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 미뤄지자 갑론을박.."시간끌어 자해" "징계될 듯"

윤성민 2022. 6. 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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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가 지난 22일 심야 회의를 통해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징계 결정을 다음달 7일로 미루자 당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윤리위에 각을 세운 반면 이 대표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징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당내 인사들은 윤리위 회의 다음날인 23일 일제히 윤리위에 포문을 열었다. “윤리위 심의 자체가 문제 있다”는 취지다.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윤리위가) 국민의힘 내부의 윤리위고, 어디까지나 정당의 목표는 정권 창출에 있다. 그러니까 정권 창출의 목적 아래서 움직이는 게 윤리위”라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의 징계 절차를 개시했는데 윤리위가 왜 이렇게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윤리위가) 해당 행위 정도의 행동을 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고,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선) 윤리위 회의가 무의미하다”며 “뚜렷한 결론도 없이 계속 시간 끌기 하면서, 망신주기 하면서 지지층의 충돌을 유도하고 결국 당을 자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신환 전 의원도 “윤리위가 당 대표를 모호한 내용으로 윤리위에 회부한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징계를 하는 건 불가능한데도 윤리위가 결정을 미루는 게 결과적으로 여론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22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성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당 윤리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철민 당대표 정무실장이 출석하며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리위, 징계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여”

반면 이 대표와 가깝지 않은 의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친윤’(친윤석열) 그룹으로 분류되는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성 상납 의혹 자체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이후 투자 각서를 써준 행위 등을 본다고 했다. 그렇다면 성 상납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징계 결정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양희 위원장은 전날 회의 도중 취재진과 만나 “성 상납 의혹이 아니라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관한 품위 유지 위반을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철근 대표 정무실장을 시켜 성 상납 의혹 제보자인 장모 씨를 만나 7억원 투자 각서를 써주며 성 상납 문제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윤리위가 여론의 추이나 당 분위기 등을 지켜보고 징계를 내리려고 결정을 미룬 게 아니겠느냐”며 징계 가능성에 방점을 뒀다. 다른 친윤계 의원도 “윤리위가 빨리 결정을 안 내리고 미룬 것 자체가 이 대표를 징계할 의지가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리위가 전날 이 대표의 징계 심의는 미루면서도 김철근 실장의 징계 절차를 개시한 건 결국 이 대표 징계를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친윤계도 이 대표를 향한 공개적인 비판 발언은 삼가는 분위기다. 여권을 향한 여론 악화만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기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래 가서 될 일은 아니다”라며 “책임 있는 여당의 입장인데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서야 되겠느냐, 그런 차원에서 빨리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 징계 심의 중인 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도중에 잠시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준석·김철근, 절차 문제 삼으며 반격

징계 절차 개시가 결정된 김철근 실장은 이날 반격을 시작했다. 윤리위 절차를 문제 삼으며 정당성을 파고드는 방식이다. 김 실장은 페이스북에 “윤리위는 당무감사위원회의 절차를 거친 뒤에야 직접 징계안건을 회부할 수 있고, 징계안건이 회부가 돼야 비로소 징계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며 “(윤리위는) 징계안건의 회부 절차 없이 곧바로 징계절차를 개시했다. 명백한 절차 위반이고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도 라디오에 출연해 “징계 절차 순서부터가 이상하다”며 “성 상납이 있었다고 인정돼야 증거 인멸이 가능하고, 그 다음에 인멸교사하는 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주 사이에 본인들(윤리위원)이 참고할 만한 뭔가 새로운 게 나오길 기대하는 것 같다”며 “기우제식 징계”라고 주장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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