생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재학생으로, 가수를 꿈꾸던 평범한 학생이었던 이무진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방송된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에서 3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63호 가수'로 한영애의 '누구 없소'를 부른 첫 방송부터 화제를 모았고, 해당 유튜브 영상은 지금까지 조회수 3226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히트를 쳤다.
타이틀곡 ‘참고사항’은 그 시기에 완성한 곡이다. 이무진은 “2020년 중후반에 스케치만 해두고, 2020년 말부터 급격한 속도로 많은 참견이 오기 시작해서 그때 가사를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들 꿈에 대한 이상한 참견을 많이 듣고 살아가지만, 유난히 예체능, 그중에서도 음악, 그중에서도 보컬이 참견을 많이 듣는 것 같다“며 ”가수가 되기 전에 ‘노래 그렇게 하면 안된다’ ‘그런 가사는 안된다’ 등 정말 많은 참견을 들었는데, 그런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쓰기 시작한 곡“이라고 덧붙였다.
"'과제곡 그거? 하이퍼리얼리즘? 안돼'는 참견, 제 마음대로 할 거예요"
가사에는 '여러분 장단이 너무 많아요, 심지어 말이 되는 장단이 하나도 없어요' '생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여러분의 말씀을 그저 참고 살아갈 뿐'이라며 쓴소리를 그대로 담았다. 이무진은 "연예계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선 그런 사람이 없었는데 댓글이나 대중, 혹은 지인들에게서 많은 참견을 들었다"며 "너무 진심으로 써서인지, 다시 꺼내봐도 유치함이나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제곡'을 예로 들며 "알아들을 수 있는 이론적인 피드백은 조언이지만, 전문성 없이 그냥 '야 너 노래 그렇게 하면 안돼, 과제곡 그거? 하이퍼리얼리즘? 안돼' 하는 건 제 입장에선 참견"이라며 "그렇지만 조언을 받아들이는 건 제 자유고, 제 맘대로 할 거예요"라고 호쾌하게 덧붙였다.
코러스에는 서울예대 20학번 보컬 동기들이 함께했다. 이무진은 "동기들도 다들 저와 같은 경험을 한 친구들이고, 내 목소리만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 지원군이 필요해 섭외했다"며 "회사 스태프들 중에서도 여러 명이 목소리로 함께 했다"고 밝혔다.
"MZ 말고 모두의 이야기, 가사는 일기처럼 쓴다"
뮤직비디오도, 가사도 일견 '꼰대'를 향한 노래처럼 들릴 수도 있는 가사에 대해 그는 "듣는 이가 그렇게 해석했다면 그게 맞는 것"이라면서도 "'참고사항'은 MZ세대가 많이 느낄 법한 내용이긴 하지만 우리 모두 한 번씩 느껴본 내용이라 MZ 세대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어제, 누군가에게는 10년 전 일이겠지만 모두가 느껴본 감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사항' 외에도 예대 입시를 준비하던 학원의 '8번 연습실', 그가 유명해지기 전 평범한 삶을 살았던 마지막 장소인 '자취방' 등을 포함해 총 5곡을 담았다. ‘과제곡’ ‘신호등’ 등으로 20대 초반 감성을 포착해 공감을 얻었던 그는 이번에도 경험에 기반한 생활밀착형 가사를 썼다. 이무진은 "가사도 일기처럼 쓰려고 한다"며 "추상적이고 아름다운, 시적인 가사가 대체로 유행이지만 저는 최대한 벗어나려고 하고, 제가 쓰고 '매우 시적이고 아름다워'라고 느껴지면 일상친화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호등' 다음 부담? "성적이 높든 낮든 중요한가요?"
‘싱어게인’ 이후 첫 활동으로 지난해 5월 발매한 음원 '신호등'은 멜론 차트 종합 1위까지 오르며 하반기를 휩쓸었고,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생까지 모두 아는 노래가 될 정도로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알려져 "모르는 사람이 없는" 노래가 됐다. 이무진은 "'신호등'이 워낙 좋은 성적을 얻다 보니, 많은 분들이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클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저는 음원 성적에 관심을 갖고 싶지 않다"며 "신호등은 신호등이고, 참고사항은 참고사항. 성적이 높든 낮든 그게 중요한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음원 성적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면 '참고사항'을 타이틀곡으로 내놓지 못했을 거예요. 일부는 공감하고 일부는 '왜 반항하지?' 느낄 수 있는 곡인데, 히트를 목표로 했다면 모두가 좋아할 만한 노래를 썼겠죠"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종영한 KBS '아기싱어'에서도 '신호등 삼촌'으로 어린이들 사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무진은 "어린이들이 제 노래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오랜만에 저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했다"고 말했다.
이무진은 2000년생으로 본인도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MZ를 겨냥한 곡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있을테니 다가와주시면 감사할 뿐"이라며 "제 인생 목표는 사람냄새 나는 아티스트, 가수 겸 작곡가로 남는 것이다. 누군가 제 노래가 취향에 맞아서 가끔 찾아 들어주신다면 목표 완수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정연 kim.jeongy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뱃속 아기 심장 멈추길 기도했다" 몰타 여행 미국 부부의 울분
- [단독]"탈원전" 외쳤던 친문, 文 퇴임직전 6122만원 '원전 출장'
- 법치 아닌 권위로 국민 막았다…헌재공관 옆 등산로 폐쇄 전말
- 마스크 벗자 좀비가 나타났다…3년만에 들썩이는 워터파크
- 인형과 사랑에 빠진 모태솔로女…"아이도 낳았다" 진실은
- 18개월 아기 태운 채 만취운전…결국 두 사람 목숨 잃었다
- "전기료 9년 동결했는데 자성하라니"…죄인 된 한전 '부글부글'
- 배송료 4만9000원→9000원 줄었다…유통 '옴니채널' 어떻길래
- 마크롱 제일 먼저 당했다…끝없는 우크라 지원, 등골 휘는 유럽 [우크라 침공 넉달]
- 이번엔 "오징어 썩은내 난다" 고객 항의에 스타벅스 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