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네이버·소뱅..BNPL에 뛰어들다

김기진 2022. 6. 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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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필요 없는 후불결제 서비스

글로벌 소비 시장에서 BNPL 서비스가 꾸준히 주목받는다. 페이팔, 블록(옛 스퀘어), 소프트뱅크 등 인지도 높은 기업이 BNPL 업체를 인수하거나 거액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IT 최강자 애플까지 BNPL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글로벌 소비 시장에서 BNPL 서비스가 각광받는다. 최근에는 애플도 도전장을 냈다. 사진은 BNPL 서비스 어펌을 이용하는 모습. (어펌 제공)

▶BNPL 대표 주자는

▷클라나, 애프터페이, 어펌 활약

BNPL은 ‘Buy now, Pay later’를 줄인 말이다. 말 그대로 물건을 먼저 구매하고 값은 나중에 지불하는 후불결제 방식을 가리킨다. 큰 틀 에서는 신용카드 서비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이용하려면 까다로운 발급 절차를 거쳐야 하는 반면 BNPL 서비스는 비교적 가입 절차가 간소하다는 점에서 다르다. BNPL 서비스는 보통 회원비가 없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글로벌 시장 BNPL 분야 대표 기업은 클라나(Klarna), 애프터페이(Afterpay), 어펌(Affirm) 등이다.

클라나는 2005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기업으로 이용자 1억4700만명, 가맹점 40만곳을 보유했다. 45개 국가에서 클라나를 이용할 수 있으며 하루 평균 결제 건수는 200만건이다. 지난해 6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456억달러를 인정받았다. 최근 들어 세계 스타트업 시장이 위축되며 다소 부침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잠재력이 큰 기업이라 평가받는다.

2014년 호주에서 설립된 애프터페이는 호주, 미국, 캐나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8월 블록이 애프터페이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며 화제가 됐다. 블록은 트위터 설립자 잭 도시가 세운 핀테크 기업이다. 올해 초 인수 절차가 마무리됐다.

어펌은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맥스 레브친이 설립한 업체다. 2021년 1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제휴를 맺으며 주목받았다. 어펌은 대형 유통 업체 타겟,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 등과도 파트너십을 보유했다.

BNPL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기존 금융·핀테크 업체 중에도 후불결제 시장에 발을 들이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마스터카드와 페이팔이 대표 사례다.

마스터카드는 지난해 ‘마스터카드 인스톨먼트’라는 이름으로 후불분할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페이팔은 2020년에는 물건값을 네 번에 나눠 지불하는 ‘Pay in 4’ 서비스를 도입했고 지난해에는 일본 BNPL 업체 페이디(Paidy)를 27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6월에는 물건 대금을 한 달에 한 번, 최장 24개월에 걸쳐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애플이 BNPL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주목받았다. 6월 6일 애플은 연례 개발자 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를 열고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에 ‘애플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상품 대금을 6주에 걸쳐 4번으로 나눠서 납부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애플페이는 미국 소매점의 85% 이상과 제휴를 맺은 결제수단인 데다 애플 고객은 충성도가 높기로 정평이 난 만큼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아직 해외에 비해 BNPL 서비스 활용도가 낮다. 하지만 시장이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다. 빅테크, 핀테크 기업이 개발한 후불결제 서비스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소비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2021년 4월 후불결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페이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인 만 19세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도는 30만원.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수 27만명, 누적 거래금액 330억원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토스 역시 올해 3월 말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무신사와 크림, 요기요, 야놀자, 이니스프리 등 60개 이상 브랜드에서 30만원 한도로 토스 BNPL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후불 교통카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하철, 버스, 택시 등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선불 충전금이 부족하면 월 15만원 한도에서 후불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스타트업 파이노버스랩이 B2B BNPL 서비스 ‘페이먼스’를 운영한다. 소매판매상에게 후불결제 옵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올해 2월 11억원 규모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스트롱벤처스, 한세예스24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아직 서비스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준비 중인 곳도 꽤 된다. KB국민카드 사내벤처 하프하프는 지난 4월 통합결제 비즈니스 전문 기업 다날과 BNPL 서비스 구축, 운영을 위한 업무 제휴 계약을 맺었다. KB국민카드가 보유한 신용평가·채권 관리 노하우와 다날이 보유한 통합결제 디지털 인프라를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MZ세대(1980~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 등 새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NHN페이코 역시 신한은행과 손잡고 BNPL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새 고객 유치 가능, 소비액도 커

▷“안전장치 필요하다” 신중론도

국내외 기업이 앞다퉈 BNPL 서비스를 도입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소비자와 접점을 늘릴 수 있다. BNPL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신용카드 등 기존 결제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소비자를 새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BNPL이 인기가 많다는 점이 주요 장점으로 언급된다. MZ세대는 트렌드를 이끄는 소비 시장 주요 세력이다. 하지만 강한 소비 욕구에 비해 구매력은 상대적으로 약해 BNPL 서비스 수요가 크다.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이 운영하는 평가·조사 서비스 어센트가 올해 3월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BNPL 서비스를 이용해본 응답자는 55.8%로 2021년 7월(37.65%)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18~24세 응답자 사이에서 이용자(61.16%)가 가장 많았다.

BNPL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비자 지출 규모가 커진다는 것도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마스터카드는 지난해 9월 BNPL 서비스 시작을 예고하면서 “BNPL 솔루션을 도입하면 판매 금액이 45% 증가하고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담기만 하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상품 비율을 35% 줄여준다는 통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나 역시 “소비자가 물건값을 지불할 때 BNPL을 선택지로 제공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평균 주문금액이 45% 증가한다. 소비자 44%는 BNPL 기능이 없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물건을 구매한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BNPL 시장 규모는 2021년 1251억달러를 기록했다.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43.8%를 기록하며 3조27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프리시던스리서치 측은 “절대적인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북미,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설명을 보탠다.

BNPL은 소비자 선택지를 넓혀 편의성을 개선하고 금융 소외 계층에 소액 신용 거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BNPL이 과소비를 부추기고 대규모 연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BNPL 서비스가 지닌 장점이 분명 있다. 그러나 과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연체 위험도 있는 만큼 위험 관리 시스템을 꼭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4호 (2022.06.22~2022.06.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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