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춘욱 씨앤투스성진 대표..토털케어 시장서 제2의 아에르 대박 꿈꾼다

나건웅 2022. 6. 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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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코로나 팬데믹 최대 수혜주를 꼽으라면 ‘마스크’가 아닐까. 2020년 사상 초유의 ‘마스크 대란’이 펼쳐지면서 당시 100여곳에 불과했던 마스크 업체는 수천 개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축제(?)는 잠시. 현재는 업체들의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면서 적자 기업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2년여에 걸친 ‘마스크 대란’에서 일약 승자로 떠오른 기업이 있다. ‘아에르(Aer)’ 마스크를 만드는 기업 ‘씨앤투스성진’이다. 매출은 2019년 475억원에서 지난해 1709억원까지 3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억원에서 563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참 마스크 대란 때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도 마스크 가격을 따로 내리지 않았는데도 아에르 마스크는 여전히 잘 팔려 나간다.

씨앤투스성진은 어떻게 이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2000년대 초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하춘욱 씨앤투스성진 대표(54)의 노력과 경영 철학이 자리한다.

1968년생/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1995년 현대차 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 2005년 씨앤투스 대표/ 2015년 씨앤투스성진 대표(현)​
▶엔지니어 출신 CEO…기술의 승리

▷국내 최초 헤파필터 개발…R&D 열심

씨앤투스성진의 성공 비결로 무엇보다 ‘남다른 기술력’이 손꼽힌다. 마스크 핵심 소재인 ‘MB 필터’ 관련 원천 기술을 이전부터 확보하고 있다 보니 국내에서는 경쟁자를 찾기 쉽지 않을 정도다.

‘아에르’라는 브랜드가 이름을 날린 건 최근이지만, 사실 씨앤투스성진의 필터 업력은 40년 가까이 된다. 2015년 하 대표가 인수한 에어필터 기업 ‘성진’은 1980년대부터 필터를 만들었다.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 안에 장착된 ‘헤파필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기업으로 필터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이미 2007년 복합방사 MB 부직포를 이용한 필터 제조 특허를 취득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당연히 이 필터를 장착한 마스크는 기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아에르에 쓰이는 에어필터 세균여과효율(BFE)은 KF94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훌쩍 넘는 99% 이상. 효율이 높을수록 숨 쉬기는 거북해진다. 그러나 아에르는 숨 쉬기 편한 정도를 나타내는 ‘안면부 흡기 저항값’은 KF94 기준인 70Pa(파스칼)보다 훨씬 낮은 21Pa까지 낮췄다.

하 대표부터가 태생이 ‘엔지니어’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현대자동차 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다. 전체 직원 4명 중 1명이 개발팀이다.

하 대표는 공장 근로자가 착용하는 ‘산업용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용 필터’, 두 가지를 핵심 사업으로 키워왔다. 지금은 일반인이 쓰는 ‘보건용 마스크’가 효자 품목이 됐다지만 2015년 당시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보건용 마스크 시장 규모는 산업용 대비 10%에 불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씨앤투스성진은 B2B 기업이었다.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다. 2016년 한 글로벌 브랜드에서 보건용 마스크 OEM 생산을 의뢰한 것. 오랜 기간 산업용 마스크 연구개발을 해온 하 대표에게는 어렵지 않은 과제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장은 풀로 가동해도 클라이언트의 주문량을 맞출 수 없을 정도였다. 하 대표는 “이 정도 반응이면 직접 보건용 마스크 브랜드를 만들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들려준다. 최초의 B2C 마스크 브랜드인 ‘아에르’가 탄생한 배경이다.

씨앤투스성진은 자사 브랜드 ‘아에르’ 인지도 확산을 위해 최근 조인성 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씨앤투스성진 제공)​
▶마스크 기업 영업이익률이 30%

▷고집 있는 ‘가격 철학’과 ‘수직 계열화’

32.9%.

지난해 씨앤투스성진의 영업이익률이다. 다른 마스크 업체가 단가에도 못 미치는 저가 공세를 이어가며 죄다 나자빠지는 상황에서도, 씨앤투스성진 영업이익은 오히려 훨훨 날았다.

높은 영업이익률의 비결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하 대표가 고수한 ‘가격 정책’이다. 아에르 마스크의 현재 시장 판매가는 1100원. 보급형인 ‘라이트 핏’은 990원이다. 300~400원대에 머무는 최근 마스크 시장 시세보다 3배 가까이 높다. 하지만 해당 가격은 ‘마스크 대란’이 터졌던 2020년대 초반과 동일한 가격이다. 하 대표는 마스크가 한 장에 수천원까지 치솟을 때도 현재 가격과 똑같은 값을 받았다. ‘제품에는 제품에 맞는 가격이 있다’는 것이 하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마스크 대란 당시 저희가 마스크를 싸게 팔았다고도, 또 지금 너무 비싸게 판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격은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R&D와 후속 투자에 투입할 수익 정도를 확보할 수 있는 가격이 적정 가격이죠.”

둘째,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보건용 마스크에만 매출이 치중돼 있지 않다. 지난해 기준 보건용 마스크(전체 53.3%) 외에도 공기청정기용 필터(30.5%), 산업용 마스크(7.4%), 진공청소기 필터(4.9%)에서 매출이 고르게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수직 계열화에 따른 비용 절감이다. 씨앤투스성진은 소재 연구부터 필터 원단 제작, 완제품 생산, 품질 점검까지 전 공정을 일원화한 자체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마스크 생산 전 공정을 수직 계열화한 곳은 국내에서 씨앤투스성진이 유일하다.

“과거에 엔지니어링 회사를 이끌다 보니 생산 시스템 최적화나 효율화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불량률을 줄이고 가동률을 높이는 데는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왔다고 자부합니다.”

▶“아에르 인지도 높여라” 특명

▷조인성 모델 발탁, 윤자경 대표 영입

하 대표는 올해 들어 아에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톱스타 조인성을 TV 광고 모델로 발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팬데믹도 다 끝나가는 마당에, 이제 와서 마스크 마케팅을 왜 할까’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하 대표 생각은 다르다. 마스크는 시작일 뿐, 아에르라는 이름 아래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은 무궁무진하다는 판단이다.

아에르 브랜드 제품 포트폴리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녹과 이물질, 잔류 염소를 제거하는 ‘필터 샤워기’와 ‘친환경 베개 커버’, 피부 테라피와 숙면을 돕는 ‘아로마 부스터’ 등이다.

투자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캐피탈 대표를 역임한 윤자경 대표를 브랜드 전략 담당으로 영입했고 올해 7월에는 베트남에 아에르 제품 생산 공장도 준공한다. 아에르 인지도를 높여 B2B에서 B2C 기업으로 완벽하게 변신하겠다는 계산이다.

“아에르 브랜드를 모르는 고객이 아직도 많습니다. 소비자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라이프케어 솔루션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얼른 코로나 사태가 끝나서, 마스크는 이제 안 팔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4호 (2022.06.22~2022.06.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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