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유치, 공급망 관리 강화..세계 곳곳서 뛰는 대기업 총수들

백일현 2022. 6. 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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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이 잇달아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3고(高)’ 현상이 겹쳐 주요 기업의 경영 키워드가 ‘위기관리’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나온 행보다. 글로벌 공급망을 재점검하고 경영 돌파구를 찾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에도 방점이 찍혀 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처음 보는 대사 붙들고 자기 소개”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3일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간다. 19~22일 프랑스 파리에 이은 강행군이다. 주로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행보로, 일본에선 일본상공회의소 회장과 면담 외에 SK 사업 관련 일정도 소화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파리에 머무르고 있는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파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각종 오·만찬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처음 보는 각국의 주프랑스 대사들을 붙들고 명함을 교환하고 소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 회장이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 SK그룹 회장, 대한상의 회장이라고 소개하면서 부산에서 만나자고 하는 등 능숙한 영어로 이야기를 이어가더라”고 말했다.

그는 “최 회장은 아침부터 밤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거의 분 단위로 만났다”며 “프레젠테이션 이후에도 현지 대사관 여러 곳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도 함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20일(현지시간) 파리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로버트 클라크 2027년 미국 미네소타 인정박람회 유치위원장과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회장은 지난 20일 현지 특파원 간담회에서 2030년 엑스포가 열리는 시점에 가장 중요하게 부각될 기술에 관해 미래 환경 기술, 드론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바이오 의학 기술 등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이 “해당 분야에서 한국이 앞서나가는 점이 유치 경쟁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봤다.

엑스포 유치 전망에 대해선 “경쟁국과 비교해 출발은 좀 늦은 것 같지만 결승선에는 우리가 먼저 골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엑스포 개최지는 내년 11월 BIE 회원국 170개 국가의 투표로 결정된다.

최 회장은 22일엔 프랑스 정부로부터 한·프랑스 경제협력 공로를 인정받아 ‘레지옹 도뇌르’(Legion d'Honneur) 훈장을 받았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정치·경제·문화·종교·학술·체육 등 분야에서 공로가 인정되는 사람에게 준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대사관 직원, 부산세계박랍회 유치위원회 직원들과 만나 격려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노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유럽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롯데 측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8일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에 조성된 롯데 클러스터를 방문했다. 그는 다음 달 본격 양산을 앞둔 롯데알미늄 공장을 찾아 시제품을 확인하고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11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양극박 생산 규모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독일 유통사 레베(REWE) 회장과의 미팅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지를 부탁했다. [사진 롯데지주]


신 회장은 21일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CGF(The Consumer Goods Forum) 글로벌 서밋에 참석해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 활동을 펼쳤다. 신 회장은 펩시코, P&G, 월마트, 레베 등 해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부산 엑스포를 홍보하며 유치 지원에 힘을 실었다. 신 회장은 다음 달 예정된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회의)을 부산에서 열고 엑스포 유치를 위한 계열사 지원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재용, 11박12일간 5개국행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7일부터 11박12일간 헝가리·독일·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 등 5개국을 방문했다. 네덜란드에서는 ASML의 피터 베닝크 CEO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났다.

벨기에 루벤에서는 유럽 최대 규모의 반도체 연구소인 ‘imec’을 찾아 인공지능(AI), 바이오·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첨단 분야의 연구 현장을 둘러봤다. 이 부회장은 귀국길에 취재진과 만나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강조했다.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핵심 소재 사업 협력 체제 구축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20~21일 호주 자원개발 기업을 잇달아 방문해 철강과 리튬·니켈 등 2차전지 소재 사업 관련한 협력체제 구축에 나섰다. 그룹의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원이 풍부한 호주를 직접 챙긴 모양새다.

최 회장은 20일 지나 라인하트 핸콕 회장을 만났고, 21일엔 광산 개발 및 제련 전문기업 퍼스트 퀀텀 미네랄스를 찾아 추가 사업 협력 기회를 논의했다. 아울러 리튬 원료 개발 및 생산 사업을 함께 하는 필바라 미네랄스를 방문해 리튬 정광 공급 확대와 신규 프로젝트 협력을 모색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나 라인하트 행콕 회장과 전략적 협력MOU를 체결했다. [사진 포스코]

사장단도 해외 출장 이어져


총수들뿐 아니라 사장들도 해외 일정을 잇달아 소화하고 있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21일 프랑스 파리의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순 정현호 부회장을 팀장으로 유치 지원 TF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이탈리아에서 지난 6~12일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2’에 참석했다. 조직이나 제품 간 경계를 뛰어넘어 전사 차원의 차별화 고객 경험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CDX(Cross Device eXperience)를 발굴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처럼 기업들의 해외 출장이 이어지고, 유럽 방문이 많은 편인데 대해 재계 관계자는 “최근 동맹국 간 글로벌 공급망 협력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유럽 역시 공급망 협력의 핵심 파트너라는 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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